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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대어 실종]①중소형주만 웃은 반쪽 흥행…시장 건전화 시도에 활성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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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컬리·오아시스마켓 등 줄줄이 상장 연기
6월에 상장일 가격제한폭 확대, 허수성 청약 방지 등 시행

썝蹂몃낫湲 [사진출처=Unsplash]

올해 1분기 기업공개(IPO) 시장은 당초 예상과 달리 기대 이상으로 선방했다. 대어급 기업이 자취를 감춰 반쪽짜리 흥행이란 평가도 나왔지만, 중소형급 공모주가 선전하며 관심을 이어갔다. 올 하반기 IPO 시장도 이와 비슷하게 흘러갈 전망이다. 경기 침체 우려로 대어급 상장은 쉽지 않겠지만 상장일 가격제한폭 확대 등으로 몸집이 가벼운 중소형급 기업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새내기주,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100% 상승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 수는 27개사, 공모 금액은 576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공모 기업 수는 같고 공모 규모는 95.7%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12조7000억원을 모집한 것을 제외하면 공모 규모도 비슷하다.


1분기 상장한 기업의 평균 수요예측·청약 경쟁률은 각각 1077 대 1과 881 대 1을 기록했다.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 4분기 462 대 1로 낮아졌다가 올 1분기에 다시 높아졌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 이상으로 공모가를 확정한 비중은 75.0%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41.2%에서 33.8%포인트 상승했다.




대신증권이 1분기 상장한 새내기주의 공모가 대비 시가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평균 78.1%로, 지난해 1분기 대비 34.2%포인트 올랐다. 상장 첫날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상승률은 더욱 높아졌다. 공모가 대비 평균 종가 상승률은 104.1%에 이르렀다. 평균적으로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2배로 올랐다는 얘기다. 높은 시가 수익률을 기록한 2020년(53.3%)과 2021년(54.9%)과 비교해도 올해 1분기 공모주 상승률이 높았다. 지난해 신규 상장 주식의 공모가 대비 평균 시가 수익률은 27.7%에 불과했다. 최근 공모주 청약에 돈이 몰리는 이유다. 올해 1분기 공모주 청약 증거금으로 36조원이 몰렸다.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대어급 공모주가 없었는데도, 공모주 청약 열기는 뜨거웠다.


올해 상장한 기업 가운데 꿈비와 미래반도체의 3월 말 주가는 공모가 대비 5배 수준으로 올랐다. 6000원으로 상장한 미래반도체 주가는 3만500원, 꿈비는 5000원에서 2만8550원으로 올랐다. 박세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에도 올해 1분기 IPO 시장은 연초 인공지능(AI), 로보틱스, 2차전지 테마 열풍이 불면서 중소형주 중심으로 활기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IPO 시장에서 중소형주가 성과를 냈지만 대어급은 고배를 마셨다. 올 들어 케이뱅크·컬리·오아시스마켓·골프존카운티 등이 잇따라 상장을 연기한 후 분위기를 뒤바꿀 만한 대어급은 아직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4월에도 다수의 중소형주만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중 수요예측·청약을 진행하는 기업은 마이크로투나노·토마토시스템·나라셀라·모니터랩·에스바이오메딕스·프로테옴텍 등 6개 기업"이라며 "예상 시가총액은 에스바이오메딕스가 1800억원가량으로 가장 크다"라고 설명했다.



시장 건전성 방안 시행에 촉각

상장 시기를 조율 중인 대어급 공모주는 국내 증시 흐름뿐만 아니라 감독당국이 추진 중인 'IPO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에 따른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신규 상장 종목의 상장일 기준가격 결정 방법 개선 및 가격 제한폭 확대를 위해 관련 업무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했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 후속 조치 가운데 하나다.


개정 시행세칙을 적용하면 신규 상장 종목 기준가는 별도 절차 없이 공모가격 그대로 결정된다.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은 공모가격의 60∼400%로 확대된다. 현재 신규 상장 종목의 시초가는 개장 전 30분 동안 공모가의 90~200%에서 호가를 접수해 결정했다. 시초가를 기준으로 상·하한폭 30% 내에서 그날 주가가 움직였다.


앞으로는 달라진다. 이런 과정 없이 공모가 대비 4배까지로 주가가 오를 수 있다. 거래소는 다음달까지 관련 시스템을 개발한 후 사전 테스트를 하고 오는 6월 26일부터 이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당국은 주문 의사가 없는 투자자가 신규 상장 종목을 대상으로 허수 주문을 넣었다가 개장 직전 취소하는 방식으로 시초가를 교란하는 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건일 한국거래소 코스닥 매매제도팀장은 "신규 상장 종목의 기준가격 결정 방법을 개선하고 가격제한폭을 확대해 신규 상장 당일 신속한 균형가격 발견 기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장 당일 주가 상·하한폭 확대는 공모주 투자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IPO 시장에서 공모주에 투자하는 개인 대다수는 단기간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지금까지는 공모가 1만원짜리 공모주를 받아서 상장 당일 최대 2만6000원에 팔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론상 4만원에도 팔 수 있다. 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노리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고수익)' 투자자가 몰릴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된 후 상한가 도달하는 '따상'은 사라질 것"이라며 "제도 시행 이후 공모가 대비 260%를 초과하는 사례가 나오면 IPO 시장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IPO를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 상·하한폭이 커지는 것은 수요예측과 청약에서 흥행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상장 초기 유통물량을 줄이면 높은 공모가를 받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수성 청약 방지로 투자자 수익 늘어날 가능성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 확대는 IPO를 준비하는 기업과 투자자 양쪽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허수성 청약을 막기 위한 개정안 시행은 공모가를 결정하는 데 거품을 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과 '대표주관업무 등 모범기준'에 대한 개정을 예고했다.


바뀌는 인수 업무 규정에는 주관 회사의 주금 납입 능력 확인 방법이 새롭게 들어간다. 수요예측 참여 건별로 기재한 자기자본 또는 위탁재산 자산총액 합계를 확인하거나 주관 회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내부규정·지침에 따라 확인한다. 주금 납입 능력을 초과해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에는 공모주 배정을 금지하거나 ‘불성실 수요예측 등 참여자’로 지정하는 등의 제재를 부과한다. 금융투자협회는 또 모범기준을 개정해 수요예측 기간을 기존 2영업일에서 5영업일 이상으로 연장하는 것을 권장하기로 했다.


공모가를 확정하는 데 거품을 뺀 만큼 공모주 투자자가 수익을 낼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높은 공모가를 원하는 기업과 주관사, 상장 전 투자자 등은 늘어난 수요예측 기간을 활용해 상장 이후 성장 전략을 투자자에게 설명하고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기업설명회(IR)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시장 상황 개선과 함께 대어급 공모주가 나서기를 기대한다"며 "IPO 시장 전반에 기대감이 살아나야 비상장 기업 투자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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