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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갇힌PE]④상장길까지 막혀 출구없는 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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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IPO 공모 및 심사 철회 19개社
기업가치 추락에 상장시기 불확실
큰 수익 노린 FI들, 자금회수 난망

편집자주자본시장 침체기 사모펀드(PEF) 운용사도 예외 없이 어려운 상황이다. 인수합병(M&A) 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산다는 사람은 없다. 주요 PEF들은 올 연말까지 '빅 딜' 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치중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시장 위기 시나리오를 써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사모펀드 대출은 집계에 잡히지 않는 '쉐도우뱅킹'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토종 PEF들이 움츠러든 사이 글로벌 4대 PEF가 침투했다. 강 달러 기조 속에서 외국계 펀드는 국내 기업사냥에 대한 야심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자본시장 주요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을 통해 다가올 변화를 관측해 본다.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올 하반기 들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공모철회, 심사철회, 상장연기 등이 속출하고 있다. 전례 없는 시장 침체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사모펀드(PE), 벤처캐피탈(VC)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기업 성장의 초기에 자금을 공급하고 기업 가치가 커지면 자본을 회수해 또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게 투자 업계 공식이지만, IPO 시장이 침체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꽁꽁 묶였다. 기업가치가 하락한 채로 막무가내로 상장할 수도, 기약 없이 시장 회복을 기다리기도 답답한 상황이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공모를 철회한 기업은 9개, 심사철회 기업은 10개에 달한다. 올해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터, 현대오일뱅크, 골프존커머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제이오, 밀리의서재 등이 상장을 철회했다.


최근 코스닥 상장을 철회한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는 설립 후 꾸준히 국내 자본시장의 투자를 받으며 성장했다. 2017년 HB인베스트먼트를 시작으로 한국투자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나이스투자파트너스, L&S벤처캐피탈, 로그인베스트먼트, 스틱벤처스 등 국내 유력 투자 기업들이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첫 외부 투자유치 당시 밀리의 서재 기업가치는 40억원 규모였다. 2018년 시리즈A단계 유치 당시에는 200억원, 2019년 시리즈B 단계에선 600억원 정도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지니뮤직이 밀리의서재를 인수할 때 인정한 기업가치는 1200억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4년 만에 기업가치가 30배 뛴 것이다. 밀리의서재가 올해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언급된 가치는 2000억~3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밀리의서재가 제시한 실제 몸값은 이보다 줄었다. 공모 희망가 2만1500~2만5000원과 공모 예정 주식 수를 보면 밀리의 서재는 시가총액을 1771억~2047억원 수준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발하면서 밀리의서재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묶였다. FI 지분이 많은 만큼 이들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라도 상장에 재도전해야 한다.


지니뮤직은 지난해 밀리의서재 FI들 구주 일부를 인수하면서 다양한 조건을 포함해 주주 간 계약서를 맺었다. 2024년까지 밀리의 서재가 상장을 하지 못하면 FI들은 자신들의 보유 지분에 대해 풋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이나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풋옵션 행사 가격은 지난해 지니뮤직이 FI의 구주를 인수할 때 설정한 금액(18만3000원) 보다 높은 25만원으로 설정돼 있다.


SK쉴더스의 경우 상장 철회 이후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기존 FI의 투자금 회수 기회와 성장 자금 마련을 위해 투자자 교체를 논의 중이다. SK스퀘어는 지난 2일 "SK쉴더스의 미래 성장을 위한 신규 투자 유치 및 지분매각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EQT파트너스는 지난달 말부터 자문사들의 도움을 받아 SK쉴더스 투자 실사에 들어갔다.


EQT파트너스는 스웨덴 유력가문 발렌베리그룹이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로 운용자산이 100조원을 넘는다. 2018년 SK스퀘어(옛 SK텔레콤)는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맥쿼리PE) 컨소시엄과 함께 SK쉴더스(옛 ADT캡스)를 인수했다. 인수 기업가치는 약 3조원으로 평가했고, SK스퀘어가 인수목적회사(SPC)에 지분투자금 7020억원(지분율 55%), 맥쿼리PE 측이 5740억원(지분율 45%)을 투입했다.


이후 SK스퀘어 완전자회사 SK인포섹이 SPC를 흡수합병했고, ADT캡스도 흡수합병한 후 지분율은 SK스퀘어 63.13%, 컨소시엄 36.87%가 됐다. 향후 EQT파트너스가 2대 주주인 컨소시엄의 구주를 사들이고, 이후 SK스퀘어가 가지고 있는 구주 일부 혹은 SK쉴더스가 발행하는 신주를 추가로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당초 올해 상장할 것으로 알려졌던 케이뱅크와 컬리 역시 상장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는 내년 1월로 상장 시기를 잠정 연기했고, 컬리는 정확한 상장 시점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해 7월 2조5000억원의 몸값으로 1조2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최대주주인 BC카드는 당시 투자자들에게 동반매각청구권을 부여했다. 케이뱅크의 IPO가 합의한 조건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이 이를 행사할 수 있다. 투자자들의 IPO를 통한 자금회수 요구가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베인캐피탈과 MBK파트너스가 유증에 참여해 공동 3대 주주에 올랐으며, 5대 주주인 카니예 유한회사(MC파트너스·토닉PE), 6대 주주인 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 유한회사(5.16%)도 지분을 확보했다. 싱가포르투자청과 컴투스 등을 포함해 당시 유증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확보한 지분만 현재 발행 주식 총수의 30%가 넘는다.


컬리는 내년 2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컬리의 기업가치도 보수적으로 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1월 컬리의 몸값을 4조원으로 계산해 2500억원을 보통주로 투자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앵커PE)는 상장이 이뤄져도 현재 시장분위기에선 손실이 불가피하다.


앵커PE의 경우 컬리 투자 이후 시장 침체로 회사의 몸값이 떨어지자 해외 LP들로부터 불만이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다른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진 상황으로 알려졌다. 컬리는 앵커PE외에도 세콰이어캐피탈 차이나, 힐하우스캐피탈,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 아스펙스캐피탈, 오일러캐피탈,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제스몬드홀딩스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올해 IPO 대어로 꼽히던 CJ올리브영 역시 상장 시기를 확정하지 못했다. 작년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PE)가 4141억원을 투자했다. 거래 가격인 주당 6만9660원 기준으로 CJ올리브영 지분 100%의 가치는 1조8360억원으로 책정됐다.


CJ는 상장으로 글랜우드 PE의 자금회수를 도와야 한다. 상장 과정에서 최고 2조원 이상의 밸류를 인정받아야 가능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장 상황이 신규 투자자들에게는 기회이지만 자금 회수가 필요한 기존 투자자들에게는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 시장 상황에선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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