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정치불안
佛 10년물 4.9% 돌파
유럽 채권시장에서 프랑스 국채 금리가 로레알과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등 자국 대표 기업의 회사채 금리보다 높아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재정적자와 정치 불안이 겹치면서 프랑스 국채가 시장에서 사실상 '무위험자산'이 아닌 크레딧 채권처럼 평가받고 있다는 평가다.
29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전날 공동락 연구원은 "국채는 국가 내에서 최상위 신용도를 가진 무위험자산이고 회사채는 국채 금리를 하한선으로 기업의 신용위험 등을 더해 금리가 형성되는 것이 정석"이라며 "최근 프랑스에서는 이 공식이 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채 금리, 로레알·LVMH 회사채보다 높아져
전날 기준 프랑스 10년물 국채(OAT) 금리는 4.9174%를 기록했다. 반면 만기가 비슷한 로레알 회사채는 4.2%, LVMH는 4.287%, 토탈에너지스는 4.457%에 거래됐다. 정부가 발행한 채권이 자국 대기업 회사채보다 더 높은 금리를 줘야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게 된 셈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프랑스의 재정 악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꼽힌다. 프랑스 국채와 유로존의 벤치마크인 독일 국채 간 금리 차이는 올해 초 60~70bp(bp=0.01%포인트)에서 최근 150bp 이상으로 확대됐다. 반면 주요 프랑스 기업의 회사채 금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공 연구원은 프랑스 국채가 시장에서 이미 '크레딧물'처럼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프랑스 정부의 재정 여건과 정치 상황을 기업의 재무상태를 평가하듯 금리에 반영하면서 우량 기업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로존에선 독일 국채가 '진짜 무위험'
이 같은 현상은 유로존의 단일 통화 구조와 연결된다.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프랑스는 자체적으로 통화를 발행해 국채 상환을 뒷받침할 수 없다. 통화 발행 권한을 유럽중앙은행(ECB)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유로존에서는 재정 건전성이 가장 높은 독일 국채가 사실상 무위험자산이자 금리 산정의 기준 역할을 한다. 프랑스 국채 금리는 독일 국채에 프랑스의 재정·정치 위험을 반영한 '국가 신용 가산금리'가 붙는 구조다. 공 연구원은 이를 한국의 국고채를 기준으로 지방정부나 공기업 채권에 스프레드가 더해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국채 금리가 뛰었다고 ECB가 곧바로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작다고 봤다. 특정 국가의 신용 스프레드를 낮추기 위해 중앙은행이 개입하면 시장에서 형성되는 국가별 위험 평가에 직접 관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공 연구원은 "프랑스 국채 금리 상승으로 유로화 표시 채권 전반에 기피 심리가 번지거나 독일 국채 금리까지 함께 오르는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며 "보다 직관적으로는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가 크게 흔들릴 경우 ECB의 적극적인 국채 매입이 보다 확실한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