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 빅테크 AI 결합 확대
속도 빠르다고 임상 성공 보장 안 돼
핵심 자산은 '독자 데이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 주도권 경쟁이 분석 알고리즘에서 '독자적 실험 데이터' 확보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분석과 실제 실험을 연결하는 시스템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며 "AI 시대엔 기존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실험 데이터를 직접 생성해 활용하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분석했다.
빅파마, AI 거인들과 '손잡기'…데이터 선순환 시스템 구축
글로벌 빅파마들은 AI 기술을 연구개발(R&D) 효율화의 핵심 열쇠로 보고 빅테크와의 협력을 전방위로 확대 중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사이언스'를 연구개발 일부 업무에 시험 적용하기로 했고, BMS는 '클로드 엔터프라이즈'를 글로벌 운영 전반의 공통 AI 플랫폼으로 도입했다. MSD는 구글 클라우드와 최대 10억달러 규모의 협약을 맺고 축적된 데이터 활용에 나섰다.
단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실제 실험과 AI를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선순환 구조도 활발하게 구축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일라이릴리와 엔비디아는 AI 분석과 실험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5년간 최대 10억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며 "실험 결과를 AI가 학습해 다음 실험을 더 정교하게 설계하게 만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AI로 후보물질을 찾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서 임상 성공률까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과 효능은 별도로 검증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결국 현장 연구 경험과 검증된 실험 역량을 AI와 제대로 결합하는 기업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는 평가다.
국내 기업의 반격…자체 플랫폼과 데이터 풀 확장 전략
이 같은 변화는 특정 질환과 약물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아온 국내 바이오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자체 데이터를 체계화하고 대학·병원 등과의 공동연구로 데이터 풀(Pool)을 넓히면 독자적인 AI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서다. 과거에 실패했던 실험 데이터조차 향후 연구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핵심 자산으로 재탄생할 것이란 기대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자체 플랫폼 'HARP-PSAR'에 펩타이드 설계 경험과 후보물질의 활성·선택성 실험 데이터를 결합해 비만 후보물질 'HM17321'을 발굴·최적화했다.
외부 플랫폼과의 결합 사례도 늘고 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AI 신약개발 기업 갤럭스(Galux)의 AI 설계 기술과 자사 항체 플랫폼을 결합해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프로티나는 AI 항체 설계 플랫폼(AbGPT-3D)과 대규모 실험 검증(SPID)을 연계해 항원 상호작용 데이터를 AI에 반영하는 구조를 갖췄고,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공동기술개발 및 기술이전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이 연구원은 "독자적 데이터와 실험 역량을 갖춘 기업은 AI 기업의 연구 파트너로서 협력 기회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이 같은 데이터 경쟁력이 글로벌 제휴와 기술이전 등 사업적 성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