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면적 3.2배, 머스크 테라팹 착공
국내 전·후공정 장비사 대형 수주 가시화
HPSP·한미반도체 등 공급망 선점
인공지능(AI) 칩 자체 조달을 노리는 일론 머스크의 '테라팹'이 마침내 첫 삽을 뜨면서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에 본격적인 수주 기회가 열리고 있다. 반도체 제조 경험이 부족한 '머스크 생태계'가 기술 검증을 마친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을 초기 파트너로 낙점하면서 장기 수혜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3일 관련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와 재산세 감면 및 경제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테라팹 착공에 들어갔다. 테라팹의 제조 공간(연면적)은 약 930만㎡로 여의도 토지 면적의 3.2배에 달한다. 완공 시 총 투자 규모는 최대 1190억달러(약 16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테라팹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 스페이스X, xAI 3개사가 공동 추진하는 초거대 수직계열화 반도체 프로젝트다. AI 칩 공급 부족 해소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컴퓨팅 수요 대응을 위해 반도체 제조부터 첨단 패키징·테스트까지 단일 거점에서 통합 처리하겠다는 구상이다. 테라팹은 기존 반도체 팹과 달리 연간 생산 능력을 웨이퍼 투입량 대신 완성된 AI 연산 시스템의 전력 규모인 '1TW(테라와트)'로 정의했는데 이는 현재 미국 전체 평균 전력 수요(0.5TW)의 두 배에 달한다.
아직 골조물도 올라가지 않은 건설 초기 단계이지만,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은 핵심 공급망을 잇달아 선점하며 수주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
전공정 분야에서는 고압수소어닐링(HPA) 독점 기업인 HPSP가 테라팹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HPSP는 테슬라가 텍사스 오스틴 본공장 인근에 조성 중인 선행 연구 팹에 내년 상반기 고압수소어닐링 테스트 장비 인도를 확정한 상태다. HPA는 고온·고압 환경에서 수소를 주입해 초미세 반도체 트랜지스터 게이트의 계면 결함을 치유하고 수율을 향상하는 핵심 전공정 기술이다.
후공정(첨단 패키징) 분야에서는 글로벌 열압착(TC) 본더 1위 한미반도체가 기수로 나섰다. 테라팹은 인텔의 첨단 패키징 기술인 'EMIB'를 핵심 아키텍처로 채택했는데, 한미반도체가 이 EMIB 패키징용 본더 공급사로 거론되고 있다. 과거 한미반도체는 스페이스X 상장 초기 500억원을 전략적으로 투자하며 관계를 다진 바 있다. 한미반도체는 대규모 수주에 대응하기 인천 주안국가산업단지에 1300억원을 투입해 8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이밖에 나노 계측 장비 분야의 파크시스템스, 전공정 식각 장비의 피에스케이 등 인텔 공급망에 속한 국내 소부장 업체들도 테라팹 수혜 물망에 올랐다.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머스크 생태계는 반도체 제조 경험이 부족한 만큼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가격보다 기술력과 양산 안정성이 검증된 최상위 장비를 우선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텔 공정 적용 경험을 보유한 장비업체가 유리하고, 파일럿 단계부터 공급사로 선정된 기업은 장기간 대규모 수주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의 주도권 경쟁이 반도체 생산능력 자체를 직접 통제하는 수직계열화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테라팹 프로젝트는 대규모 자본 투자와 내부 물량이 담보된 만큼, 초기 공정 구축을 담당할 전·후공정 장비업체들에 전례 없는 수주 기회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