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하이퍼스케일러 CDS·유가·프랑스 국채금리 등 4개 지표 주목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미국 국채와 엔화가 동시에 강세로 돌아서면서 시장이 신용위험이나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 경기 자체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당장 침체를 우려하기보다는 주요 지표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진단이다.
25일 iM증권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4.959%까지 떨어졌다. 고물가와 재정 리스크, 자금 수요 증가 등으로 5% 초반대를 유지하던 금리가 5%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23일 이후 처음이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도 강세를 보였다.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지난 22일 종가 기준 156.76엔을 기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동반 약세를 보이던 미국 국채와 엔화가 동반 강세로 전환된 것은 금융시장이 신용 혹은 경기 침체 리스크를 슬슬 염두에 두기 시작한 시그널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불안을 키운 배경에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프랑스 재정 문제에 더해 AI 투자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메타의 실적 발표 이후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AI 투자에 대한 수익성 논란이 커지면서 주가가 급락한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다만 미국 국채와 엔화의 동반 강세만으로 경기 침체나 신용위험이 현실화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게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여전히 견조한 경기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분간 금융시장의 방향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하는 가격지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이 꼽은 첫 번째 지표는 엔화다.
엔화 가치가 추가로 강해질 경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문제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다. 엔화가 빠르게 강세로 전환되면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정리하면서 글로벌 위험자산에 대한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박 연구원은 "이전 사례에서도 엔화 초강세 국면에서 미국 기술주 급락 현상이 늘 동반됐다"며 "엔화 추가 강세 현상은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 즉 주식시장 조정 리스크가 확대되는 시그널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신용부도스와프(CDS)다. 최근 메타가 3분기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CDS 프리미엄도 함께 상승했다. 앞서 코어위브에서도 신용위험 우려가 불거진 만큼 대형 AI 투자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안정되는지가 향후 투자심리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변수는 국제유가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는 상황에서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반군 간 군사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대규모 군사공격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특히 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지표는 프랑스 국채금리다.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5%를 넘어섰고 프랑스와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 스프레드는 1.74%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이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기록한 최대 1.9%포인트에 근접한 수준이다.
박 연구원은 "프랑스 재정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프랑스는 물론 유럽 경기에는 치명타를 미칠 수밖에 없고 이는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더욱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정치·사회 불안이 조기에 진정되는지, 오는 11월 예산안이 통과되는지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세에서 벗어나 하향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경우 주식시장에는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박 연구원은 "경기침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지만 투자심리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가격지표의 안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