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선 계약 해지 뒤 후속 사업 약속
法, 청구액 25억여원 중 9억 인정
서울 중구 세운5-1·3구역 재개발 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주선을 둘러싸고 KB증권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벌인 소송전에서, KB증권이 일부 승소했다. 기존 금융주선계약을 끝내는 대신 다른 사업의 금융주선 기회를 주기로 합의했다면, 사업 정보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합의서에 정한 실제 계약 체결과 수수료 지급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20민사부(재판장 김민철)는 KB증권이 이지스자산운용을 상대로 낸 25억3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이지스운용이 KB증권에 9억14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PF 주관 변경서 시작된 갈등
KB증권은 세운5-1·3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브릿지론과 본PF 등 자금조달을 맡은 금융주선사였다. 금융주선은 돈이 필요한 사업자와 자금을 빌려줄 금융회사를 연결하는 업무를 말한다. 부동산 개발에서는 필요한 자금 규모와 금리 등을 설계하고 돈을 빌려줄 금융사를 모아 대출을 성사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업을 위해 세운5구역PFV(PFV·특정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가 설립됐고 이지스운용도 사업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당초 KB증권 등은 해당 사업의 금융주선 업무를 독점적으로 맡기로 했지만, 사업 주체 측이 다른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 하면서 2022년 기존 계약을 끝냈다.
대신 PFV 측은 기존 금융주선사들에 해지합의금 34억원을 지급하고, 이지스운용은 2024년 4월까지 자신이 참여하는 다른 프로젝트에서 이들이 총 46억원의 금융주선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KB증권 몫은 55%인 25억3000만원이었다. 합의서에는 매년 2건 이상 금융주선 기회를 제공하고 실제 계약을 체결해 총 46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받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후 이지스운용은 KB증권에 여러 개발사업을 소개했지만, 대부분 실제 금융주선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KB증권이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이지스운용은 사업 정보를 알리고 참여 의사를 물은 만큼 '기회 제공' 의무를 다했다고 맞섰다.
"사업 소개만으론 부족"…KB증권 일부 승소
1심은 단순한 사업 소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지스운용의 의무에 대해 "자금조달 수요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참여권을 보장할 의무뿐만 아니라 실제 금융주선계약을 체결해 46억원 상당의 수수료를 지급하게 할 의무까지 포함된다"고 밝혔다.
KB증권 측에 우선협상권을 주기로 한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일부 사업에서는 KB증권이 경쟁 금융사보다 높은 수수료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금융조건이 다른 금융기관보다 "다소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사정만으로" 이지스운용이 계약 체결과 수수료 지급 의무를 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이지스운용이 별도의 우선협상 없이 다른 금융기관과 계약한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다만 법원은 KB증권이 요구한 전액을 손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KB증권은 한 개발사업에서 이미 2억4500만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법원은 나머지 22억8500만원 가운데 40%인 9억1400만원을 최종 손해액으로 정했다.
실제 금융주선 업무를 했다면 투자자 섭외와 금융조건 검토, 계약서 작성 등에 비용이 들었을 텐데 계약이 무산되면서 이를 부담하지 않은 점을 반영했다. 일부 사업에서 KB증권이 높은 수수료를 요구해 계약 결렬에 일부 영향을 미친 점도 고려됐다.
양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