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담긴 '주가누르기 방지법' 뜯어보니
유인책 빠지고 꼼수 우려 확대
"단순 개편 기대감에 저PBR주 투자는 위험"
정부가 상장사 대주주가 상속·증여세를 아끼려고 주가를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행위를 막겠다며 '주가누르기 방지법'을 내놓았지만, 실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시장 평가가 나온다.
최근 유건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추가로 과세기준이 되는 평가총액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복잡해진 요건에 비해 세제개편안은 현행과 큰 차이가 없었다"며 이같이 짚었다.
"사실상 적용받는 기업 없는 법안"
현행 세법상 상장사 주식은 평가기준일 전후 2개월 종가 평균으로 상속·증여세를 매긴다. 시가에 상·하한이 없다 보니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를 낮게 유지할수록 세금을 대폭 아낄 수 있는 구조다.
정부는 이러한 주가누르기를 잡겠다며 세제개편안을 통해 두 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코스피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 주가순자산비율(PBR)에 6년 넘게 머물거나, 중복상장·교환사채(EB) 발행 등으로 주가를 30% 이상 떨어뜨린 경우 시가평가액에 일정 가산율을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규제망에 걸려드는 기업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당초 적극적으로 관련 법안을 발의해 온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비교해 이번 정부안이 크게 후퇴됐다. 유 연구원은 "자체적으로 계산한 결과 이소영 의원안에선 해당 기업이 505개사로 평균 PBR 0.4배, 시총 합계 506조원에 달했다. 반면 세제개편안 기준은 코스피 80개사, 평균 PBR 0.3배, 시총 합계 48조원"이라며 "종목 수는 84%, 시가총액은 91% 줄어드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시뮬레이션 돌려보니 현행과 비슷"
과세 기준액을 높이는 방식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소영 의원안은 PBR 0.8배 미만 기업에 비상장주식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하고,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선으로 설정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행위 자체를 무력화했다. 반면 정부안은 시가평가 틀을 유지한 채 6년6개월 누적 평균주가 등을 가산하는 방식에 그쳤다.
실제로 순자산 1조원, PBR 0.2배, 시가총액 2000억원인 기업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현행 과세기준액은 2400억원이지만 세제개편안을 적용해도 3120억~36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소영 의원안 적용 시 과세기준액이 8000억~1조원까지 뛰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 의원도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6년6개월 중 2개 반기만 하위에서 벗어나면 회피가 가능하고,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평가심의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장기 주가 억누르기 부작용 우려
여기에 최대주주 20% 할증과세 폐지나 상장주식 물납 허용 같은 유인책이 세제개편안에서 쏙 빠진 점도 아쉬운 지점이다. 당초 기대했던 자발적인 주가 상승이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유 연구원은 "과거 6년 6개월간 평균주가의 최댓값이 과세 기준액의 최솟값이 되는 구조"라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주가를 낮게 묶어두려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단순 세제 개편 기대감에 의존해 저PBR 종목에 접근하는 것은 위험할 것으로 판단했다. 업종별 PBR 격차를 고려할 때 부동산, 금융, 소재 등 만년 저평가 업종의 수혜 가능성도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유 연구원은 "복잡해진 요건에 비해 세제개편안은 현행과 큰 차이가 없었다"며 "현행과 차이가 없거나 크지 않고 유인책도 부재해 최대주주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