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억 유상증자 정정신고서 제출
"최소 1년간 상장폐지 추진 안 해"
장내매수·자사주 소각 가능성도 차단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앞으로 최소 1년간 SK디앤디의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내 매수 등으로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확약했다. 유상증자를 둘러싼 '자진 상장폐지 시도'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이번 조치로 소액주주들의 의혹 제기가 잠잠해질지 주목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디앤디는 전날 금융감독원에 유상증자 관련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신고서에는 "한앤코는 정정 증권신고서 제출일로부터 최소 1년간 당사 보통주식의 추가 공개매수 등을 통한 상장폐지를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당사에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SK디앤디가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처음 낸 것은 지난달 28일이다. 신주 4468만1000주를 발행해 1367억원을 조달하는 내용으로,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사모사채 상환에 620억원, 군포 트리아츠 지식산업센터 수분양자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 이행에 약 747억원이 쓰인다.
회사는 이번 증자가 채무 불이행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사업장 유동화 대출과 주식 담보 대출, 자산 매각 등 자구계획을 병행하고 있지만, 유상증자가 없으면 10월 현금잔고가 마이너스로 돌아선다는 설명이다.
'당분간'에서 '최소 1년'으로
당초 신고서에서 한앤코는 "당분간"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를 추진하지 않겠다고만 밝혔다. 기간을 특정하지 않아 증자가 끝난 뒤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던 부분이다. 이번 정정신고서는 이를 최소 1년으로 못 박았다.
공개매수 외의 경로도 함께 막았다. SK디앤디는 "한앤코는 인위적으로 지분율을 확대할 목적으로 장내거래나 블록딜 방식의 추가 지분 취득에 나설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사 스스로에 대한 약속도 붙였다. SK디앤디는 "일반주주 지분율을 낮출 수 있는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 계획이 없다"고 명시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 최대주주가 주식을 더 사지 않아도 지분율이 올라가는데, 이 통로까지 닫은 것이다.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경로를 공개매수와 장내거래, 발행주식 수 축소까지 세 갈래로 나눠 모두 배제한 셈이다.
소액주주 탄원에 금감원 정정 요구
이번 정정은 소액주주들의 문제 제기가 계기가 됐다.
주주들은 유상증자 과정에서 실권주가 생기면 한앤코의 지분율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앤코가 과거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증자도 지분율 확대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를 중심으로 모인 주주들은 지난 5일 금감원에 "한앤코의 상장폐지 재추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제기한다"는 탄원서를 냈다. 금감원은 같은 날 SK디앤디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실권주를 일반공모하지 않고 미발행 처리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도 지분율 확대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SK디앤디는 기존 주주의 청약률을 어떻게 가정하더라도 소수주주 지분율은 실권주 미발행 방식이 일반공모보다 높게 나온다는 계산을 신고서에 담았다. 일반공모로 넘기면 발행주식 수가 더 늘고 그 물량이 신규 주주에게 돌아가 기존 주주의 희석이 커진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한앤코가 SK디앤디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시장의 오해를 불식시키려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