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개입 없이 노사 자율로 돌파구 마련
적자 시 임금 지급 이연
기부금 '매칭 그랜트' 동참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의 60%를 주식으로 지급하고, 회사가 적자를 기록할 경우 노사가 함께 위기 극복에 동참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새로운 단체교섭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외부의 중재나 기존 제도에 기대지 않고 노사가 자체적으로 지속 가능한 보상 체계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20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노사는 임금 6.3% 인상과 함께 성과급인 초과이익분배금(PS)의 40%를 당해 연도에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60%는 주식으로 지급하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주식 중 40%는 현금과 함께 당해 연도에 지급되며,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된다. 지급되는 주식은 당해 연도에 매도할 수 있다.
새롭게 개편된 성과급 제도는 구성원이 주주와 함께 성장한다는 취지를 담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균형 있게 맞추는 방향으로 보완됐다. 이에 따라 전체 성과급의 60%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되, 주식 규모와 지급 방식에 대해서는 구성원에게 선택권을 부여해 희망할 경우 성과급의 100%까지 주식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제도 시행 첫해에는 구성원의 자금 운용 계획을 고려해, 개인적인 사유가 있는 구성원에게는 예외적으로 현금 수령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앞서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PS의 상한을 폐지하고 해당 체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증권가 전망대로 SK하이닉스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 250조원을 달성할 경우 초과이익분배금의 전체 재원은 영업이익의 10%인 25조원에 달하게 된다. 이를 전체 임직원 수인 약 3만5000명으로 단순하게 나눠 계산하면 1인당 평균 성과급은 세전 기준 약 7억원 수준이 된다.
실제 최종 지급액은 직급과 개인별 업무 평가 결과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되지만, 평균 지급액을 기준으로 이번에 바뀐 제도를 대입해 보면 임직원 한 명당 약 2억8000만원은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약 4억2000만원은 자사주로 받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구성원의 자율적 참여를 바탕으로 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도 새롭게 도입된다. 구성원이 성과급의 일부를 기부하면 회사가 이와 동일한 금액을 함께 기부하는 1대1 매칭 그랜트 방식을 추진하며, 참여 여부는 구성원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직원들의 식당 단가 상향과 경조사 지원 프로그램 등 사내 복지를 개선하는 안건에 대해서도 원만한 합의를 이뤘다.
특히 이번 합의문에는 노사가 함께 회사의 위기 극복에 동참한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회사가 적자를 낼 경우 구성원의 고용 안정과 회사의 조기 회복을 위해, 임금 지급 이연의 수준을 정하고 흑자 전환 시 일시에 지급한다는 원칙을 담았다.
SK하이닉스는 "이는 과거 노사의 자발적 무급휴직 시행, 2023년 다운턴 당시 임금의 일부 이연 등 어려운 시기마다 상호 신뢰와 협력으로 위기를 함께 넘어온 전통을 계승한 것"이라며 "SK하이닉스 고유의 '위기극복 DNA'를 재확인하며 노사 상생의 문화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만간 노조는 최종 합의안 확정을 위한 대의원 투표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지난해 노사가 해당 성과급 체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한 지 불과 1년 만에 변경된 데다, 주가 변동에 따라 실제 임직원이 손에 쥐는 규모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잡음이 예상된다. 당시 노사는 지난해 성과급의 80%를 당해 연도에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만 2년에 걸쳐 각각 10%씩 현금으로 이연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