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래소 OKX·뉴욕증권거래소 '맞손'
24시간 연중 무휴…엔비디아 등 거래 가능
한국은 이제야 세부 규정 만들어
실증 위한 조각투자 시장 개장도 연기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가 뉴욕증권거래소와 합작해 토큰화 주식 발행에 나선다. 24시간 동안 엔비디아·테슬라 등 주식을 거래하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유럽에서도 수년 전 거래소가 만들어져 거래가 활발하다. 반면 한국은 이제야 세부 규정이 만들어지거나 초기 단계인 조각투자 모의시장 개장도 밀리는 등 상품 거래까지 뒤처진 모양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OKX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미국 내 토큰화 주식 거래 플랫폼 추진 관련 계획을 통지했다. 이를 위해 OKX는 지난 6월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회사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와 합작법인 OKXICE를 설립했다. 공동 의장에는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가 이름을 올렸다. OKX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의 지분 20%를 가진 공동 3대 주주 중 하나다.
OKXICE는 60여 개 미국 상장기업 주식의 토큰화 거래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토큰 주식 지원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은 엔비디아·테슬라·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을 일컫는 매그니피센트7(M7)이다. 이외에도 JP모건·골드만삭스 등 전통 금융사를 포함해 코인베이스·서클·로빈후드 등 가상자산 기업, 월마트·넷플릭스 등 다양한 기업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용자는 테더(USDT), 서클(USDC) 등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거래한다. 다만 위 기업들의 참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상장사는 플랫폼으로부터 최소 30일 전에 거래 동의 요청을 통보받고 토큰화 거래를 거부할 수 있다.
해당 플랫폼 이용자는 정해진 장 운영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주말이나 공휴일 없이 24시간 실시간으로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즉각적인 매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호가창 거래에서는 매수자와 매도자의 희망 가격이 일치할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플랫폼은 블록체인 기반 유동성 풀을 상대로 거래하기 때문에 체결 대기 시간 없이 즉각적인 매매가 가능하다. 또 실제 대금 결제와 증권 인도가 완료되기까지 2~3영업일이 소요되는 기존 시장과 달리 거래와 동시에 대금 결제가 완료되는 실시간 정산 이점도 누릴 수 있다. 고가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쪼개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으며 플랫폼 내 토큰화 주식은 실제 주식과 1대1로 담보되는 만큼 배당과 의결권 등 기존 주식 권리도 가질 수 있다.
이번 사례가 토큰화 주식 발행의 첫 사례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 SEC 제도권 아래에서 미국 대표 주식 거래소와 가상자산 거래소가 공식 절차를 거쳐 거래를 시작한다는 게 특징이다. 기존에는 규제를 우회한 장외 파생상품 형태로 토큰화 주식이 거래됐기 때문이다. 탈중앙화 거래소인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는 주요 미국 주식 및 지수를 무기한 선물 계약 형태로 상장해 레버리지 거래를 지원한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2021년 4월 코인베이스·애플 등 실제 주가와 연동된 토큰화 주식을 선보였다가 독일·영국 등 금융당국의 현지 영업 중단 명령에 따라 3개월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OKXICE의 경우 SEC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혁신 면제'를 활용한다. 토큰화 주식 거래 플랫폼이 거래소로 등록하지 않고 5년간 토큰화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게 골자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에서는 주식 외 토큰화 채권 발행이 활발하다. 스위스 국립 증권거래소(SIX) 그룹 산하 SDX(SIX Digital Exchange)가 대표적이다. SDX는 분산원장 기반으로 증권을 직접 발행 및 매매하는 정규 증권거래소다. 제도권 금융당국(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의 정식 승인과 함께 중앙예탁기관 라이센스를 동시에 받은 세계 최초 사례다. SDX는 2021년 1억5000만 스위스프랑(약 2410억원) 규모의 디지털 채권을 발행했으며 지난 8월 아프리카금융공사 디지털 벤치마크 채권을 3억5000만 스위스프랑 규모로 발행하면서 누적 발행 규모가 18억3000만 스위스프랑(약 3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한국은 이제야 세부 규정을 만들고 있다. 이달 1일 금융위원회가 내년 2월 시행을 앞둔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 하위법규를 입법 예고했다. 이를 통해 토큰증권화가 가능한 증권 범위에 주식·채권·펀드를 포함했다. 하지만 기본 틀을 마련했을 뿐 구체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실제 사업 범위는 시행령과 감독규정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라며 "하위법규 위임사항은 입법예고와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며 투자계약증권 유통과 온체인 결제 등 일부 과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청약대금의 보관이나 증권·대금의 동시결제 등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기존 결제 인프라와의 연계가 필요한데,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온체인 결제가 초기 제도에 바로 도입되지 않고 금융당국이 밝힌 토큰증권 인프라 구축의 마지막 단계인 3단계 과제로 추진되는 점이 아쉽다는 평가다.
거래 실증을 할 수 있는 시장 개장도 늦춰졌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조각투자 상품 거래를 위해 준비했던 신종증권 시장 개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조각투자는 토큰증권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시스템 테스트를 위해 이달 6일부터 6주간 운영하기로 했던 모의 신종증권시장 개장을 상당 기간 연기했으며 이에 다음 달 16일이었던 정식 시장 개장 일정도 미뤘다. 신종증권이란 기존 정형화된 주식·채권과 다른 비정형적 권리를 증권화한 것이다. 모의 시장에서는 미술품·가축·저작권 등을 신종증권 형식으로 거래할 예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