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일렉트릭 천안사업장 DC 팩토리 가보니
직류↔교류 변환단계 줄여 전력 손실↓
전력 효율 개선 실증 데이터에 빅테크 눈독
14일 찾은 LS일렉트릭 천안사업장. 정문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컨테이너 형태의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8월 차세대 전력변환장치(PCS) 'G2'를 처음 출하하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세계 최초의 '직류(DC) 팩토리'다. 한국전력이 전력망에서 직류의 공급 능력을 검증한다면, 이곳은 공장에서 전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 확인하는 현장이다.
핵심은 전력 변환 단계를 줄이는 것이다. 기존 교류(AC) 기반 공장에서는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하거나 일부 설비를 가동하려면 직류로 바꿔야 한다. 태양광이 생산한 직류 전기도 교류로 보냈다가 기기에서 다시 직류로 전환한다. 이때마다 전력 손실이 생긴다.
DC 팩토리는 공장 외부에 소규모 전력망인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했다. 한전에서 받은 22.9㎸ 교류를 반도체 변압기(SST)에서 750V 직류로 바꿔 제조라인과 조명, 냉난방 설비에 공급한다. 옥상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도 같은 직류망에 연결했다.
설비마다 전기를 바꾸는 과정을 줄여 손실을 낮추는 구조다. 집채만 한 주변압기와 전력변환장치의 역할을 서랍장 크기로 모듈화한 SST가 맡아 설치 공간도 줄였다.
배채윤 LS일렉트릭 기반기술연구단 단장은 "SST는 한전에서 받은 전기를 중간 변압기 없이 원하는 직류 전압으로 한 번에 바꾼다"며 "GW급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전력 효율이 1%만 개선돼도 연간 전기료가 100억원 가까이 줄어드는데, SST를 적용하면 효율을 3%가량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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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일렉트릭 천안사업장 DC팩토리 외부에 구축된 직류(DC) 마이크로그리드. 한전으로부터 수전한 22.9㎸ 교류가 이곳을 거쳐 750V DC로 강압·정류된다. 2026.10.14 김현민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천안 공장을 찾아 설비를 확인한 글로벌 기업들도 적지 않다.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의 배전 규격으로 800V 직류를 제시한 엔비디아도 잠재 고객으로 꼽힌다.
배 단장은 "천안 설비의 기본 기능과 회로 구성은 엔비디아의 방향성과 일치한다"며 "초대형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량에 맞춰 설계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장 전압인 750V를 800V로 높이는 것도 설계상 허용 범위여서 설정값을 조절해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에어샤워를 거쳐 들어간 공장에는 천장 조명부터 직류 전용 설비가 들어서 있었다.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클린룸에서는 PCS G2 조립이 한창이었다. 6개 공정 중 4개는 다관절 로봇과 AI가 부품 배치와 볼트 체결을 맡았다. 작업자가 참여하는 나머지 공정에는 필요한 부품의 위치를 조명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라인 끝 시험실에서는 고온·고습 환경에서 완제품에 직류 전원을 장시간 공급하며 이상 여부를 살폈다. 배 단장은 "PCS 검사 장비와 이 시험실이 공장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쓴다"며 "직류 전력을 계속 사용하는 설비여서 변환 손실을 줄이는 효과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짚었다.
DC 종합상황실 화면에는 한전 전력망과 SST, 태양광, ESS 사이의 전력 흐름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당시 공장 소비 전력은 약 377㎾로, G2 생산라인이 67.3%인 약 254㎾를 차지했다. 배 단장은 "전력 흐름을 제어하는 장치부터 에너지관리시스템(EMS)까지 자체 기술로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공장 가동까지는 투자 위험도 감수해야 했다. 글로벌 표준과 국내 안전관리 규정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직류 배전을 양산라인에 도입한 만큼 차질이 생기면 비용 손실로 이어질 수 있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투자비는 140억원 규모지만, 처음 승인받은 공사비는 19억원 수준이었다.
힘을 실어준 것은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다. 배 단장은 "최소한의 예산으로 시작해보자는 취지로 기안을 올렸다"며 "구 회장은 오히려 '50억원이든 100억원이든 더 투자해 공장을 더 크게 지어보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추진단은 기존 건물을 고치는 대신 사업장 내 잔디밭에 모듈형 컨테이너 공장을 짓기로 했다. 생산 일정과 장비 수급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전체 설비의 70%를 자체 조달한 것도 구축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배 단장은 "국책과제를 마친 뒤 활용할 수 있는 기기들이 있었고 자체 설비 비중도 높아 초기 비용을 아꼈다"며 "지난해 8월 회장의 결정 이후 연구진이 현장에 붙어살다시피 하며 4개월 만에 설비 구축을 마쳤다"고 말했다.
이후 엔비디아가 800V 직류 배전 도입 방향을 제시하면서 공장 실증 경험을 데이터센터로 확대할 기회도 열렸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가이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직류 배전 시장은 연평균 10.6% 성장해 2030년 60억6000만달러(약 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배 단장은 기술 개발에 앞서 착수한 만큼 수주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다른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류 배전이 확산하려면 전력 공급장치뿐 아니라 다양한 제조사의 설비와 기기가 함께 개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폐쇄적인 독점보다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한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됐다"며 "다른 제조사들도 직류 기기 개발에 뛰어들어 시장을 키워야 AI 데이터센터 전환도 빨라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