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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PBR 딱지 붙자 주가 들썩였지만…"현금 없는 저평가주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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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PBR 기업 발표 직후 151개사 중 113곳 주가 상승
주주환원 확대 및 밸류업 추진 기대감 선반영
반짝 강세로 일부는 이후 하락 전환하기도
향후 옥석가리기 본격화…이익창출 능력 등 주목

한국거래소가 오랜 기간 장부상 저평가 상태에 머물러 온 상장사 151곳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들썩였다. 저PBR 기업이라는 딱지가 붙었음에도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으로 공표 직후 대다수 종목이 상승세를 탔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저PBR 꼬리표'에 기댄 단기 테마성 접근을 경계하고 실질적인 주주환원 능력을 갖춘 종목으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공표된 저PBR 기업은 총 151개사(코스피 96곳, 코스닥 55곳)다. 글로벌 산업분류(GICS) 기준으로 최근 6개 반기 연속 코스피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지정 대상에 올랐다. 해당 상장사들은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차기 공표일(2027년 5월4일) 전일까지 게재될 뿐 아니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화면에 '저PBR' 태그가 부여되며 매년 5월과 11월 첫 거래일마다 명단이 정기 갱신된다.


공표 직후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151개사 중 113개 종목의 주가가 오르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지정 기업들이 꼬리표를 떼기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확대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선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초기 기대감에 따른 급등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발표 직후 반짝 상승했던 상당수 종목이 차익 실현 매물 등에 밀려 상승분을 반납하거나 하락세로 돌아섰다. 명단에 오른 사실 자체만으로는 실질적인 기업가치 상승이나 현금 유입을 담보할 수 없다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면서 주가 흐름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치가 자본시장 정상화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PBR 기업 리스트는 매 반기 갱신되는 만큼 기존 공표 기업은 명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공표 기업은 신규 편입을 피하기 위해 기업가치 개선에 나설 유인이 확대될 것"이라며 "1~3차 상법 개정 등 지난 2년간 추진된 제도 개선과 맞물려 2027년 한국 자본시장 정상화 모멘텀을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단기 주가 출렁임 이후 전개될 국면에서는 철저하게 '실질적 주주환원 여력'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PB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에 나설 경우 실적 부진과 과도한 부채로 인해 장기간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는 이른바 '가치함정(밸류 트랩)'에 갇힐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명단에 포함된 기업 중 상당수는 만성적인 업황 침체로 영업이익이 급감했거나 유동성이 부족해 자사주를 사들이거나 배당을 늘리고 싶어도 집행할 재원이 없다. 따라서 주주환원을 뒷받침해줄 이익 창출 능력 및 현금 흐름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명단 공개 이후 대다수 기업의 주가가 올랐지만 모든 기업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과 실질적인 주주환원 여력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냉정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고변동성 국면 저PBR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종목군이 특정되며 단기 급등세가 나타난 종목이 다수 출현했다"면서 "다만 전체 151개 저PBR 종목 중 시가총액 1조원 이하 146개, 5,000억원 이하 140개 종목으로 소형주 비중이 압도적이며 해당 종목군을 방어적 포트폴리오로 보기에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에 따라 저PBR 낙인에 따른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and Shaming)' 효과로 장기적 주가부양 노력이 이어지며 주가 안정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안타증권은 151개 저PBR 종목 중 2025년 대비 2026년 이익 성장으로 주주환원을 확보, 실질적인 주가부양 노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현대제철, 한화생명, 롯데쇼핑, DL, 대한해운, LX홀딩스, BGF, 코오롱글로벌, 한솔제지 등을 꼽았다.


저PBR 기업 중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 추세인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ROE는 기업이 주주의 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통상 ROE가 높거나 개선되는 기업일수록 시장에서 더 높은 PBR을 인정받는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자본 효율성이 떨어져 PBR 1배 미만에 머물던 기업이라도 본업을 통해 이익 창출력을 끌어올려 ROE가 상승 국면에 진입하면 PBR의 정상화(리레이팅)가 가장 빠르고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권범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일회성 이익보다 이익 지속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ROE가 개선 추세에 있는 기업일수록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삼성증권은 이에 해당하는 기업으로 롯데쇼핑, 한화생명, DSR제강, 현대차증권, 신세계 I&C, 광동제약, 신도리코, 종근당홀딩스 등을 꼽았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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