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백옵션·수수료 에스크로 등 주관사 책임 강화
상장 후 실적 달성률 등 해마다 비교 공시
추정 실적을 근거로 공모가를 산정한 코스닥 상장 기업이 목표를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모가 뻥튀기' 상장을 막으려면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장치를 도입하고, 실적 추정의 근거와 가정을 투자자에게 더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확대하는 것은 주관사의 공모가 산정 책임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모든 기술특례상장에 일률적으로 1년 이상 적용하기보다는 추정 실적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나 위험도가 높은 기업에 차등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풋백옵션은 공모주 투자자가 일정 기간 안에 주식을 주관사에 되팔 수 있는 권리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풋백옵션 기간 연장에 대해 "공모가 부풀리기 억제에 유효하다"며 "다만 실적 미달 원인을 따져 선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도와 제재만으로는 시장을 규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관사에 대한 시장의 견제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투자자 구조가 단기 차익에 치우친 탓이라고 봤다.
주관사가 받는 인수 수수료의 일부를 일정 기간 묶어 뒀다가 기업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수수료 유보(사후 지급) 방식은 책임성 강화의 일환으로 검토 가능하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기업공개(IPO) 인수 수수료의 20~30%를 1~2년간 에스크로로 묶어 실적과 연계하는 방안도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본다"며 "주관사가 상장 당시 공모가를 높게 평가할수록 향후 수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주관사가 기업의 실적 전망을 더욱 보수적이고 객관적으로 작성할 유인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수수료 유보는) 사후 책임 강화에 도움이 된다"며 "실적 달성률뿐 아니라 실사·공시의 충실도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IPO 실적 백서' 도입도 거론된다. 상장 후 수년간 추정 실적과 실제 실적을 주관사별로 비교공시하자는 구상이다. 괴리가 클 때 주관사에 내리는 업무정지 등 행정 제재에는 정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단서가 붙는다. 김 교수는 "'IPO 실적 백서'는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상장 당시 추정 매출·영업이익과 실제 실적을 3~5년간 비교해 공개하면 주관사별로 어느 정도 정확하게 기업을 평가했는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검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재에 대해서는 "추정치와 실제 실적의 괴리율이 70~80%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주관사 업무정지를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신기술 기업은 시장 상황이나 기술개발 일정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주관사별 추정의 신뢰도를 공개하는 데 찬성한다. 최초 추정치와 미달 원인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면서도 "괴리율만으로 제재하기보다 허위기재·실사의무 위반을 확인해야 하고, 현행법상 업무정지는 6개월 이내로 1년 확대에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실적 추정의 핵심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 투자자와 기업 사이의 정보 불균형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교수는 "투자자가 검증할 수 있도록 실적 추정의 핵심 근거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며 "수주계약이 실제 체결됐는지, 계약 규모와 납품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예상 원가율과 생산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공개하고 영업비밀이나 거래상 비밀에 해당하는 부분은 세부 내용을 가린 뒤 핵심 수치와 검증 가능한 근거를 공개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단순히 '향후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식의 전망보다 계약·수주·생산능력·납품 일정·시장점유율 등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매출 추정치를 산출하도록 표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 교수는 "확정계약과 예상수주를 구분하고 매출 인식 일정·원가 가정을 공개해야 한다. 영업비밀은 독립기관의 비공개 검증으로 보완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숫자 자체보다 가정과 시나리오를 밝히는 일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 연구위원은 "결과값만 얘기한다면 그것만 믿고 판단하는 건 투자자들에게 어려울 수도 있다"며 기관도 예외가 아니라고 봤다. 이어 "예측의 근거가 되는 시나리오는 어떤 가정하에서 이렇게 나올 수 있고 그보다 조금 떨어질 수도 있는 여지도 얘기할 수 있다면 정보로서 책임감을 주게 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가정이 틀려서 실적이 안 나오는 거라면 이해될 수 있다. 예측치가 안 맞은 이유를 알 수 있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조금 더 주관사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과 주관사가 상장 당시 제출한 가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시장이 검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상장 당시의 추정 실적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기업과 주관사가 각각 어떤 자료를 제출했고 어떤 가정을 통해 공모가를 산정했는지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주관사별로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상장 후 1·3·5년 실적 달성률, 부실화 비율, 투자자 수익률 등을 지속적으로 비교공시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시장이 주관사의 기업 선별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결국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의 시각이 모인다. 혁신기업의 상장 길은 막지 않으면서 부실한 추정에는 책임이 뒤따르게 하자는 취지다. 김 교수는 "기술특례상장은 혁신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을 돕기 위한 제도인 만큼 상장을 어렵게 만드는 것보다 부실한 추정과 과도한 공모가 산정에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기업의 성장 가능성은 열어두되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으로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구조는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제재로 시장을 다 규율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조심스럽지만 규제의 필요성은 동감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