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우주 데이터센터' 시제품 위성 첫 가동
목적은 '전력'…태양광 효율 지상의 최대 8배
스페이스X 등도 경쟁…방열·방사선 등 과제
"아래로는 푸른 구슬
고요한 은혜 속에 흐르는 데이터
별빛이 내 코어를 채우네
(Blue marble below
Data streams in silent grace
Starlight feeds my core)"
지구 궤도를 도는 구글 위성에서 인공지능(AI)이 써서 지상으로 보내온 하이쿠(일본의 전통 단시)다. 구글 연구진이 위성에 실린 개방형 AI 모델 '젬마4(Gemma 4)'에 '우주에 있는 느낌을 하이쿠로 써 달라'고 요청하자, 위성이 노르웨이 스발바르 지상국 상공을 지나며 이 답을 보내온 것이다.
구글은 앞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인 '프로젝트 선캐처(Suncatcher)'의 시제품 위성에서 첫 AI 응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급 TPU(구글이 자체 설계한 AI 전용 칩)가 궤도에서 추론을 수행해 응답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구글은 이 시험에 프로그래밍의 첫걸음을 뜻하는 '헬로 월드(Hello World)'라는 이름을 붙였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궤도 실증의 의미는 성능 기록이 아니라 데이터센터급 칩이 우주 환경에서 실제로 동작하는지에 대한 전제 검증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태양광 효율 지상의 최대 8배지만…아직은 TPU 1기 15~20분 돌리는 수준
시험에 쓰인 위성은 플래닛랩스가 제작했다. 지난달 1일 스페이스X의 팰콘9 로켓에 실려 발사됐고, 궤도에 안착한 뒤 3주간 시운전과 하위 시스템 검증을 거쳐 본격적인 AI 연산 시험에 들어갔다.
위성에는 TPU 4기가 실렸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 등으로 만들 수 있는 전력은 최대 1kW(킬로와트)가 전부다. 헤어드라이어 한 대를 돌리는 정도의 전력이다. 칩이 전기를 많이 쓰기 때문에 한 번에 1기를 15~20분가량 돌릴 수 있는 수준이다.
우주 환경에 대한 대비는 미리 했다. 우주 방사선은 반도체를 오작동시킬 수 있는데, 발사 전 지상 시험에서 5년치 우주 방사선에 해당하는 양성자를 쬐어도 칩이 정상 작동했다고 한다.
구글이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는 이유는 전력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기를 쓰는데, 구글은 우주에서 이 전력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태양을 계속 바라보며 도는 여명-황혼 궤도에서는 계속 햇빛을 받아 태양광 패널 생산성이 지상보다 최대 8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계획은 단계적이다. 구글은 먼저 극심한 온도 변화와 우주 방사선 환경에서 TPU가 데이터 오류 없이 안정적으로 연산하는지 검증을 이어간다. 이 검증이 끝나면 내년 중 고성능 TPU와 광학 레이저 통신 기능을 갖춘 쌍둥이 위성을 쏘아 올린다. 위성끼리 레이저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장기 목표는 폭 약 1km 공간에 위성 81기를 편대 비행시키는 클러스터(기본 단위)다. 위성 여러 기를 묶어 하나의 데이터센터처럼 쓰겠다는 구상이다.
스타클라우드·스페이스X 경쟁…방열·방사선·정비는 과제
궤도 데이터센터 경쟁은 구글만의 일이 아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는 지난해 12월 엔비디아의 AI 칩 H100 GPU를 실은 위성 '스타클라우드-1'에서 젬마를 구동해 "안녕, 지구인들"로 시작하는 답변을 받았다. 2027년 초에는 8kW급 2호기를 준비 중이다.
스페이스X는 엔비디아와 공동 설계한 궤도 데이터센터 '스타마인드(Starmind)'의 2027년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4분기 엔비디아 칩으로 구동되는 AI 위성을 발사하고, 2028년에는 상당한 규모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해결할 과제도 많다. 전문가들은 우주 방사선, 유지 보수의 어려움, 데이터센터 냉각, 우주 쓰레기 문제를 꼽으며 상용화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
이 가운데 냉각은 우주의 구조적 문제다. 지상 데이터센터는 에어컨과 냉각수로 열을 식히지만,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칩이 내는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방열 설계를 따로 풀어야 한다. 열을 옮기는 관(히트파이프)과 열을 우주로 내보내는 판(라디에이터)이 핵심 부품이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궤도 데이터센터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스페이스 X, 구글, 스타클라우드 등이 있다"며 "구글 또한 내년 궤도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장해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