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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 제이알리츠]①런던서 패소…6000억 협상 '본격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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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트랩 유효" 판결…상환개시 내년 12월로
서울회생법원, 삼일회계법인 조사위원 선임
6000억대 채무조정·5년 변제계획 검증 본격화

편집자주상장리츠 최초로 회생절차를 신청한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영국 소송에서도 패소하면서 6000억원대 채무조정의 향방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아시아경제는 영국 판결이 남긴 쟁점과 파이낸스타워 가치평가 논란, 5년 변제계획의 현실성을 검증하고 이번 사태가 드러낸 제도적 빈틈을 짚어본다.

국내 상장 리츠 중 처음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제이알글로벌리츠가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감정평가를 둘러싼 영국 소송에서 패소했다. 영국고등법원 상사법원은 8일(현지시간) 대주단이 현금유보(캐시트랩) 조치를 발동한 근거가 된 감정평가가 대출약정상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썝蹂몃낫湲 국내 상장 리츠 중 처음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제이알글로벌리츠가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감정평가를 둘러싼 영국 소송에서 패소했다. 게티이미지


이에 따라 제이알리츠가 채권자들에게 제시한 5년 변제계획도 상환 개시가 늦어지고 자금조달 부담은 커지는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재차 검증받게 됐다. 서울회생법원이 삼일회계법인을 조사위원으로 선임하면서 회사(제이알리츠)의 계속기업가치와 변제계획에 대한 외부 검증에도 착수한 상황이다.



영국 판결 "평가 미흡했지만…특정 결과 위해 꾸민 것은 아냐"

이번 소송은 대주단이 선임한 존스랑라살(JLL)이 파이낸스타워 가치를 9억2000만유로로 평가하면서 시작됐다. 이 평가로 담보인정비율(LTV)이 약정 기준인 52.5%를 넘어서면서 현지 임대수익을 국내로 가져오지 못하는 캐시트랩이 발동됐다. 회사 측은 대주단이 평가 과정에 개입해 자산가치가 낮게 산정됐다며 대리금융기관인 CBRE 론 서비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일부 대주단이 9억5000만유로 이하의 평가를 원했고, JLL도 평가 막바지에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은 인정했다. 그러나 특정 평가액을 내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했거나 JLL이 독립성을 잃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JLL의 평가 작업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재판부는 현금흐름할인법을 활용한 교차검증이 형식적이었고, 일부 쟁점에 충분히 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평가를 주도한 담당자가 자신의 업무가 가져올 결과의 중대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다만 이 같은 문제만으로 감정평가를 무효로 볼 수는 없다는 게 결론이었다. 평가의 완성도가 높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계약상 요구되는 수준에는 미쳤고, 사전에 특정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꾸며진 평가라고 볼 수도 없다는 취지다.


상환 개시 내년 12월로…변제계획 부담 커져


이번 패소로 가장 직접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변제 일정이다. 회사가 공개한 계획에 따르면, 승소 시 내년 3월부터 이자, 6월부터 원금을 지급할 예정이었다. 패소 시에는 파이낸스타워 담보대출을 리파이낸싱한 뒤인 내년 12월부터 원리금 상환을 시작하도록 돼 있다.


자금 부담도 커진다. 승소 시에는 미국 맨해튼 오피스 매각대금 1446억원 중 일부만 벨기에 자산 상환에 사용할 수 있었지만 패소 시에는 전액을 현지 선순위대출 상환에 투입해야 한다. 내년 리파이낸싱 때 추가로 조달해야 할 금액도 1710억원에서 2837억원으로 늘어난다.


핵심은 내년 파이낸스타워 감정가를 11억유로로 가정했다는 점이다. 이번 판결로 현재 캐시트랩의 근거가 된 9억2000만유로 평가를 무효화하려던 회사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내년 11억유로의 평가를 전제로 대규모 리파이낸싱이 가능하다고 본 근거도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환헤지 부담은 크게 줄었다. 회사는 지난 4일 제이알제26호리츠와 제이알제28호리츠의 환헤지 거래를 일부 조기종료하면서 회생 신청 당시 약 1650억원이던 관련 채무가 현 환율 기준 약 443억원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환율 하락을 활용해 향후 추가 정산금 부담을 낮춘 것이다.


국내 법원, 5년 변제계획 검증 착수

국내 회생절차도 본격적인 검증 단계에 들어갔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8부(재판장 양민호)는 최근 삼일회계법인을 조사위원으로 선임했다. 조사 대상에는 회사를 계속 운영할 때의 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지,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적정한지 등이 포함됐다. 중간보고서 제출기한은 오는 28일이다.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출신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대표는 "개시 전 조사는 회사를 회생시키는 것보다 청산하는 편이 나은지를 확인하는 절차"라며 "자율 협의만 계속 기다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은 회사와 채권자가 자율적으로 협의하도록 하는 자율구조조정지원(ARS) 기간을 오는 14일까지로 연장한 상태다. 조사보고서 제출기한이 이보다 늦어 협의기간이 한 차례 더 연장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협상의 난이도는 높다. 회생 신청 당시 채권자목록 기준 환헤지 관련 채권 약 1650억원, 공모 회사채 3210억원, 사모사채 592억원, 여신대출 554억원 등 채무가 6000억원을 웃돈다. 회사는 이를 2031년까지 나눠 갚겠다는 구상이다.


소액주주도 지난해 말 기준 2만8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주인 동시에 미지급 배당금 227억원의 채권자이기도 하다. 공모 회사채 투자자와 환헤지·사모사채·대출 채권자의 이해관계도 서로 다르다. 결국 핵심은 회사가 제시한 5년 계획을 채권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영국 소송은 끝났지만, 제이알리츠를 둘러싼 본격적인 협상은 이제 시작된 셈이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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