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기 샌드위치 체인 '저지 마이크스'
블랙스톤이 11조에 인수 후 지난달 상장
전용기·가족 급여부터 걷어내며 구조조정
국내서도 남양유업·아웃백 등 실적 개선
미국 샌드위치 체인 저지마이크스(Jersey Mike's)가 지난달 말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아 2024년 11월 저지마이크스를 인수한 지 1년 8개월 만이었다. 이번 상장으로 조달한 돈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로,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외식업체 상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저지마이크스는 주문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고기를 썰어 넉넉히 쌓아주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그런 브랜드가 '탐욕 자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사모펀드에 넘어가자 미국에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졌다. 인수하면 원가부터 줄일 것이라는 짐작이었다.
실제로 "10달러 주고 산 샌드위치가 이만해졌다"는 류의 게시물이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줄지어 올라왔다. 회사 측은 "인수 이후 재료 공급업체도,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고기 양도 바꾸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장을 앞두고 있던 지난 6월, 미국고객만족지수(ACSI) 조사에서 저지마이크스는 패스트푸드 부문 1위에 올랐다.
인수 후 저지마이크스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건…'전용기'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저지마이크스가 상장을 위해 제출한 서류를 토대로 블랙스톤이 이 회사에서 실제로 걷어낸 항목들을 짚었다.
첫 번째는 눈에 띄는 항목은 4100만달러(약 580억원)짜리 회사 전용기다. 블랙스톤은 이 비행기를 아예 인수 대상에서 빼 창업자 측 법인으로 넘겼다. 창업자 피터 캔크로가 지난해 개인 항공료 명목으로 회사에서 받은 200만달러도 함께 정리됐다.
두 번째는 가족 급여다. 상장 서류를 보면 창업자의 부인과 두 아들, 딸, 형제와 처남 등 아홉 명이 회사 급여 명단에 올라 있었다. 의붓아들 한 명이 2023~2025년 받아 간 돈만 5050만달러(약 710억원)다. 이들은 매각 이후 회사를 떠났고, 올해 1분기 지급액은 0원이다. 다섯 곳에 흩어져 있던 사무실도 본사 한 곳으로 합쳤다.
대신 돈을 쓴 곳도 있다. 블랙스톤은 치킨윙 체인 윙스톱을 상장시킨 찰리 모리슨을 새 최고경영자(CEO)로 데려왔고, 던킨 전 CEO를 의장으로 하는 이사회를 처음 만들었다. 50년간 창업자 한 사람이 소유하고 경영하던 회사에 회사 돈과 개인 돈을 구분하는 장치를 넣은 셈이다. 매장은 인수 이후 8.4% 늘어 3300개가 됐다.
사모펀드 3G캐피털도 2010년 버거킹을 인수한 뒤 회사 전용기를 팔고 마이애미 본사의 임원 전용 공간을 없앴다. 3G는 2012년 버거킹을 다시 상장시켜 배당을 포함해 원금의 28배를 벌었다.
F&B 다이어트는 한국서도…별장·법인카드 정리하고 5년 만에 흑자
썝蹂몃낫湲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이 2024년 11월 2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 저지마이크스 샌드위치를 먹으며 "실사(인수 전 기업을 뜯어보는 절차·due diligence) 중"이라고 농담을 하는 모습이다. 블랙스톤이 저지마이크스를 8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지 사흘 뒤로, 이 영상은 1년 8개월 뒤 뉴욕증시 상장으로 이어진 거래의 시작을 알린 장면이 됐다. 블랙스톤 인스타그램 캡쳐
사모펀드가 F&B(식품·음료) 브랜드를 인수한 후 '잔혹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국내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bhc와 버거킹, 맘스터치, 투썸플레이스, 공차,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모두 사모펀드가 주인이거나 주인이었던 브랜드다.
남양유업 창업 일가는 회삿돈으로 고급 별장과 차량,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쓴 혐의로 올해 1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홍원식 전 회장에게 선고된 형은 징역 3년, 추징금은 43억원이다. 한앤컴퍼니는 2024년 남양유업 경영권을 확보한 뒤 창업 일가 임원을 정리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꿨다. 2023년 715억원이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5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는 2016년 아웃백을 인수한 직후 고기를 냉동육에서 냉장육으로 바꾸고 프리미엄 스테이크 비중을 21%에서 51%로 끌어올렸다. 매장은 전부 직영으로 돌려 품질을 통일했다. 2016년 2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1년 167억원으로 6배 넘게 늘었다. 스카이레이크는 그해 아웃백을 bhc에 넘겼다.
맘스터치는 케이엘앤파트너스가 2019년 1973억원에 지분 56.8%를 사들인 뒤 버거 중심에서 치킨·피자를 함께 파는 매장으로 구조를 바꿨다. 지난해 매출 4790억원, 영업이익 897억원으로 각각 전년대 14.6%, 22.2% 늘었다.
고배당에 가맹점 부담까지…의심에도 근거는 있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의 의심에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버거킹에서 전용기를 떼어내 팔았던 3G캐피털은 2013년 하인즈를 인수한 뒤에는 사무실 미니 냉장고를 치우고 직원 1인당 복사량까지 제한했다. 북미에서만 600명을 내보냈다. 비용은 줄었지만 브랜드와 신제품 투자가 함께 말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국내에서는 MBK파트너스가 2021년 bhc 등을 보유한 그룹의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핵심 자회사인 다이닝브랜즈그룹이 2021~2024년 4897억원을 배당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의 82%에 달해 고배당 논란이 일었다. bhc가 2023년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재료 가격을 올린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맘스터치는 인수 이후 패티 크기가 줄었다는 지적을 받았고, 공차는 가격 인상 논란을 겪었다.
본사가 넘긴 부담이 브랜드를 흔든 사례도 있다. 한국피자헛은 재료를 공급하면서 가맹점에 남긴 마진을 두고 소송이 붙었고, 올해 1월 대법원에서 215억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이 확정됐다. 회생 절차에 들어간 한국피자헛의 영업권은 지난 3월 사모펀드 두 곳이 세운 회사에 110억원에 팔렸다.
몸값 올려 되팔아야 하는 사모펀드…국내 IPO 위축
사모펀드에는 시간표가 있다. 인수할 때 빌린 돈의 만기가 3~5년이라면, 그 안에 회사를 되팔거나 상장시켜야 한다. 비용을 줄여 이익을 키우거나, 매출을 늘려 성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브랜드마다 비슷한 논란이 되풀이되는 구조적 배경이다.
저지마이크스는 상장으로 회수의 첫 단추를 끼웠다. 블랙스톤은 상장 이후에도 의결권 3분의 2를 그대로 쥐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업공개(IPO)는 투자금을 회수하는 주요 경로이지만, 최근 시장 상황이 여의찮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에 새로 상장한 기업은 17곳, 공모 규모는 1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몸값도 예전 같지 않다. 회사를 사고팔 때 쓰는 잣대인 EV/EBITDA(기업가치를 영업으로 번 돈으로 나눈 배수)는 2019년 공차코리아가 팔릴 때 약 12.6배였지만, 2022년 역전할머니맥주는 6.5배까지 내려갔다. 코로나19가 길어졌고, 가맹본부에 대한 규제가 강해졌으며, 점포를 빠르게 늘리는 전략의 부작용이 드러난 결과다.
그나마 최근 제값을 받고 팔린 브랜드는 대부분 해외에서 성장을 보여준 곳이다. 공차는 북미·유럽·남미로 매장을 넓힌 뒤 올해 베인캐피털에 약 9000억원에 다시 팔렸다. 치킨 브랜드 본촌은 20여 년 전 진출한 미국 사업을 앞세워 태국 마이너그룹에 약 3000억원에 넘어갔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F&B 프랜차이즈 매물이 다수 쌓여 있는데, 매출 성장과 브랜드 경쟁력이라는 본질적인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높은 가격의 매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면서 "그나마 K-푸드 열풍이 계속되고 있고, 국내 F&B의 시스템과 트렌드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점은 주목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