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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시대 재테크]베토벤 운명 교향곡과 주식투자자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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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운명'은 네 개의 강렬한 음으로 시작한다. '빠바바밤.' 흔히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라고 한다. 주식시장에서도 운명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어제까지 오르던 주가가 갑자기 폭락하고, 확신했던 전망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기도 한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 같아도 그 이전에 여러 경고 신호가 쌓이는 경우가 많다.


올해 코스피의 움직임을 보면서 나는 베토벤의 '운명'을 떠올린다. 코스피가 가파르게 상승하던 상반기부터 이 칼럼을 통해 주가가 경제의 기초체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광의통화(M2), 일평균 수출금액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코스피가 과대평가 영역에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5월에는 일평균 수출금액으로 추정한 적정 수준보다 코스피가 70% 이상 높았다.


또한 코스피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인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반기에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 지수가 7월을 정점으로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주가가 계속 오를 때 위험을 경고하면 비관론자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의 낙관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최근 급락한 코스피는 이제 저평가 영역에 들어섰을까. 단기적으로는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코스피를 분석할 때 일평균 수출금액을 중요하게 본다. 코스피와 일평균 수출금액의 상관계수는 0.91로 매우 높다. 10월 예상 일평균 수출금액 53억 3000만달러를 기준으로 추정한 적정 코스피는 5994 정도다. 10월 23일 코스피는 5550으로 이보다 약 7.4% 낮다. 5월에는 70% 이상 과대평가됐던 코스피가 이제 단기적으로는 저평가 영역에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저평가가 중장기적인 저평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명목 GDP와 M2를 기준으로 평가하면 코스피는 여전히 과대평가 영역에 있다. 주가가 이들 변수보다 지나치게 빠르게 상승했고, 그 차이가 해소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더욱이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세로 전환했다면 앞으로 수출과 기업이익 증가율도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과 높은 장기금리, 기업의 신용위험 확대도 국내 반도체 산업과 주식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베토벤의 '운명'은 격렬한 투쟁과 잠시 찾아오는 평온, 다시 이어지는 불안과 긴장을 거쳐 마침내 찬란한 승리의 음악으로 끝난다. 주식시장에서도 하락장 이후 새로운 상승장이 찾아오곤 한다. 그러나 교향곡과 주식시장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교향곡 '운명'은 승리의 화음으로 끝나지만 투자자의 미래에는 그러한 보장이 없다. 모든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주식이 이전의 고점을 회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주식 비중을 적절히 조절하고 채권과 현금을 보유하면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 오케스트라가 여러 악기의 조화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듯 투자자도 주식과 채권, 금과 현금의 균형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산을 늘려가야 한다.


베토벤은 청력을 잃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위대한 음악을 남겼다. 그의 삶과 '운명'은 고난을 피할 수 없더라도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자의 목적은 한 번에 큰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합리적으로 늘려가는 것이다.

좋은 투자자는 운명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사람이 아니다. 운명의 경고를 듣고 위험에 대비하며, 어떤 위기가 찾아와도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다.


김영익 더제이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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