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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원전에 흔들…두산重 '돈맥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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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2조원 이상 재무 지원
원전·석탄화력 신규 수주 반토막
장기간 실적 부진에 현금흐름 악화
단기상환 차입금 4조원 발등의 불
공모채권·사모채 발행도 요원할듯

한국전력공사와 두산에너빌리티 . 두 기업은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기업으로 거론된다. 두산에너빌리티 은 유동성 위기 상황으로까지 내몰렸고, 한전은 1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전기요금 인상 논란으로 이어졌다. 탈원전이 두 기업에 미친 영향이 없지야 않겠지만, 전적으로 정부의 전력 정책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의문을 갖고 두 기업의 상황을 들여다본다.

[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두산그룹의 몸체나 다름없는 두산에너빌리티 이 사실상의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것으로 평가된다. 차입금 단기상환 부담이 4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차입금 상환자금 확보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해 수조원의 자금을 지원한데다 정부의 탈원전과 탈석탄화 정책에 따른 수주 부진이 상황 악화를 초래했다.

◆꼬리 살리려다 몸통 다칠라

두산에너빌리티 의 유동성 위기는 자회사 두산건설에 대한 지원으로부터 시작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대기업들은 계열 건설사 꼬리 자르기를 단행해 위기를 넘었다. 건설업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반면에 두산그룹은 두산건설을 안고 간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고비를 넘기면 두산건설이 알짜 계열사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했다..

두산건설은 10년째 이익을 내지 못했다. 2011년 2942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9년 연속으로 손실을 봤다. 9년간의 누적 순손실 규모가 2조8000억원에 이른다. 2009년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시작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 은 두산건설 지원을 10년간 지속해야 했다. 대규모 적자를 입은 두산건설이 2011년 5000억원을 증자하는데 39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2013년에도 유상증자와 현물출자로 8700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2016년에는 두산건설이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RCPS) 정산으로 4000억원의 부담을 졌다. 과거 10여년간 두산그룹이 두산건설 지원에 투입한 자금은 총 2조47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84%인 2조700억원을 두산에너빌리티 이 부담했다.

두산건설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만큼 두산에너빌리티 의 상황이 탁월하게 좋았던 것도 아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은 2011년(1716억원), 2013년(4380억원), 2017년(158억원)에 순이익을 냈지만, 2011년 이후 3개년을 제외하고는 계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게 실적이 계속 악화됐다. 해당 기간 합산 실적 성적표는 1조2000억원의 누적 순손실이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계속 감소 추세를 보였다.

장기간의 실적 부진과 두산건설에 대한 재무적 지원으로 자체 재무 상황도 악화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의 차입금은 2011년 2조8800억원에서 2015년에 4조300억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5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2조4900억원에서 4조6400억원으로 불어났다.

◆석탄화력 수주 부진에 과도한 차입금 '발등의 불'

탈원전과 탈석탄화에 따른 원전 및 석탄화력 수주 부진은 두산에너빌리티 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2016년 9조원이 넘던 두산에너빌리티 의 신규 수주는 2018년 4조644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신규 수주가 반 토막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신규 수주액은 2조1484억원에 불과하다. 수주 잔액은 같은 기간 20조5000억원에서 15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주 감소로 매출도 4조7000억원에서 4조원 밑으로 내려앉았다.


실적이 줄면서 현금흐름도 악화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2016년 3500억원에서 2018년말 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OCF는 576억원으로 전년 동기(1715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7450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4640억원에서 3000억원 가량 유출액이 증가했다.

단기간 내에 실적 회복이 어려워 차입금 상환 및 차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 의 별도 기준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9월말 기준 5조1120억원이다. 이 중 1년 이내에 상환 또는 차환해야 하는 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가 4조3300억원어치다. 단기차입금이 전체 차입금의 85%에 이른다.

당장 올해 4월 6006억원 규모의 공모 외화채권의 만기가 돌아온다. 5월에는 5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조기상환(풋옵션) 행사일도 다가온다. ㈜두산 지분 92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4080억원에 대한 상환 요구가 예상된다. 연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600억원어치와 1000억원 규모의 사모 외화사채 만기도 대기하고 있다. 6500억원 내외의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등에 대한 차환 부담도 여전하다.

차입금 상환을 위해서는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자금 조달 능력은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두산에너빌리티 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전망도 여전히 '부정적'으로 달아 놓았다. 단기신용등급도 A3로 떨어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신용등급으로는 공모채권 발행은 물론, 사모채 발행도 쉽지 않다"며 "추가적인 신용도 저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도 차입금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만기도래 외화채권을 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수출입은행과 협의 중이다. BW 조기상환은 내부 현금 등의 자산을 활용해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번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수권주식수를 4억주에서 20억주로 늘리고, 전환사채(CB)와 BW 발행 한도를 기존 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렸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당장 증자를 하거나 CB나 BW를 발행할 계획을 세워놓지는 않았다"면서 "유사시 재무적 대응력을 높이려는 조치"라고 전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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