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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공제 대해부]⑥"대체투자, 돌격 앞으로" 자산 30조 고지 노리는 군인공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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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투자 비중 2030년까지 85%로 확대
기금·공제회 중 유일하게 건설부문 CIO
수익률 하락·'육사 인맥' 거버넌스 잡음도

편집자주연기금과 공제회가 자본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연기금과 공제회는 국민의 노후보장(연기금)과 회원들의 자산증식·복지확대(공제회)라는 기본적인 차이 외에도 자산 규모, 투자 전략, 조직 구조 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줄이기도 한 연기금·공제회에 대해 심층 분석해 본다.

군인공제회는 지난 3월 퇴직급여 지급률을 연 4.9%로 유지하기로 의결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2.50%, 시중 정기예금 2% 후반대인 시점이었다.


여느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퇴직급여라는 금융상품에도 원가가 있다. 지난해 군인공제회의 조달금리는 4.53%였다. 이 선을 넘겨야 회원에게 돌려줄 몫이 생기고, 못 넘기면 굴릴수록 손해가 발생한다. 국고채·우량 회사채로 4.53%를 안정적으로 웃도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지난 4년간 군인공제회의 채권 수익률은 2.1~4.3%였다. 주식은 기대수익이 높지만 2022년 -8.8%를 냈을 만큼 변동성이 크다. 반드시 4.9%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그래서 군인공제회의 답은 대체투자다. 지난해 말 군인공제회 투자운용자산의 74.8%가 대체투자와 부동산이다. 중기 포트폴리오상 2030년 목표 비중은 무려 84.8%다.


4.9%를 위한 약속…채권도 주식도 아닌 '대체투자'

공제회는 회원이 자발적으로 가입하고 언제든 나갈 수 있다. 붙잡는 수단은 하나뿐이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자다. 군인공제회가 파는 상품은 크게 둘이다. 복무 기간 내내 매달 부담금을 넣고 전역할 때 원리금을 받는 퇴직급여, 목돈을 6개월에서 2년간 맡기는 목돈수탁저축이다. 각각 연 4.9%와 4.0%를 준다.

최근 3년간 군인공제회를 키운 것은 목돈수탁저축이었다. 잔액이 2022년 3조1091억원에서 지난해 7조2460억원으로 불며 회원 부담금(5조1896억원)을 앞질렀다. 원가는 이 상품에서 관리됐다. 조달금리는 2024년 4.90%에서 지난해 4.53%로 내려왔는데, 간판인 퇴직급여 4.9%는 손대지 않았다. 대신 목돈수탁저축 금리를 지난해 5월 5.0%에서 4.5%로, 7월 다시 4.0%로 두 차례 내렸다.


이런 모델을 떠받치는 것은 대체투자의 구성이다. 68%가 사모펀드(PEF)·벤처캐피털(VC) 펀드로 기초자산 상당수가 기업금융과 사모신용이고, 부동산은 부동산펀드(57%)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28%)이다. 계약상 현금흐름이 정해진 자산들이다. 원가보다 2%포인트 남짓 높은 수익을 흔들리지 않게 가져가는 설계다.


1984년 자산 224억원으로 출발한 군인공제회가 덩치를 키운 무대는 주식시장이 아니었다. 사회간접자본(SOC), 부동산 개발 PF, 비상장 지분이었다. 2003년 금호타이어 지분 50%를 들고 있었고 같은 해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설립 때도 2000억원을 넣은 초기 투자자였다.


국내 연기금·공제회 가운데 건설·실물투자를 총괄하는 별도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두는 곳도 군인공제회뿐이다. 지난해 준수한 성과는 이러한 이력과 구조하에서 이뤄졌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대체투자는 전통자산 대비 높은 분산 효과가 있고, 비유동성 자산에 따르는 프리미엄과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 등의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돌격'의 숙제…비중은 오르는데 수익률은 내린다

지난해 군인공제회는 자산 24조4635억원, 사업이익 1조542억원을 기록했다. 창립 이래 처음 1조원을 넘겼고, 회원복지사업비 6451억원을 환원하고도 당기순이익 4091억원을 남겼다. 준비금 적립률은 125.5%로 공제기관 최고 수준이다. 2030년에는 총자산 30조원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앞길에는 비포장도로도 산적하다. 대체투자에 대한 강조와 달리, 대체투자 수익률은 역설적으로 2024년 7.9%에서 지난해 6.2%로 내려앉았다. 전체 투자운용 수익률도 2023년부터 7.80%, 7.00%, 6.90%로 연속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일부 해외 대체투자 펀드의 실적 부진에 따른 평가손실"을 요인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지난해 성과를 끌어올린 것은 대체투자가 아니라 비중 11%짜리 주식(16.4%)이었다.

회원 기반은 확고하지만 불안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지난해 회원은 24만117명으로 사상 최대였지만, 늘어난 쪽은 대부분 병(兵)회원이다. 3만8024명이 가입했는데 저축 잔액은 1027억원, 1인당 300만원 수준이다. 반면 오랜 기간 부담금을 내는 퇴직급여 회원은 2023년 17만5000명에서 지난해 16만7000명으로 3년 연속 줄었다. 긴 돈이 빠지고 짧은 돈이 들어오는 구조인 셈이다. 병역자원 감소라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정호준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군인공제회는 시중금리 대비 높은 수익률을 회원에게 제공하고 회원 수를 꾸준히 늘리며 회원기반을 관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체투자나 부동산 등 만기가 길고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에 노출된 자산 위주의 투자전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육사 인맥' 논란…고질적인 거버넌스 잡음

대체투자에는 상장자산과 다른 특성이 하나 있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상장주식은 장이 열릴 때마다 손익이 드러나지만, 사모펀드나 부동산은 감정평가와 장부가에 기대 평가가 몇 달, 몇 년씩 밀린다"고 설명했다. 성과가 확인되기까지 시차가 길다는 뜻이다. 성과가 몇 년 뒤에야 드러나는 자산이 포트폴리오의 4분의 3이라면, 시장이 검증하지 못하는 몫은 내부 절차가 담보해야 한다.


그럼에도 군인공제회는 거버넌스 측면에서 고질적인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군인공제회 운영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김용석 건설투자 부문 이사(CIO)의 연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외부 공모 절차는 없었고 연임 기간은 3년이었다. 김재동 전 금융투자부문 CIO의 연임 기간이 1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력도 결이 다르다. 신인수 전 건설투자부문 CIO는 두산건설과 남광토건을 거쳐 대구 동부순환도로 대표이사를 지냈고, 심우근 전 CIO는 대우건설에서 30여년간 개발·재무·리스크관리를 맡았다. 둘 다 공개모집으로 선발된 건설투자 전문가다. 반면 김 CIO는 육군사관학교 43기 출신으로 수도군단 공병단장과 한미연합사령부 공병처장을 지낸 뒤 군인공제회 회원주택사업본부장으로 옮겼고, 건설인프라본부장을 거쳐 2023년 8월부터 현직을 맡고 있다.


시장에서 육사 인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육사 38기인 정재관 이사장은 내년 2월 임기가 끝난다. 업계에서는 "떠나기 전에 육사 후배의 자리를 3년치 확정해주려는 것 아니냐"라는 해석도 따라붙었다.


국방부 장관의 승인만 앞둔 상황이었으나, 논란 끝에 군인공제회는 최근 서면 재의결을 거쳐 김 CIO의 임기를 1년으로 장관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김 신임 CIO는 임기 초 대비 사업이익을 224% 증가시키고 6개 지역 4749세대 택지를 확보하는 등 눈에 띄는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며 "연임 필요성에 따라 외부 공모절차가 아닌 연임 절차에 따라 운영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연임 의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수십조 원대 자산운용을 책임지는 CIO 자리는 공개 모집을 통해 외부에서 투자 전문가를 발탁하는 것이 다른 공제회들의 통상적인 절차"라며 "불필요한 잡음으로 군인공제회의 공격적인 투자와 성과가 퇴색되는 느낌이 드는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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