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빅테크 올해 이미 2570억弗 발행…작년의 1.6배
국채와 투자 자금 놓고 경쟁
장기금리 하락폭 제한할 수도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미국 장기채 시장에도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 등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려는 빅테크들이 만기가 긴 회사채를 대거 발행하면서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에 민간의 자금 조달까지 겹치면서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을 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채에서 민간으로 확산하는 채권 장기물 공급이 늘어나는 점을 주목했다. 이미 주요 빅테크·AI 관련 기업의 회사채 발행액은 2023~2024년 연평균 약 530억달러에서 지난해 1580억달러로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2570억달러를 기록했다. 8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발행액의 약 1.6배를 채운 셈이다.
주목할 점은 발행 물량이 장기 만기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처럼 장기간 운영하는 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은 금융비용을 예측하기 쉽도록 장기 고정금리 자금을 선호한다. 이에 따라 시장이 떠안아야 하는 금리변동 위험은 단순한 발행액 증가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이를 이해하는 지표가 '듀레이션'이다. 금리가 변할 때 채권 가격이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듀레이션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같은 금액을 투자해도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 하락 위험이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연구진은 지난 2월 분석에서 올해 AI 관련 투자등급 회사채가 3000억달러 발행될 경우, 그 금리위험이 최대 3600억달러의 10년 만기 국채 발행과 비슷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회사채가 늘어나는 일이 국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두 시장의 투자자층이 일부 겹치기 때문이다. 보험사와 연기금 등은 장기 국채와 우량 회사채의 수익률·위험을 비교해 자금을 배분한다. 빅테크 회사채가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면 국채의 상대적인 매력은 낮아질 수 있다. 국채와 회사채가 동시에 쏟아지면 이를 소화할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해지는 식이다.
장기금리를 움직이는 '기간 프리미엄'도 이 과정에서 중요해진다. 장기간 채권을 보유하며 금리변동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투자자가 요구하는 추가 보상이다. 시장이 흡수해야 할 장기채가 많아지고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투자자는 더 큰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이 그대로여도 장기금리가 올라갈 수 있는 이유다.
공모 회사채 발행 통계에 잡히지 않는 금리위험도 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은행이나 사모대출 시장에서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뒤 금리스왑으로 이자 부담을 고정할 수 있다. 변동금리를 받는 대신 고정금리를 지급하는 계약을 붙이는 방식이다. 사업자는 비용을 안정시키지만 거래 상대방 등 시장의 다른 참여자가 장기 금리위험을 떠안게 된다. 보고서는 이런 '합성 듀레이션'도 장기금리 수급에서 살펴야 할 변수로 꼽았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장기 듀레이션 공급이 늘어난다면, 높은 금리로 경기와 물가가 둔화하면서 시장이 예상하는 향후 기준금리 경로도 낮아지고 장기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며 "다만 장기채 공급 부담이 이어지면 기간 프리미엄이 금리 하락 폭을 제한하면서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커져도 장기금리가 기대만큼 내려오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