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서울 기후금융 컨퍼런스
산업 전환·재해 대응 등 논의
"기관투자자, 기업별 위험·전환 여건 살펴야"
국내 기관투자자도 기후위험을 투자 판단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기업의 대응을 이끌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를 위해 기업별 기후 공시를 강화하고 한국 산업에 맞는 투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제1회 서울 기후금융 컨퍼런스 2026'에선 산업의 저탄소 전환과 기후재해 대응을 뒷받침할 금융의 역할이 논의됐다. 아크(Arc)와 한국ESG커뮤니티(KEC)가 주최하고 플래닛(PLANiT),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대 기후테크센터가 주관했다.
주요 의제는 한국 산업구조와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반영한 한국형 기후벤치마크(K-PAB)의 도입·발전 방향이었다. 투자자가 기후 대응 수준을 판단하고 투자 대상을 구성하는 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아시아 주요국의 기후금융 사례와 산업별 전환 경로, 기업의 기후재해 대응 전략도 다뤄졌다.
특히 마지막 '돌파(Breakthrough)' 세션에선 기후 데이터를 투자전략과 스튜어드십에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스튜어드십은 기관투자자가 투자 기업과 대화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등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는 활동이다. 사회를 맡은 최진석 한국투자공사(KIC) 거시ESG 부장은 "산업·기업과의 대화뿐 아니라 지수사업자, 시장 참여자, 연구기관과의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평가 기업도 기후 손실 반영하면 달라져"
세션에 참여한 유건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후재해에 따른 예상 손실을 기업가치 평가에 접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탄소 규제와 기술 변화에 따른 '전환 리스크'뿐 아니라 폭설·홍수 등이 사업장에 피해를 주는 '물리적 리스크'도 반영하자는 것이다.
대표 지표로는 시가총액을 장부상 순자산으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들었다. 그는 "기후로 인한 물리적 손실을 장부가치에 반영하면 PBR이 달라질 수 있다"며 "기존 기준으로 싸다고 판단했던 종목의 평가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례로는 2024년 폭설로 공장 지붕이 부분 붕괴한 국내 상장사를 제시했다. 보험·세금 등 다른 변동을 제외한 모의 계산 결과, 2023년 말 기준으로 폭설 손실 약 131억원을 자본에서 차감할 경우 PBR이 0.47배에서 0.53배로 높아졌다.
유 연구원은 "같은 산업에 속한 기업들을 평균으로 묶으면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기업별 공시가 있어야 어느 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나은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지수를 바탕으로 기후위험에 따라 종목별 투자 비중을 일부 조정하는 전략도 제안했다.
"산업 특성 반영하고 전력망·재생에너지까지 살펴야"
김태우 에프앤가이드 상무는 한국형 기후벤치마크에 국내 산업구조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기후벤치마크는 유럽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며 "한국이 반드시 그 기준을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철강·화학처럼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탄소배출 감축이 어려운 산업의 전환을 어떻게 지원할지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현재 배출량과 함께 탄소 효율을 높이는 기술과 미래 대응 능력도 살펴야 한다고 봤다.
김 상무는 한국형 기후벤치마크에 대해 "기관의 효율적 자산배분과 적극적인 기업 관여, 기업에 대한 유인 제공을 통해 기업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향후 설비투자에서 기후위험에 얼마나 적절히 대비하는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대현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AIGCC) 팀장은 기관투자자의 관여 범위가 개별 기업의 감축계획에서 공급망과 정책 환경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 전환의 여건까지 살피는 '시스템 스튜어드십'이 논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팀장은 "공장을 지을 때 전력망이 연결돼 있는지,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까지 확인하고 있다"며 "기업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고 있는지도 기관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채권·대체투자·인프라 등으로 수탁자 책임 활동이 확대되면 물리적 기후위험과 회복탄력성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