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복잡한 지배구조'…최태원 회장 SK㈜ 17.9% 보유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
"실질적 주주보호 방안 제시해야 논란 종결"
SK하이닉스 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나스닥 상장설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중복상장'이 아니다. 시장의 시선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지분이 걸린 SK㈜를 시작으로 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미국법인)-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에 쏠린다. 당장 상장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 지주사 디스카운트 우려 외에도 유례없는 5단 지배경로 속에서 그룹 계열사들이 참여한 AI컴퍼니의 투자 구조 등 따져봐야 할 쟁점이 적지 않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가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확정된 사안이 없다고 계속 일축하는 반면, 시장에서는 내년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다. 솔리다임은 이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IPO 대표 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외신이 추산한 솔리다임의 기업가치는 최대 1500억달러(약 200조원)에 달한다.
표면적으로 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패키징, 낸드 등 대규모 투자를 동시에 진행중인 상황에서 외부자본을 유치해 투자여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다만 SK하이닉스의 재무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굳이 논란까지 감수하며 솔리다임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를 두고서는 의문이 잇따른다. 2분기 말을 기준으로 한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은 약 88조원으로 전기 대비 33조6000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7월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해 약 40조원의 자금을 조달한 만큼 '실탄'은 충분하다. 당장 올해말 130조원대 현금 보유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100억~150억달러(약 14조~19조원) 조달을 위해 상장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SK하이닉스 주주들은 솔리다임의 주력인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이 별도 법인의 가치로 인정될 경우 과거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 계열사 중복상장과 마찬가지로 기존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솔리다임의 경우 인수합병(M&A)으로 편입한 자회사의 해외 상장인 만큼 이들 사례와 법적·구조적으로 다르지만, 일종의 변형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전날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이 중복상장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 주주들이 가장 문제로 삼는 것은 복잡한 지배구조다. 최 회장은 SK㈜ 지분 17.9%를 보유하면서 SK㈜→SK스퀘어→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통해 반도체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지난 7월 말 개인 명의로 첫 SK하이닉스 지분을 매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최 회장이 SK하이닉스를 지배하는 간접 지분율은 1.2%에 불과했다. 여기에 AI컴퍼니와 솔리다임이 더해진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5단 중복상장"이라면서 "기형적 지주회사 구조와 최 회장의 해외 경쟁사 대비 낮은 실질 지분율이 저조한 주주환원과 중복상장 시도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솔리다임까지 상장할 경우 이러한 5단 지배경로에 상장사만 무려 4곳이 된다.
특히 과거 솔리다임 인수를 총괄했던 노종원 전 SK하이닉스 사장이 이끄는 미국 운용사가 솔리다임 투자에 나선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상장 전 투자자 구성, 이해관계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불필요한 자회사 구조를 해소하고, SK하이닉스 사장 출신인 노 사장이 투자하는 운용사의 창립 주주와 출자자 중 SK그룹 관련자가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 사이에 있는 AI컴퍼니도 주시하고 있다. 솔리다임 프리IPO 주식매각(구주매출) 등을 통해 AI컴퍼니가 자금조달 통로가 될 수 있는데다, SK㈜·SK텔레콤·SK이노베이션이 지분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솔리다임을 거느린 AI컴퍼니의 지분 투자자인 SK 계열사들이 (솔리다임) 상장에 따른 수익을 그대로 가져가게 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 주주의 이익을 SK 총수와 계열사가 편취하도록 설계된 '슈킹 컴퍼니'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솔리다임 상장이 SK하이닉스 기업가치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반박도 나온다. 이번 상장 역시 회사의 투자금 회수와 재투자의 일환일 뿐, 오히려 SK하이닉스의 미래가치가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후속 투자재원 확보 관점에서 솔리다임 상장을 긍정적으로 봤다.
결국 이번 논란을 해소하려면 "확정된 바 없다"는 공식 입장에 그치지 않고, 신주 발행과 구주매출 비중, 현물배당형 상장 대신 다른 방식을 택한 이유, 프리IPO·공모가 산정 근거, 상장 전후 가치 차익의 배분 및 기존 지분 매각 대금의 사용처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질 필요가 있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복잡한 지배구조를 선택한 이유와 실질적 주주 보호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