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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PF업계 ‘고액 인센티브’ 구조 손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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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확보 위해 고연봉 내걸다 보니
리스크 부담 서슴지 않아
거품 원인 들춰내 고쳐나가야

연말 증권가 분위기가 흉흉하다. 수년간 승승장구하던 주식시장에 찬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가 어려워지다 보니 대부분의 증권사가 작게든 크게든 구조조정을 단행했거나, 진행 중이거나 할 예정이다. 투자자 또는 투자 동반자들과의 분쟁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여러 안타까운 소식과 루머(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곳곳에서 들린다. 얼마 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잘 나가던 한 증권사 젊은 임원의 본인상 부고가 났다. 곧바로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얘기가 메신저를 타고 돌았다. 개인적으로 시행 사업에 투자한 게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꼬여버린 데다 구조조정까지 겹쳤다는 원인 진단도 함께다. 앞서 한 대체투자 관련 운용사 펀드매니저가 실적을 비관해 자살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 증권사에서는 투자 사업에 거액의 돈을 맡긴 '큰 손' 고객이 투자 동반자였던 임원을 찾아와 폭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모두가 ‘쉬쉬’하는 분위기라 사실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피해자인 증권사 임원은 안면 부위에 큰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위력을 행사한 큰 손 고객이 건설 시행사업과 연관된 인물로 알려졌다,


유사한 얘기가 일일이 다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나온다. 상당 부분 사실에 기반하고 있고, 일부는 전달자들이 다소 과장한 측면 있다. 주목할 사실은 이 소문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부동산 PF 또는 관련 대체투자 부문에 소속된 이들이라는 점이다. 매년 공시로 공개되는 연봉 5억원 이상의 금융투자 업계 임직원 리스트에 수년간 오르내리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성과급 포함 연봉이 20억원, 30억원, 40억원에 달해, 웬만한 증권사 사장 연봉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어림잡아 최근 5년간 PF 업계에는 10억원 넘는 연봉자가 속출했다.


시장 상황이 나빠졌다고 이들의 전문성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얻어낸 노력의 과실을 폄훼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증권사의 PF 쏠림과 일련의 유동성 사태 이면에는 PF 업계의 고액 인센티브 구조가 한몫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증권사들이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욕심으로 은행·저축은행·건설사 출신의 PF 인력을 경쟁적으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자 리스크를 고려치 않은 고액의 인센티브 구조가 정착됐다.


몇 해 전 한 증권사의 PF 영업팀 전체가 다른 중소형 증권사로 이동할 때도 그랬다. 해당 팀은 PF 관련 수익 배분율을 대폭 높여줄테니 이직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재직하던 증권사에서 향후 5년간 나눠 받기로 한 인센티브도 한꺼번에 정산해 주겠다는 약속도 포함됐다. 타사로 이직하면 못 받는 인센티브를 한 번에 받고, 수익 배분율도 대폭 높여 주겠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1조 대출에 1%만 해도 100억원이 떨어진다.


이들은 고액의 인센티브를 노리고 부동산 호황기에 시행사업에 돈을 대려고 혈안이 됐다. 딜(Deal)을 따내기 위해 회사와 개인이 리스크를 부담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리스크를 부담하면 할수록 수익은 더 컸다. 상당히 오랜 기간 호황이 이어지면서 PF 리스크를 얘기하는 이들은 점점 사라져 갔다. 영업력 좋은 팀장 눈에 들어 대리 직급부터 몇 년 근무한 이들은 ‘페라리’를 사고, 레버리지를 일으켜 여러 채의 부동산도 구입했다.


거품 속에서 장기간 이어지던 파티는 끝났다. 자생력이 떨어지는 민간회사를 구제하기 위해 당국이 급하게 대규모 유동성을 끌어다 수혈했다. 시장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고 하지만, 미분양 등으로 PF 부실 위험은 여전히 상존한다. 당장은 급한 불부터 끄는 게 우선이지만, 비상식적인 고액의 인센티브 구조 등 거품의 원인을 들춰내 고쳐나가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다시 호황이 오면 같은 모럴 해저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임정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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