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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통 금융사 ‘민원’ 해결창구된 금융샌드박스 [혁신없는 혁신금융]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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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규칙 개정 대신 '혁신금융서비스' 제도 활용
전체 지정 건수 절반 이상 금융사 '망분리'
블록체인 관련 지정 3%에도 못미쳐

2019년부터 시작된 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 사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전통 금융사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지정 사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시나 규칙 개정으로 규제를 완화할 수 있음에도 샌드박스를 이용해 민원을 해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금융규제 샌드박스 현황'에서 전체 1112건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건수 중 560건이 금융사 망분리와 관련이 있다. 이는 전체 건수의 50.4%다. 560건의 망분리 서비스 중 '클라우드 활용 소프트웨어(SaaS) 내부망 이용'은 366건이었으며 금융사 내부망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내부망 이용' 서비스 지정은 193건이다. 망분리란 금융사의 내부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물리적으로 분리해 외부 침입을 막는 규제다. 금융사는 망분리 규제로 생성형 AI를 업무에서 활용하기 어렵고 개발이나 테스트 분야에서 비효율적이라며 이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를 꾸준히 냈었다. 주식(국내 및 해외) 소수단위 거래 관련 지정도 54건이다. 주식 소수단위 거래도 대형 증권사의 대표적인 민원 중 하나였다.


특히 올해 금융업권 규제 완화와 관련 있는 서비스 지정이 많다. 올해 지정된 혁신금융서비스 114건 중 규제 완화 관련 서비스가 총 89건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망분리 44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관련 규제완화 30건, 카드사 및 협동조합 규제 완화 관련 15건이다.


반면 대표적인 혁신 기술로 분류되는 블록체인 관련 지정은 7년 동안 31건(조각투자·비상장주식 거래 등)에 그쳤다. 또 혁신금융으로 지정받고 제대로 서비스를 내놓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퇴직연금 자산을 자동으로 운용하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는 18개 금융사가 2024년 12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신청해 지정됐다. 이 중 10개 사만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나머지 8개 사는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았다.


혁신금융서비스 외 다른 방식으로 규제가 완화될 수 있음에도 금융사 민원 창구로 전락하고 정작 핀테크의 혁신적인 서비스가 소외당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를 들어 SaaS 내부망 이용의 경우 지난해 12월 대부분의 금융사가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해 서비스 지정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4월 전자금융감독규정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금융사가 내부 업무망에서 SaaS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시기의 문제일 뿐 규제가 완화될 예정인 서비스를 지정해 더 혁신적인 서비스가 지정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를 심사하는 심사위원들도 새로운 것 없이 대형금융사 망분리 해제 등을 샌드박스에서 굳이 심사해야 하냐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법령 개정 대신 혁신금융서비스로 몰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배타적 운영권 때문이다. 시행세칙이나 감독규정을 고쳐 규제가 완화하면 비슷한 금융사에 혜택이 모두 돌아간다. 하지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으면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따라 최대 2년간 배타적 운영권이 부여된다. 후발 주자들이 같은 서비스를 내놓을 수 없게 된다. 속도 차이도 있다. 법령 개정은 당정 협의부터 부처 간 조율, 법제처 심사, 입법 예고 등 거쳐야 할 관문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은 서류 제출 후 실무단 검토와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최대 120일 내 결론이 나온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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