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메가딜, '글로벌 확장성'에 베팅
'해외부터 시작' 전략도 확대
높아진 밸류 상방…후속투자·엑시트는 과제
"이젠 해외에서 얼마나 크게 될 수 있냐를 많이 보죠."
최근 국내 벤처캐피털(VC) 심사역에게 벤처투자 시장 분위기를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특정 산업보다는 국내 시장을 넘어 얼마나 커질 수 있느냐를 먼저 본다는 얘기다.
스타트업 투자정보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8월 국내 비상장 스타트업·중소기업 중 10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곳은 뤼튼테크놀로지스와 블루엘리펀트 두 곳이었다. 뤼튼은 인공지능(AI) 기업이고 블루엘리펀트는 안경 브랜드다. 올해 대형 투자가 주로 AI·로보틱스 등 딥테크 기업에 쏠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블루엘리펀트의 등장은 눈에 띈다.
더브이씨는 "투자 시장 숨고르기에도 해외에서 통하는 기업에 베팅이 몰렸다"고 평가했다. 뤼튼이 지난 5월 북미에 출시한 AI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OOC'는 3개월 만에 월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블루엘리펀트 역시 일본 하라주쿠와 신주쿠 등 핵심 상권에 진출한 데 이어 미국과 일본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어펄마캐피탈은 투자 과정에서 블루엘리펀트의 기업가치를 약 4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에서 확인한 성장 가능성과 향후 글로벌 확장성이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진출'이란 구호 자체는 새삼스럽지 않다. 달라진 것은 순서다. 국내에서 충분히 성장한 뒤 해외로 나가는 대신 처음부터 해외에서 통할 근거를 보여주는 기업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몸집부터 키운 뒤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공식이 흐려졌다.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입증 방식도 다양해졌다. 디지털 서비스는 앱을 통해 해외 이용자를 곧바로 확보할 수 있다. 소비재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이커머스를 통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해외 수요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극초기 딥테크 기업에서는 세계적인 연구실이나 기술 커뮤니티에서 쌓은 연구 성과와 네트워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늠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해외 성장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업이 더욱 뻗어나갈 수 있는 작업이 중요해졌다. 그러기 위해선 투자자가 적절한 시점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를 탄탄하게 마련하는 게 관건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계속 자라도록 받쳐줄 시스템까지 국내에 충분히 갖춰졌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초기 단계에서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더라도 충분한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하거나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회수 경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뤼튼이나 블루엘리펀트 같은 기업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