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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기업' 투자 수익으로 다시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큐네스티 [VC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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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투자' 큐네스티 이순열 대표 인터뷰
포트폴리오 평균 IRR 15.6%
융자·PF·지분투자 하이브리드 운용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은 계속 성장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재무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투자는 지속 가능한 임팩트 투자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순열 큐네스티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SVC서울 사무실에서 만나 "임팩트 투자를 단순히 '착한 기업에 돈을 대는 투자'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성장해야 해결할 수 있는 사회문제의 범위도 넓어지고 투자금도 회수해 다시 새로운 기업에 투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사회투자'서 '큐네스티'로…혁신기업까지 투자 확대

썝蹂몃낫湲 이순열 큐네스티 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큐네스티는 올해로 설립 14년 차를 맞은 공익법인 임팩트 투자사다. 기존에 한국사회투자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 올해부터 큐네스티로 사명을 변경했다. 요람을 뜻하는 라틴어 '큐네(Cunae)'와 '사회 변화(Social Transformation)'를 결합한 이름이다.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 조직만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인식을 넘어 혁신 기술과 새로운 사업모델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까지 투자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국제개발협력 비정부기구(NGO)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개발도상국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부와 원조에만 의존하는 구조의 한계를 느꼈고, 소액대출을 통해 자본을 순환시키면서 빈곤을 완화하는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금융) 사례를 접한 뒤 임팩트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6년 한국사회투자에 합류한 뒤 2022년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다.


큐네스티의 가장 큰 특징은 기부금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초기 임팩트 기업에 투자하고, 회수한 원금과 수익은 다시 새로운 기업에 투자한다. 펀드 청산 이후 수익을 출자자에게 분배하는 일반적인 벤처펀드와 달리 자본이 공익 목적 안에서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구조다.


이 대표는 "투자금을 회수하더라도 내부의 사익을 위해 가져가는 구조가 전혀 없다"며 "투자와 회수를 반복하면서 같은 자본으로 더 큰 사회적 영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공익법인 투자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엑셀러레이터(AC)·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 일반적인 지분 투자 외에도 다양한 금융 기법을 구사한다. 이 대표는 "성장성이 높아 J커브를 그리는 기업은 지분 투자를 진행하고 꾸준히 매출을 내는 기업은 융자 형태로 지원한다"며 "특정 시즌이나 프로젝트 단위로 자금이 필요한 스타트업 및 소상공인에 대해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을 적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한 뒤 지분 투자로 연계한다"고 설명했다.

지분투자 102개사·IRR 15.6%…지역벤처 팁스 연결

큐네스티는 현재까지 지분투자와 융자,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합쳐 약 770억원의 자금을 기업 생태계에 공급했다. 투자와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한 기업은 약 1500개에 달한다. 주력하는 투자 영역은 ▲기후테크 ▲사회 서비스 ▲농식품 ▲임팩트 AI ▲임팩트 모빌리티 등이다.


재무적 성과도 돋보인다. 누적 지분투자 포트폴리오는 102개사다. 투자 기업의 90% 이상이 현재까지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평균 내부수익률(IRR)은 15.6%에 달한다.


구체적인 회수 실적도 쌓이고 있다. 건물 에너지 절감 솔루션 기업인 '시드앤'에 투자해 2년 만에 투자금의 3배를 회수했고, 물을 기반으로 화재 위험을 낮춘 수계 배터리 기업에서도 곧 투자금의 4.25배를 회수할 예정이다.


최근 대표적인 투자 사례는 척추측만증 재활 로봇 기업인 '피지오로보틱스'다. 수년째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다가 큐네스티의 투자와 팁스(TIPS) 추천을 거쳐 9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소상공인 대상 자연어 기반 무역 플랫폼 '소싱루트'와 비만치료제 사후 관리 솔루션 기업 '바이오뉴트리온' 등도 팁스 연계로 사업화 기반을 마련했다.


큐네스티는 올해 총 17개 기업에 대한 팁스 추천을 완료했으며, 여기서 16곳이 지역 기반 소셜벤처다. 큐네스티 임직원이 지역 현장을 직접 찾아 기업을 발굴하고 사업모델과 기술개발 계획을 컨설팅한 뒤 팁스 추천까지 진행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엔 큐네스티 추천 기업이 전부 팁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향후 주목되는 분야로는 특정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인공지능(AI)'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경쟁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뒤처졌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높은 기술 수용성과 산업 현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의료·제조·돌봄 등 특정 산업에 AI를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기 투자 트랙 신설 시급…'펀드오브펀드' 역할 확대할 것"

초기투자 시장에는 보다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정책자금이 조성되더라도 펀드 규모가 커지면 운용사는 기업당 투자금액을 늘릴 수밖에 없어 정작 시드 단계 기업에는 자금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펀드 규모가 200억원만 넘어가도 운용사가 한 펀드에서 투자할 수 있는 기업 수에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당 20억원 안팎을 투자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면 초기기업은 자연스럽게 대상에서 밀려난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와 돌봄, 농식품 등 모든 분야에 초기투자 전용 트랙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며 "전체 모태펀드 운용액 가운데 AC가 운용하는 비중이 5.6%에 그친다. 이를 20~30% 수준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썝蹂몃낫湲 이순열 큐네스티 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큐네스티는 앞으로 직접 투자와 함께 다른 초기 투자자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펀드오브펀드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외 4개 펀드에 출자했으며, 향후 기부 재원을 추가로 유치해 역량 있는 액셀러레이터가 지역 기업과 임팩트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기업들이 매년 사용하는 사회공헌 자금의 1~2%만 초기기업과 임팩트 기업으로 유입돼도 투자 생태계의 지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큐네스티가 직접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동시에 초기 투자자들이 더 많은 기업에 씨를 뿌릴 수 있도록 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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