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졸속 심사 논란에 "일정 맞추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9일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 상장 추진이 중복상장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과정에서 금감원의 '변칙' '졸속' 심사 논란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서는 상장 일정에 맞추기 위해 심사를 서두른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과 관련해서도 단종레 ETF 등에 "일정 부분 원인이 있다"고 평가했다.
국감서 "솔리다임 美상장, 주주 이익 희석" 우려 잇따라
이 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의 경우 중복상장이 맞냐'는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금융위와 금감원이 의견을 같이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원장은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SK하이닉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는 자회사 상장에 따른 모회사 주가의 부정적 영향을 설명하면서 국내 주주에게는 설명이 없다"고 지적하자, "솔리다임 이슈는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도, 금감원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하며 출범한 회사다.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확정된 사안이 없다고 계속 일축하고 있는 반면, 시장에서는 내년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솔리다임은 앞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IPO 대표 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외신이 추산한 솔리다임의 기업가치는 최대 1500억달러(약 200조원)에 달한다.
이날 이 원장의 발언은 솔리다임이 상장을 추진할 경우 중복상장 규정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르면 모회사인 SK하이닉스 이사회에는 주주 영향평가, 주주 보호 방안 마련, 주주소통, 이사회 찬반 결의, 공시 등 주주충실의무 기반 5대 의무가 부과된다. 이 원장은 "SK하이닉스에도 적절한 방식으로 우려 사항을 전할 수 있다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솔리다임에 국내 증권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해외법인이 해외상장을 추진하는 구조인 만큼 국내 증권신고 대상이 되느냐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관련해 이 원장은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며 "이제 논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SK하이닉스 주주들은 솔리다임의 주력인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이 별도 법인의 가치로 인정되면 이른바 '더블카운팅(기업가치 중복계산에 따른 주가 할인)'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려해 솔리다임 상장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확인돼온 지주사 디스카운트 선례도 주주들의 우려를 부추기는 부분이다. 특히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다층 지배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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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마친 후 선언문을 유동수 정무위원장에게 전달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2026.10.19 윤동주 기자
레버리지 ETF '변칙·졸속' 지적에…이찬진 "일정 맞추려고"
앞서 금융위원회 국감과 마찬가지로 이날 국감에서도 레버리지 ETF 관련 비판이 쏟아졌다. 이찬진 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데다 "드러누워서라도 (레버리지 ETF 상장을) 막았어야 했다"는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켰던 만큼 야권의 공격도 집중됐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일반 ETF의 평균 상장 소요 기간은 62일, 대표 지수형 ETF도 43일 소요 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불과 29일 만에 상장 절차를 마쳤다는 점을 꼬집었다. 도한 운용사들이 상장을 신청하기에 앞서 금융위원회가 상장일을 발표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변칙이자 졸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 질문을 받은 이 원장은 "4월 중순인가 금융위원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일정을 정책적으로 발표한 게 있다"면서 "그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심사를 빨리 한 부분이 있다"고 답변했다.
상장 심사 절차 역시 통상적인 절차와 달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 의원은 "상장심사할 때 보통 2단계 들어간다. 한국거래소가 예비심사한 뒤 금감원이 심사를 하는데, 예비심사가 끝나기 전에 심사한 게 이번이 처음이 맞나"고 물었다. 거래소 예비 심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중간에 예비심사 결과 자료를 본 것이다. 이에 이 원장은 "확인했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금감원이 내부 보고서를 통해 상품의 위험성을 미리 파악하고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구조적 결함을 지적하고 국내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한 금감원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이 원장에게 해당 보고서를 읽었는지 물었다. 이 원장은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다만 금감원은 "펀드 상장 관련 거래소 상장 예비 심사는 금감원의 신고서 심사 착수를 위한 필수적 사전절차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 의원은 올해 1월 김용범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재한 회의에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이 참석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회의 결론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를 추진하자는 것이었는데 당시에 반대 의견을 냈느냐"고 지적했고, 황 부원장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른바 삼전닉스 레버리지로 불리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지난 5월27일 출시됐다. 당시 야권 등 일각에서는 6.3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 서둘러 출시해 증시를 띄우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었다.
이 원장이 지난 6월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와 관련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고 한 발언을 두고서도 지적이 쏟아졌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그런 발언을 할 것이 아니라 금감원이 감독기구로서 시스템을 통해 사전에 견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짚자, 이 원장은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감독 집행 현장에서 (금감원의) 입장을 관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왜 드러눕지 않았냐'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는 "정책이 이미 발표돼 확정된 상태였다"며 현실적으로 저지가 어려웠음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해당 발언은) 투자자의 큰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투자자 경보를 울리기 위해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누구 앞에 드러누워야 된다고 생각한 것이냐'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는 "증권신고서를 수리하기 전에 (도입을 막았어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며 '누구'에 대한 답은 피했다.
이날 이 원장은 최근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과 관련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때문이라는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일정 부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본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원주의 심각한 변동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최근 증시 급락에 대해서도 "매우 무거운 마음"이라고 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유예가 적절했는지를 묻는 말에는 "기관장으로 말하기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 근무 중인 아들과 관련해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시행세칙과 관련해서는 사적 이해관계자도 아니고 직무 관련성도 전혀 없다"며 "제재 부분에서 이슈가 많을 것 같아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회피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생각이 있냐는 지적에는 "지금 말씀드리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인사권자께서 정하실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