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사업장도 방재 정보 반영하자 예상 손실 급감
기업가치 바꾸는 기후 분석…숫자의 산출 근거 확인해야
"싸다고 판단했던 종목이 비싸질 수 있다."
최근 '제1회 서울 기후금융 컨퍼런스'에서 유건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이 한 말이다. 그는 폭설 피해를 본 국내 상장사의 손실을 순자산에서 차감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다시 계산했다. 2023년 말 시가총액을 고정하고 당시 순자산에서 2024년 폭설 손실 130억9000만원만 반영한 모의 계산에서 PBR은 0.47배에서 0.53배로 높아졌다. 같은 주가라도 재해 손실을 반영하면 저평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달 초 2035년까지 재정과 기후금융을 합쳐 1000조원을 투입하는 녹색대전환 전략을 내놨다. 민간투자 활성화도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선 기업의 전환 계획과 기후위험을 수익성과 기업가치에 반영할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변수에 따라 자산손실률 차이는 상당했다. 삼성화재 기업안전연구소가 소개한 한 사업장의 연평균 예상 자산손실률은 기존 평가에서 폭우 0.53%, 폭염 2.00%였다. 지면 고도와 배수 체계, 냉방설비 등을 반영하자 각각 0%, 0.12%로 낮아졌다. 기업이 가진 정보가 분석에 얼마나 들어갔느냐에 따라 예상 손실이 크게 달라진 셈이다.
사업장이 같아도 평가 기간이나 재해 강도에 따라 손실 추정치는 또 달라진다. 연평균 손실과 극단적인 재해 발생 시의 손실도 서로 다른 지표다. 비교 조건이 공개돼야 추정치가 다른 이유를 기업의 특성과 분석 방법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핵심 설비의 위치와 방재 수준, 대체 생산 능력이 다르면 재해 손실도 다르다. 산업 평균이나 사업장 위치만으로 평가하면 기업의 대응 능력이 반영되기 어렵다.
오는 31일은 '회계의 날'이다. 재무정보를 읽을 때 작성 기준과 검증 절차를 살피듯 기후위험 수치도 어떤 가정 아래 산출됐고 어떤 한계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2028년부터 연결자산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컨퍼런스에서 기후위험 평가의 산출 근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권미엽 삼일PwC 파트너는 "공시에만 쓰이면 비용이 될 것이고 의사결정에 쓰이면 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치 판단을 바꿀 숫자라면 신뢰할 수 있는 근거도 함께 나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