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서며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실질 유가 측면에서 볼 때 당장 경기 침체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유가 급등에 따른 수요 파괴(경기 침체)를 경고하는 등 유가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 유가 수준이나 곡물·비료 가격 추이를 고려할 때 즉각적인 침체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중동 공급망 사태 격화와 러시아 석유 생산 시설 조업 차질, 연말 유동성 효과 등이 맞물리며 내년 유가의 사상 최고치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제마진(Crack Spread) 급등으로 인한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 압력도 누적되는 상황이다.
단순 유가 상승만으로 경기 침체가 유발되지는 않는다는 의견이다. 최 연구원은 "물가를 환산한 실질 유가로 보면 2005~2007년, 2009~2013년이 지금보다 높았음에도 즉각적인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 않았다"면서 "석유 소비국들만을 대변하는 IEA의 주장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라고 짚었다.
높은 에너지 가격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야기해 미래에 경기 침체를 유발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그 과정에서 필수적인 조건이 있다. 바로 밥상 물가의 핵심인 비료와 곡물 가격 상승이다. 최 연구원은 "천연가스·석탄과 이를 원료로 하는 질소계 비료 가격이 아직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들지 않아 침체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에너지 가격 상승은 비료를 움직이고 이것이 농가에 비용 부담을 일으켜 후행적으로 애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이다. 과거 경기 침체 직전을 살펴보면 비료와 곡물 가격 상승이 발생했던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경기 둔화 시점을 예측하는 핵심 지표로 유가 대신 금·구리 비율(Gold/coper Ratio)을 제시했다. 안전자산이자 대표적 헷지 수단인 금은 주식 등 경기 선행 자산보다 4~6개월 먼저 유동성을 반영하는 특성이 있다.
최 연구원은 "이같은 선행성을 지닌 금·구리 비율을 경기의 현 위치를 나타내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와 비교해 보면 내년 7~9월경 고점에 도달한 후 둔화를 예상할 수 있다"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사이클이 강화된다면 추후 발생할 침체 구간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한 점에서 오늘날 급등한 유가를 근거로 경기 침체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어 "원자재 관점에서 지금은 경기 사이클에 기반해 적극적인 섹터 로테이션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