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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경영권 전쟁]“우리가 더 큰 시너지 효과” 거칠어지는 장외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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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우 “맨유가 토트넘 인수하는 격” 하이브 저격
강남규 “카카오, 콘텐츠 수출 제대로 해본 적 있나” 지적

하이브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경영권 전쟁이 치열한 공방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양측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전문가들의 장외 설전도 거세지고 있다. 각자 우리 쪽이 더 에스엠의 장기 발전을 위한 역량을 갖췄다고 홍보하는 한편 상대편의 약점을 들춰 에스엠 인수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양상이다. 3월 이사회 구성을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표심을 잡으려는 장외 논리 싸움이 치열한 것이다.


이남우 "덩치에 신경 쓰지 말고 주주부터 챙겨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카카오 연합)이 에스엠 사외이사 추천 위원으로 내세운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하이브의 에스엠 인수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맨유)가 토트넘을 인수하는 격으로 하이브 주주들이 반대해야 한다"고 저격했다.


과거 재벌처럼 남의 돈으로 문어발식 확장에 나섰다는 비판이다. 이 교수는 "하이브 는 이미 빚(치입금)이 많은데, 방시혁 회장이 에스엠을 차입 내지 증자로 인수하는 것은 맨유가 토트텀이나 맨시티를 남의 돈으로 사겠다는 셈"이라고 빗댔다. 이런 행태가 과거 금호(그룹), 동부, 한보, 쌍용처럼 기업가치를 파괴한 3류 재벌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가는 것으로, 결국 그들의 주주들과 임직원만 멍들었다는 지적이다.





이어 "하이브는 덩치에 신경 쓰지 말고 현 주주부터 먼저 챙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하이브가 경쟁사(에스엠)를 인수해 두 회사의 동시 상장을 유지하는 것은 거버넌스(지배구조) 관점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어 자칫 두 회사 모두 망가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우리가 추천한 SM 사외이사 후보가 뛰어난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카카오 측 이사 후보들이 에스엠의 장기 발전을 위해 엄선한 적격자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에스엠 사태의 본질은 카카오 대 하이브 대결이라기보다는 창업자가 떠난 후 앞으로 어떻게 이사회를 잘 꾸려서 회사를 장기적으로 발전시켜 주주와 임직원,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우리는) 여성 2명을 포함 회사 발전에 꼭 필요한 6명의 전문가를 모셨다"고 주장했다. 지배구조, IT,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이 3대 포인트로, 창업자가 등한시해 회사 성장을 정체시켰던 부문들을 보완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하이브 고위 관계자는 "카카오는 이번 인수전에서 3자 배정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CB) 발행, 신주발행 우선인수권 계약 추진 등으로 다른 주주 이익을 훼손하려는 불법적 시도를 한 바 있다"면서 "카카오 측이 주주들의 비례적 이익을 강조하며 주주가치 제고를 주장하는 것은 카카오의 겉과 속이 다르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남규 "하이브, 글로벌 시장에서 국부 창출한 경험 풍부"

하이브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중 1명인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 변호사는 ‘왜 하이브인가?’라는 제목의 세계일보 기고문에서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는 행동주의펀드의 자극적인 서한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펀더멘털(비즈니스 자체 역량)의 업그레이드에 따라오는 결과"라며 "글로벌 음악 시장 ‘톱3’로 올라설 수 있는 (에스엠의) 파트너가 바로 하이브"라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하이브는 에스엠, 와이지, JYP 3사가 좁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삼국지’를 펼치고 있던 기존 음악산업 판도를 깨고 본격적인 멀티 레이블과 솔루션, 커뮤니티 등이 융합된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사실 최근 3년간 하이브의 매출은 187%(1조943억원) 증가한 데 비해 에스엠은 24%(1588억원)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하이브가 거둔 순익 2594억원은 에스엠(925억원)의 3배 수준에 가깝다. 해외 시장 개척 여부와 강도에 따라 실적 차이가 났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멀티 레이블, 글로벌 시장 역량 강화, 지적재산권(IP) 수익 확대를 내세운 카카오 측의 ‘SM 3.0 전략’은 하이브의 전략과 별반 다르지 않다"면서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에 ‘실체적인 숫자’를 만들어 낸 경험과 실체적인 역량은 하이브를 따라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카카오는 국내 음원 시장에서 SNS에 기술을 가미해 유통 과정 효율화와 중개 마진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비즈니스를 키웠다는 것이다. IP를 세계로 수출해 실체가 있는 국부를 창출한 경험과 역량은 하이브에 비견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강 변호사는 에스엠 경영진과 카카오의 이른바 ‘수평적 사업 협력’ 관련 문제점도 지적했다. 국내 유통권 전체를 카카오가 독점적으로 가지고, 미국에 별 기반이 없는 카카오와 5대 5로 합작사를 세워 사업을 영위하면 최소 수천억원에 이르는 국내 유통수익 전체와 해외 수익 절반은 카카오의 몫으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이런 수익을 떼고 배당 등 주주환원이 이루어지면 주주들의 몫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비즈니스 구조를 문제 삼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을 하는 두 주체가 의결권 위임장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을 설득하려는 논리 싸움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경영진 소개, 비즈니스 전략 등에 대한 정보 소개가 사전에 충분히 이뤄지면 주주의 선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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