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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계약서 가격보다 SK에 더 낼 수도…'언아웃' 조항이 뭐길래 [M&A알쓸신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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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따라 인수가격 추가 지급하는 '언아웃'
8년 간 SK실트론 EBITDA 등에 연동

2조3000억원. 최근 두산의 SK실트론 주식매매계약에 적힌 기본 매매대금입니다. SK가 직접 보유한 지분 51%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분 19.61% 등 70.61%가 거래 대상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분 29.39%는 이번 계약에서 빠졌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가 최종 지급액은 아닐 수 있습니다. SK실트론의 향후 실적 등에 따라 두산이 수년 뒤 추가 대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인데요. 10일 M&A알쓸신잡에선 두산·SK 주식매매계약의 '언아웃(Earn-out)' 조항을 살펴보겠습니다.

매수·매도자 가격차 좁혀주는 M&A 안전판

언아웃은 계약에서 정한 실적이나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추가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할부와 달리 조건이 충족돼야 지급 의무가 생깁니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은 인수 초기에 대규모로 유출될 수 있는 인수비용 부담을 제한하고, SK는 미래에 더해질 수 있는 이익의 일부를 향유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언아웃은 실적과 품질 인증, 자산 매각 등 세 갈래입니다. 핵심은 2027년부터 2034년까지 8년간 적용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조건입니다. 기준 EBITDA는 8900억원에서 1조7000억원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집니다. 실제 EBITDA가 이를 넘는 등 세부 조건을 충족하면 초과분의 40%에 인수 지분율 70.61%를 곱한 금액, 즉 초과분의 약 28.2%가 SK에 지급됩니다.


DS투자증권은 전년도 미달액을 이후 초과 실적에서 먼저 빼는 이월 차감도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년 미달액 900억원을 먼저 차감하고 남는 것은 100억원뿐"이라며 "산식에 따라 100억원 중 28억원만 SK에 지급한다. 사실상 이익 공유 허들이 다소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품질 인증과 자산 처분도 추가 대금에 연동됩니다. SK실트론이 2029년 6월 말까지 지정된 4개 품목의 품질 인증을 받으면 품목당 약 176억5000만원, 모두 성공하면 약 706억원이 지급됩니다. 미국 자회사 SK실트론USA 등의 자산을 장부가보다 비싸게 처분하면 처분이익의 70.61%도 SK 몫입니다.

"업황 회복기 매각…미래가치는 나중에 계산"

언아웃은 모든 M&A에 붙는 조건은 아닙니다. 보통 미래 성장성을 두고 매수자와 매도자의 가격 눈높이가 엇갈릴 때 그 차이를 미래 성과로 넘기는 절충 장치로 활용되죠.


SK실트론은 스타트업처럼 실적이 없는 기업이 아니라 기존 사업과 실적이 있는 성숙한 제조업체이지만, 이번 거래가 웨이퍼 업황의 턴어라운드 초기에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두산은 업황 회복 기대를 인수가격에 미리 모두 반영할 필요가 없고, SK는 매각 뒤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경우 그 과실을 일부 가져갈 수 있죠. 김 연구원은 "SK 주주 입장에서는 웨이퍼 산업 턴어라운드 초기의 매각이라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었으나 실적 호전 시 일부 이익을 2034년까지 돌려받는 언아웃 조항으로 이러한 우려가 해소될 전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국내 M&A에서도 언아웃은 적잖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2024년 SK스페셜티 매각에서도 경영실적과 신사업 매출에 연동해 최대 약 1530억원을 추가 지급하고, 조건 미달 시에는 오히려 SK가 약 170억원을 지급하는 구조가 활용됐습니다. 지난해 더블유게임즈는 튀르키예 게임사 팍시게임즈 지분 60%를 먼저 인수하고, 나머지 40%는 향후 3년간 실적에 따라 최대 4000만달러를 지급하는 언아웃 방식으로 취득하기로 했습니다.

"8년간 이어지는 이해관계…분쟁 불씨도"


이번 거래에선 언아웃 기간도 눈에 띕니다. 국내 M&A 실무에선 언아웃 기간을 통상 2~3년 정도로 설정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비해 SK실트론은 2027년부터 2034년까지 8년에 걸쳐 실적을 따지는 구조죠. 거래가 끝난 뒤에도 두산과 SK의 이해관계가 상당 기간 이어지는 셈입니다.


기간이 길어지면 분쟁 위험도 커집니다. 인수 이후 투자와 비용, 사업 일정 등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의사결정권이 매수자에게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실제 크래프톤은 2021년 미국 게임사 언노운월즈를 5억달러에 인수하면서 향후 실적에 따라 최대 2억5000만달러의 언아웃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후 전 주주 측은 크래프톤이 언아웃 지급을 피하기 위해 신작 출시를 늦추고 경영진을 해임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내기도 했죠. 양측은 지난달 합의로 분쟁을 마무리했습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실트론 M&A는 당장의 인수대금 부담을 높이지 않으면서도 향후 실적 및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을 거래 양측이 반영한 결과"라며 "구체적인 성과를 전제로 지급된다는 점에서 두산의 부담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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