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C 전력 수급 격차 268GW"
AIDC 구축 1~3년·전력망 확장 5~15년
K전력 수주잔고 적체…슈퍼사이클 2.0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인공지능(AI) 서버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의 전력 공급 병목도 심화하고 있다. 이에 뛰어난 기술력과 빠른 납기 대응력을 갖춘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로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전력청들의 주문이 몰리고 있다. 업계에선 다가오는 글로벌 '전력 기근'이 K전력 기업들의 기록적인 실적 훈풍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30년 전력 수급 격차 268GW… 미국만 170GW 펑크"
26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용량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161기가와트(GW)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도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의 지속적인 설비투자(CapEx) 확대와 전체 서버 출하량 증가에 힘입어 연 30% 이상의 가파른 전력 수요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전력 폭증의 핵심 동인은 단연 AI 서버다. 과거 데이터센터 전력의 40% 수준을 차지하던 일반 서버의 비중은 내년 25.6%까지 감소하는 반면, AI 서버 전력 비중은 지난해 25%에서 올해 33.4%, 내년에는 40%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전력망(그리드) 공급 확장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점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부터 데이터센터 전력 수급 불균형이 시작되고, 2028년 이후 격차가 급격히 벌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203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용량은 490.7GW에 달하지만, 전력망이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은 222.6GW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268GW에 달하는 전력 수급 격차가 발생한다. 이는 한국 표준형 원자력발전소 약 270대가 생산하는 전력이 통째로 모자라는 규모다.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집결지인 미국의 경우 2030년까지 전력 수급 격차가 170GW를 상회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건립에는 1~3년이 소요되지만, 초고압 전력망 구축과 인허가에는 5~15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초고압 변압기의 70% 이상은 내구연한(30~40년)을 초과한 노후 설비다.
이 때문에 빅테크들은 전력망 접속을 무작정 기다리는 대신 부지 내에 자가 발전소를 짓는 '구내 자가 발전'을 도입하거나 전력 손실을 극소화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및 800V 직류(DC) 아키텍처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히타치, 지멘스 에너지 등 글로벌 전력 업체들이 이번 전력 인프라 호황을 2030년을 넘어 최소 2035년까지 이어지는 '슈퍼사이클 2.0'이 될 것으로 내다 본 이유다.
일감만 3~4년 치 적체… K전력기기 '초고마진' 호황 진입
이 같은 글로벌 '전력 기근' 현상은 역설적으로 국내 전력기기 및 전선 기업들에 사상 최대의 실적 레버리지를 안겨주고 있다. 글로벌 전력망의 공급 제약 속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과 엄격한 품질, 신속한 납기 대응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로 주문이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상반기 기준 수주 잔고가 12조3105억원에 달해 연간 매출의 3배에 육박하는 일감을 확보했다.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25.0%를 기록하며 제조업 최상위 수준의 수익성을 입증했다. 울산 및 미국 앨라배마 공장 증설과 함께 청주 '스마트 배전 캠퍼스'를 가동하며 초고압 변압기부터 중저압 배전기기까지 공급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중이다.
LS일렉트릭은 AI 데이터센터 내부 배전 솔루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 2분기 매출 1조5770억원의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연간 신규 수주 목표를 6조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미국 유타 공장 증설을 통해 현지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차세대 800V DC 전력망용 반도체 변압기(SST)와 반도체 차단기(SSCB) 상용화 기술을 확보해 기술 장벽도 구축했다.
효성중공업은 중공업 부문 수주 잔고만 17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미국 현지 초고압 변압기 생산 거점인 멤피스 공장에 더해, 미국 1위 전력 EPC 기업인 콴타 서비스와 초고압 차단기(GCB)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현지 '변압기·차단기' 턴키 공급 체계 구축을 마쳤다.
AI 데이터센터에 자가 발전용 연료전지를 공급하는 산일전기는 37.8%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며 안산 2·3공장 증설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진전기 역시 해외 중전기 수주 잔고 10억4000만달러를 바탕으로 홍성 공장 증설 효과를 얻고 있다. 대한전선은 4조원을 돌파한 수주 잔고와 해저 2공장 건설, 포설선 확보를 통해 초고압 HVDC 해저케이블 턴키 사업자로 거듭나는 중이다.
이상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와 AI 데이터센터 폭증이라는 '이중 분모'가 글로벌 전력 인프라 성장을 강하게 견인하고 있다"며 "글로벌 전력 공룡들이 업황 정점 시기를 기존 2030년에서 최소 2035년까지로 재평가한 만큼, 보수적인 증설 기조 속에서 2030년 이후에도 강력한 공급자 우위 시장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