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데이터센터 배전망 800V DC 전환 주도
"장기적으로 1500V DC까지 내다봐"
변압 설비 축소로 고수익 랙 배치 공간 확보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배전 체계를 기존 교류(AC)에서 직류(DC)로 전환하며 전력 인프라 표준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송전 손실은 줄이고 에너지 효율은 높이려는 조치다. 하지만 핵심 목적은 전력 설비가 차지하는 물리적 공간을 줄이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확보된 유휴 공간에 자사의 고수익 서버 랙을 추가로 배치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계산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내부적으로 AI 데이터센터 배전 로드맵의 최종 지향점을 1500V 직류로 설정하고 기술적 구현 방안과 상용화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AI 데이터센터의 배전 체계를 800V 직류 기반으로 안착시킨 뒤, 랙당 전력 소비가 ㎿ 단위를 넘어서는 시대가 오면 1500V 직류를 차세대 표준으로 삼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500V는 전선 피복의 절연과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저압직류(LVDC) 규격의 상한선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직류 배전 도입이 논의되던 초기, 안전성 등을 고려해 1500V 대신 중간 지점인 750V를 차세대 표준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이보다 높은 800V 직류를 차세대 배전 규격으로 내걸면서 관련 업계도 일제히 800V 기반 제품으로 개발 방향을 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전력 표준은 국제대전력망협의회(CIGRE)를 비롯한 유럽계 학술 기구가 중심이 돼 장기간 계통 안정성을 검증하는 등 보수적으로 정해져 왔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며 "이제는 엔비디아처럼 시장 지배력을 지닌 빅테크들이 학계로부터 기술 표준 논의의 주도권을 가져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배전 규격을 끌어올리는 배경에는 데이터센터의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려는 사업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교류 기반 시설은 외부에서 들어온 고전압 전력을 감압하는 대형 변압기가 필요했다. 직류 변환 정류기와 두꺼운 3상 교류 배관도 면적을 크게 차지했다. 반면 직류 배전망을 깔고 반도체 변압기(SST)를 도입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변압 설비와 전력 변환 장치를 작은 모듈 형태로 축소할 수 있다. 배선 경로가 단순해지면서 구리 도선 소요량도 32% 이상 절감된다.
교류 설비가 차지하던 부피가 줄어들면 데이터센터 운영사는 남는 공간에 고부가 서버 랙을 더 촘촘히 채울 수 있다. 같은 건물 면적 안에서 연산 처리량과 매출을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데이터센터에 서버 랙을 납품하는 엔비디아의 실적으로 직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직류 전환의 핵심은 기존 교류 대비 단순 전력 절감을 넘어 설비 부피가 극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이라며 "엔비디아는 전력실 부피를 줄인 만큼 대당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서버 랙을 더 많이 채워 넣을 수 있다. 엔비디아가 DC 배전에 꽂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