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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엘리엇 피해 맞다"…ISDS 韓정부 다시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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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지위 무관 정부 개입 인정
"개입 없었으면 합병 반대했을 것"
배상액 4850만달러→1.13억달러로 늘어나

한국정부가 2015년 삼성물산 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손해를 입혔다고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부가 다시 인정했다. 한국정부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개입하면서 엘리엇에 손실을 입혔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 그룹 역사상 가장 중대한 거래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둘러싼 긴 분쟁이 연장될 전망이다.


1일 엘리엇은 중재판정부가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 자료를 냈다. 엘리엇은 "중재판정부가 추가 판정을 통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하고 엘리엇에 손실을 입혔음을 재확인했다"며 "한국 정부가 원 판정에 불복하고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결국 모두 실패했으니, 이제는 중재판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중재판정부는 2023년 6월 내린 원 판정에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도록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FTA 협정 위반으로 삼성물산의 소수주주였던 엘리엇이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고 봤다.


이번 추가 판정은 영국 고등법원이 지난 2월 원판정 일부를 취소하고 사건을 중재판정부로 돌려보내면서 이뤄졌다. 영국 법원은 국민연금이 국가 기관이며, 찬성 자체가 정부의 행위라는 원 판정의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와 복지부의 개입 자체는 인정하고, 이 개입이 실제 손해를 야기했는지 판단하도록 환송심리 조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엘리엇 측은 "영국 법원은 국민연금의 법적 지위와 무관하게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손해를 입혔는지 여부를 명확히 하도록 한 것"이라며 "중재판정부는 대한민국의 위법한 개입이 없었다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그룹 역사상 가장 중대한 거래에 대한 8년간의 분쟁이 연장될 전망이다. 이 합병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경영권 승계 과제를 해결하며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지만 다시금 잡음이 불거지게 됐다.


또한 우리나라 정부에도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정에 배상액에는 손해배상액과 누적 이자, 법률·소송 비용이 포함됐다. 당초 엘리엇은 7억7000만달러 규모 배상을 청구했으나, 2023년 중재판정부는 4850만달러와 2015년 7월부터 발생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이후 이 금액을 이번에는 1억1300만달러(약 1535억원)로 재산정했다.


엘리엇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국내 주주들과 국민연금 가입자들 역시 피해를 봤다"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국 자본시장이 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겪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재벌 비호의 시대'의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판정 내용을 검토하며 배상금을 지급할지, 다시 판정 취소 절차에 나설지 논의 중이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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