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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밀려드는 주문에 비수기 풀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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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 진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의 성장으로 메모리와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와 같은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반도체 수출액이 지난해 대비 10.2% 증가한 11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세계 반도체 시장규모도 4775억 달러로 8.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각국의 반도체 업체들도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비해 투자를 진행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반도체 공정에 장비를 납품하는 업체들도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반도체 장비 업체 중 원익IPS와 DB하이텍의 현재 상황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해보려고 한다.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IT·전자제품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폭증했다. 전 세계 반도체 회사들은 IT·전자제품에 들어갈 제품 위주로 생산을 늘렸는데, 백신이 공급되기 시작하니 이젠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부족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T 제품들이 고도화되면서 한 제품당 들어가는 반도체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다. 미래 자율주행차 1대당 2000개의 반도체가 필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굴지의 반도체 기업들 뿐아니라 반도체 관련 중소 업체들도 반도체 ‘초호황’ 사이클에 올라탔다.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업체 DB하이텍 역시 밀려드는 주문에 실적이 급증하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매출액 7081억, 영업이익 20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18.9% 늘었고 영업이익은 56.6% 늘었다. 4분기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증권사 컨센서스는 연간 매출액 9300억원, 영업이익 27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16.2%, 47.82% 늘어난 수치다. 올해는 매출 1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 매출 1조원 돌파 기대감
단가인상·공장증설 가능성
수요 맞춰 수익 극대화 고민

◆반도체 부족 사태에 비수기에도 풀가동=파운드리 세계 10위인 DB하이텍은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12인치보다 한 단계 아래인 200㎜(8인치) 웨이퍼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빛, 소리, 온도 등 아날로그 신호를 PC와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아날로그 반도체에 특화돼 있다. 초미세공정이 필요한 모바일용 반도체 보다는 전력관리반도체(PMIC)·디스플레이구동칩(DDI)·이미지센서 등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PMIC는 전력을 변환, 처리, 제어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반도체로 충전이 필요한 전자제품에는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IT기기가 고도화될수록 필요한 PMIC 개수가 늘어난다. 이미지센서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카메라 숫자가 증가하면서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1~2개 수준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중저가폰에도 2~3개의 카메라가 기본으로 탑재된다. 또한 이미지센서는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여겨지며, 향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스마트폰·TV 등의 수요가 커지면서 DB하이텍의 생산 공장은 더욱 바빠졌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DB하이텍은 전통적 비수기였던 동절기에 100%를 유지하고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계속해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내내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문이 쏟아지자 업계에선 DB하이텍이 공장 증설에 나설 것이란 이야기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가 올해 30조원을 들여 설비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국내 업체들의 증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파운드리 업계에선 가격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DB하이텍 역시 TV디스플레이 구동칩 등의 계약 단가를 10~20%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대만의 UMC 등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이 8인치 웨이퍼 가격을 지난해 4분기에 10~15% 인상했고, 올해도 20% 이상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IT·전자제품의 신제품 출시가 본격화하는 1분기부터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익 극대화 시점‥공격 투자 여력있나=DB하이텍의 수주 규모는 2017년 114만2074장, 2018년 122만6315장, 2019년 132만1251장 등 매년 약 7%씩 증가했다. DB하이텍의 생산능력 역시 2015년 10만장이 채 안됐으나 2018년 11만7000장, 2019년 12만2000장, 2020년 13만장으로 늘었다.


DB하이텍은 생산능력을 늘리고 가동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지만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반도체 시장의 수요에 적극 대응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조단위 투자가 필요한 추가 증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DB하이텍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수조원에 달하는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기는 어렵다. 매년 1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와 병목 공정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생산능력을 늘려 왔지만, 대규모 외부 차입을 시도할 여력은 아직 부족하다.


DB하이텍은 국내에만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에는 제조공장이 따로 없으며 경기도 부천시와 충북 음성군에 생산공장을 각각 두고 있다. DB하이텍은 반도체 사업 인수를 통해 성장했다. 그간 대규모 증설 경험은 없었다. 만약 증설을 위해 실제 자금조달에 나선다 하더라도 회사채 발행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은행 등에서 제공하는 시설자금 대출 등을 이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분기 기준 DB하이텍의 현금성 자산은 500억원 규모다. 부채비율은 2017년 118%, 2018년 91%, 2019년 68.91%을 기록했다. 2020년 3분기 기준으로는 48%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자사는 소품종 대량 생산 중심의 TSMC와 달리 아날로그반도체 전반을 제조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반드시 매출과 수익성 증대로 직결된다고 볼 수 없다"며 "증설은 고객과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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