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자 강병선 지분 41.5% 매물로
출판계 "문학 아는 자본 있나" 술렁
아마존에 밀리던 미국 반스앤노블
헤지펀드 인수 후 매장 증가 등 재기
문학동네의 창립자이자 최대주주인 강병선(필명 강태형) 전 대표가 보유 지분 41.5% 전량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이번주 출판계가 술렁였다. 국내 최대 단행본 출판사인 문학동네는 지난해 매출 368억원을 올렸고,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내왔다. 매각가는 수백억원대로 추정된다.
출판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지만, 이번 매각 배경은 단순히 수익성 악화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강 전 대표 측은 현 출판 시스템과 별개로 디지털·IT 콘텐츠 분야 투자를 위해서는 대자본이 필요하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출판계는 "문학과 출판을 제대로 이해하는 자본이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계간 문예지는 어떻게 만들어도 적자고, 세계문학전집도 단기 수익과는 거리가 멀다. 돈 계산만 하는 주인이 오면 이런 것부터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던 회사가 자본시장에 나오는 일은 종종 있다. 그중에서도 북미 최대 서점 체인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아마존에 밀려 무너지던 이 회사는 2019년 행동주의 헤지펀드에 팔렸고, 현지 출판계에서도 지금 한국과 비슷한 우려가 쏟아졌다. 서점은 유통업, 출판사는 콘텐츠 제작업이라 엄밀히 하자면 업종은 다르다. 그럼에도, 종이책으로 버텨온 회사에 자본이 들어온 뒤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들여다볼 지점이 있다.
아마존에 밀려 매장 1011개→627개…헤지펀드가 망해가는 서점을 샀다
반스앤노블은 방대한 재고와 할인을 무기로 동네 서점을 밀어내며 1998년 매장 1011개까지 늘렸다. 그러나 아마존이 똑같은 전략을 온라인에서 더 싸게 해내면서 매출이 꺾이기 시작했다.
반스앤노블은 2009년 전자책 단말기 '누크(Nook)'를 내놨지만, 이번엔 아마존의 킨들에 밀렸다. 한때 연 10억달러에 육박하던 누크 매출은 2019년 1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전전긍긍하던 상황이 이어지며 매장 안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앞자리를 장난감과 팬시 상품이 차지했고, 그 자리를 다시 누크 판매대가 밀어냈다. 책을 보려면 이것들을 지나쳐야 했다.
2013~2018년 CEO가 다섯 번 바뀌었고, 2018년에는 정규직 1800명을 내보냈다. 매장은 627개로 줄었다. 2019년 매각 당시 반스앤노블은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수준이었고, 회사는 연간보고서에서 "실적 부진의 주된 이유는 매장 방문객 감소"라고 인정했다.
이 회사를 2019년 6억830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8000억원)에 사들인 곳이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다. 사양산업의 대표주자가 '탐욕 자본'으로 불리는 곳에 넘어가자 미국에서도 시선이 곱지 않았다.
본사가 정하던 책 진열, 매장 직원에게 넘겼더니…10년 만에 개점이 폐점 앞질러
새 CEO는 제임스 던트(James Daunt)였다. 영국 서점 체인 워터스톤스를 살려낸 인물로, 자기 이름을 단 독립서점 '던트북스'를 운영하던 서점 주인 출신이다.
던트는 모든 매장이 똑같아 보이도록 만드는 기존 운영 방식을 뒤집었다. 어떤 책을 손님에게 보여줄지, 어떻게 진열할지를 본사가 아니라 매장 직원들이 직접 판단하게 했다. 어떤 매장은 아동서가 강하고, 어떤 매장은 2차 대전이나 미국 독립전쟁 책이 많은 식으로 색이 갈렸다. 출판사가 돈을 내고 좋은 자리에 책을 깔던 관행도 없앴고, 서점을 실내 잡화점처럼 만들던 각종 상품도 걷어냈다.
인수 당시 반스앤노블 직원 대부분은 시간제였다. 던트는 복리후생 기준을 넘지 않게 관리해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이 숙련된 서점원을 키우는 것과 어긋난다고 봤다. 신임 점장은 거의 전부 내부 승진으로 채웠다.
마침 호의적으로 변한 시장 환경도 무시할 순 없다. 미국 인쇄책 판매량은 2021년 8억2570만권으로 전년보다 8.9% 늘었고, 2025년에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다. 틱톡의 도서 추천 커뮤니티 '북톡(BookTok)'이 젊은 독자를 서점으로 불러들인 영향이 컸다.
반스앤노블은 2024년 57개, 2025년에는 60개 넘는 매장을 새로 열어 총 700개를 넘겼다. 회사는 "2024년 한 해에 연 매장이 2009~2019년 10년간 연 것보다 많다"고 밝혔다. 2026년에도 60개를 더 열 계획이다. 엘리엇은 반스앤노블과 워터스톤스를 묶은 기업공개(IPO)까지 검토하고 있다.
문학동네, 인수 후보군 여럿 거론되지만…일부 주주 매각 반대
문학동네는 1993년 설립 이후 글항아리·교유서가·난다·엘릭시르 등 20여개 임프린트 브랜드(한 출판사가 분야별로 운영하는 별도 브랜드)를 두고 역사·철학·과학·예술 분야로 영역을 넓혀왔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소설과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가호'의 판권도 문학동네가 갖고 있다.
문학동네의 인수 후보로는 출판업이 아닌 콘텐츠 기업들이 거론된다. 일부는 강 전 대표 지분을 넘어 100% 매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타 주주 51.8%는 창립에 참여한 문인과 평론가들이 나눠 갖고 있다. 이들이 모두 매각에 동의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일부 주주는 매각에 반대하며 다른 방식의 체질 개선을 찾아보자는 의견을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