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에 여러 번 떨어진 업체는 심사위원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며 소송을 걸겠다고 협박하기도 합니다" "비슷한 서비스를 신청한 경쟁사끼리 싸우다 탈락한 쪽에서 '다른 업체는 왜 붙여줬는지 설명하라'며 민원을 넣는 일도 많죠"
최근 만난 핀테크(금융+기술) 업계 관계자들이 전한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 관련 뒷얘기다. 탈락에 불복해 소송을 거론하고 경쟁사 결과에 날을 세우는 반응은 언뜻 과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왜 이렇게까지 말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본이 부족한 핀테크에 샌드박스 탈락은 생존이 걸린 문제다.
핀테크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테스트할 기회를 주겠다며 만든 혁신금융서비스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지정 건수 중 핀테크 비중은 10%대에 머문 반면, 대형 금융사는 80%를 넘어섰다. 대형사들은 고시나 감독규정만 고치면 풀 수 있는 망분리 규제 완화까지 신청했고, 관련 건수가 전체 지정(1112건)의 절반 이상(560건)을 차지했다. 핀테크 '실험실'이 돼야 할 자리에 금융사 민원만 가득 찬 셈이다.
금융위도 문제를 알고 지난 6월 개선책을 내놨다. 망분리 해제는 다른 제도로 넘기고 핀테크의 재무건전성이 부족해도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핀테크는 자본 면에서 기존 금융사와 경쟁하기에 구조적 한계가 있는 만큼 '기존 금융사'와 별도 트랙으로 분리해 심사하고 '조건부 지정'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혁신성이 탁월하면 인력·설비 요건이 부족하더라도 사후 보완을 전제로 먼저 지정해달라는 것이다. 또 샌드박스 이후 지원책도 핀테크 특성에 맞게 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1일 2분기 선정 결과가 나왔다. 신규 지정 4건 중 2건이 기존 카드사였다. 개선책을 내놨어도 핀테크들의 불신을 거두긴 어려워 보인다. 이제 3분기 샌드박스 대상 업체 심사가 시작된다. 핀테크가 체감할 더 나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