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노사가 첫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 3주 만에 수정안을 최종 가결했다. 성과급의 현금 지급 비중을 조절하며 연착륙을 택한 셈이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가 잠잠해진 진원지와 달리, 산업계 전반은 오히려 '영업이익 N% 성과급'이라는 후폭풍에 휘말려 전방위 파업 리스크에 짓눌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마진 반도체 업종 특성상 성과급 비율과 현금 비중 조정이라는 노사 타협 카드가 작동할 여지가 있었다. 반면 뒤늦게 후폭풍을 맞고 있는 철강·전선·조선·항공 등 국가 기간산업은 기본적으로 원가와 고정비 비중이 커 영업이익 변동성에 취약한 저마진 구조다. 체질이 다른 기반 산업에 고마진 반도체식 '영업이익 N%' 배분 기준을 무리하게 입히려다 보니 산업 전체가 홍역을 치르는 모습이다.
정부의 어정쩡한 대응도 이 같은 갈등을 부추기는 분위기다. 노동 당국이 "경영성과급은 의무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는 행정 지침을 내렸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행정부 지침은 법원을 구속하지 못한다. 최근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넓게 인정하는 사법부 판결 흐름과 행정 지침 사이의 불확실한 구조 속에서, 기업이 지침 하나 믿고 결단을 내리기는 부담이 크다.
현장에서는 교섭 안건의 경계가 모호한 점을 활용해 법적 의무 교섭 대상인 '기본급 및 임금 교섭'과 성과급 요구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다루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겉으로는 '임금 협상'을 명목으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뒤, 실질적으로는 '영업이익 N% 배분'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교섭이 장기 공전하는 양상이 되풀이된다.
여기에 현행 조정 제도의 한계가 더해진다. 노조가 성과급 안건을 기본급 요구에 얹어 신청하더라도, 노동위원회는 형식상 기본급 미합의를 이유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노동 당국은 지침으로 성과급 쟁의를 막겠다는데, 정작 법적 조정 절차에서는 교섭 적격성을 엄격히 가려내지 못한 채 쟁의권이 부여되는 제도적 형용모순이 현장에서 벌어지는 셈이다.
다른 산업 강국들은 경영권을 침해하는 쟁의행위에 분명한 선을 긋는다. 미국은 의무 교섭 대상과 자율 교섭 대상을 엄격히 구분하고, 순수 경영권이나 사업 구조조정 등을 겨냥한 쟁의행위에는 강한 법적 제한을 둔다. 독일 역시 단체협약 체결 목적을 벗어난 쟁의행위를 법원 판례를 통해 엄격히 제한한다.
정부가 성과급 갈등 방치를 끝내려면 실효성 없는 지침을 넘어 법률적 차원의 명확성을 확보해야 한다. 입법부와의 협력을 통해 노동조합법상 교섭 대상의 범위와 우회적 쟁의행위에 대한 정교한 보완 입법에 즉시 나서야 한다. 어정쩡한 행정 지침 뒤에 숨은 방치가 계속된다면, 법적 불확실성의 불길은 결국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동맥을 끊어놓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