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총재, 연설서 AI 독점·무기화 우려
각국, 소버린 AI 사활 걸어
데이터센터 투자 확산
미국과 중국 중심의 인공지능(AI) 기술 독점이 심화할 경우 유럽을 비롯한 비 AI 강국의 산업 전체가 강력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AI 무기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소버린 AI 인프라 구축과 미국 이외 지역에서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회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틱 워크플로'가 경제 시스템의 통제권을 갖게 될 것"이라며 "서서히 인간에서 AI로 사회의 통제권이 넘어가는 변곡점에 가까워진다"고 분석했다.
AI 기술 무기화 우려…'소버린 AI' 사수가 과제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달 연설을 통해 미국과 중국 중심의 AI 기술 개발이 유럽에 가져올 잠재적 리스크를 경고했다. AI가 국경 세관 검사, 세무 감사, 병원 환자 모니터링 등 사회 핵심 분야에 깊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핵심 AI 기술 접근이 차단되거나 이용 조건이 변경되면 그 충격이 전 산업 부문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소프트웨어에 대한 종속은 데이터 유출이나 이용 비용 발생 수준에 그쳤다. 반면 AI는 대규모 자본이 필수적이며 기술이 잠재적으로 '무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의 차원이 다르다.
정 연구원은 "AI에 있어 프론티어 모델과 인프라에 대한 주도권을 비유럽(미국, 중국) 기업들이 갖게 된다면 특정 산업이 아닌 전 산업에서 강력한 협상력을 갖추고 유럽을 압박할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각국이 자체 데이터센터와 독자적 AI 체계를 뜻하는 '소버린 AI'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유럽은 현재 자체 수요를 감당할 데이터센터 구축이 부족해 이대로 방치할 경우 10년 내 미국과의 격차가 6배 이상 벌어질 위험에 처해 있다.
"국내외 데이터센터 사업자 관심 필요"
이를 극복하려면 단순한 기가팩토리 건설을 넘어선 초고속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며, 향후 10년간 6000억유로(약 928조원) 규모의 자본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 연구원은 "외부 AI 사업자의 기술 차단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충분한 퀄리티의 자체 LLM(거대 언어 모델) 개발 또한 필수적일 것"이라며 "AI 시대에 단순한 AI 서비스의 소비국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 소버린 AI 인프라를 전반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필요해졌음을 암시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투자도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AI가 데이터 처리 시 소비하는 기본 단위인 '토큰(Token)' 수요가 국가 차원의 자율형 AI 도입과 맞물려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와 기업의 AI 활용도 자체가 늘어나며 대규모 데이터센터 확보는 필수 과제가 됐다.
한국도 같은 위기의식을 안고 있는 만큼, 국내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의 사업 기회 또한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정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유사한 트렌드가 확인될 것이며 이에 대응하는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의 사업 기회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며 "데이터센터 기업들에 장기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