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구주 가격 차이가 부른 자문료 소송
1심 에이블리 승소에 SC증권 항소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았다고 알린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투자 유치를 자문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한국SC증권)과 수수료를 놓고 분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SC증권은 신주 가격만 놓고 기업가치를 3조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에이블리는 수수료 계산에 적용할 기업가치는 구주 가격까지 반영해 약 7400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재판장 김민철)는 한국SC증권이 에이블리를 상대로 낸 49억5000만원의 약정금 청구소송에서 한국SC증권 패소로 판결했다.
기업가치 따라 달라지는 수수료…주당 가격은 5배 차이
양측은 2023년 9월 투자 유치 자문계약을 맺었다. 한국SC증권은 SC제일은행 자회사로 채권 발행 주관과 기업 인수합병(M&A) 자문 등에 특화된 증권사다. 자문 수수료는 두 갈래로 설정됐다. 새로 유치한 자금의 1%를 지급하고, 투자 이후 기업가치에 따라 별도 수수료를 얹어주기로 했다. 기업가치가 1조원 미만이면 9억5000만원, 2조원 이상이면 54억5000만원을 지급하는 구조였다.
이후 알리바바그룹 계열 싱가포르 법인이 투자자로 나섰다. 에이블리가 새로 발행한 주식인 신주 약 200억원어치를 인수하고, 기존 주주가 보유하던 구주 약 685억원어치도 사들였다. 신주 대금은 회사로, 구주 대금은 주식을 판 기존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구주 매도자 명단에는 NH투자증권과 코오롱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투자조합들도 포함됐다.
문제는 주당 가격이었다. 구주는 약 365만원이었지만, 신주는 그 5배인 약 1826만원으로 설정됐다. 신주 가격으로 전체 주식의 가치를 계산하면 투자 이후 기업가치는 약 3조200억원이다. 반면 두 거래의 가격을 반영해 계산하면 기업가치는 약 7375억원으로 낮아진다.
이에 대해 한국SC증권 측은 "자문계약의 대상이 회사에 새 자금을 넣는 신주 발행 거래"라며 "신주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에이블리 대리인은 "신주와 구주를 묶어 진행한 투자였다"며 "구주 가격도 반영해야 한다"고 맞섰다.
한국SC증권이 수수료와 부가가치세를 더해 약 62억1500만원을 청구하자, 에이블리는 약 12억6500만원만 지급했다. 한국SC증권이 차액의 지급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에선 새로 유치한 자금의 1%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아닌, 기업가치에 따라 달라지는 수수료가 재판의 쟁점이 됐다.
계약·협상 과정 살핀 1심 "구주 거래도 반영해야"
1심은 에이블리의 손을 들어줬다. 계약에 수수료 산정 기준을 '투자 후 기업가치'로 정했지만 구체적인 계산법은 명시하지 않았으므로, 계약을 맺은 경위와 실제 투자구조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국SC증권이 처음부터 신주 발행과 구주 매매를 병행하는 투자구조를 제안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계약에도 기업가치를 계산할 때 신주 가격만 적용하거나 구주 가격을 제외한다는 규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협상에서도 신주와 구주는 한 묶음으로 다뤄졌다. 에이블리가 알리바바 측에 신주 가격을 기준으로 한 기업가치를 2조원에서 3조원으로 높여달라고 요청하면서, 구주를 더 크게 할인해주는 방식이 논의됐다. 신주를 비싸게 사는 대신 구주를 싸게 사면, 알리바바 측의 주당 평균 매입가격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실질적인 매입 부담은 유지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두 거래는 계약상으로도 연결돼 있었다. 신주 인수와 구주 매매 중 어느 한쪽만 따로 완료할 수 없도록 조건을 걸었다. 재판부는 이처럼 함께 협상하고 진행한 거래에서 비싼 신주 가격만 떼어 자문료를 계산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주발행 금액과 구주매매 금액 전부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혼합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기업가치 자문수수료를 산정하는 것이 이 사건 자문계약에 나타난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에이블리가 이미 지급한 금액 외에 추가 자문료를 낼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SC증권이 항소하면서 양측은 2심에서 다시 다투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