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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대어 실종]②2분기에도 대어급 상장사 등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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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으로 자본시장 유동성 부족해져
비상장사 투자 열풍으로 기업가치 고평가 후폭풍도

썝蹂몃낫湲 [사진출처=unsplash]

지난해 9월30일 이차전지 분리막 생산 업체 더블유씨피가 상장한 이후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대어급 공모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중소형 공모주가 기대 이상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IPO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어급 공모주가 등판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리면서 증시가 부진했고, 자본시장의 유동성도 줄어든 영향이 크다. 더구나 지난해 상반기까지 비상장 주식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공모가 부담이 커진 후폭풍도 있다.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기업가치와 상장 시기 등을 했던 약속하게 마련인데 최근 증시 상황에서는 이를 지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증시에 상장할 예정인 대어급 공모주(예상 기업가치 1조원 이상)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2분기에 상장할 것으로 보이는 기업 가운데 예상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은 기가비스다. 기가비스와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3만4400~3만9700원으로 공모가 희망범위를 제시했다. 이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5000억원 안팎이다.



지난해 호실적 달성한 대어급, 최적의 상장 시기 고심

상장심사를 청구한 기업까지 범위를 확대해도 기대를 모았던 대어급 공모주는 아직 본격적인 상장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승인을 받았던 대어급 공모주는 6개월이 지나 상장하려면 다시 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올해 상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대어급 공모주 가운데 LG CNS·SK에코플랜트·CJ올리브영·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은 시장 상황에 따라 이르면 3분기에 상장할 가능성이 있다.


LG CNS는 지난해 5월 KB증권·뱅크오브아메리카(BoA)·모건스탠리 등을 IPO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미래에셋증권·신한투자증권·대신증권·JP모건도 공동 주관을 맡았다. 지난해 매출액 4조9697억원, 영업이익 3854억원, 순이익 26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9.9%, 17.3%, 12.8% 증가했다.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데다, 지주사인 LG의 여건상 상장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영국계 투자사인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 엘엘피는 LG 지분 5.02%(789만6588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난 12일 공시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실체스터가 배당 확대, 비영업용 자산 매각,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 CNS 상장과 일부 구주 매출을 통한 현금 확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LG와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각각 LG CNS 지분 49.95%, 1.12%를 보유하고 있다. LG CNS 관계자는 "상장 시기는 시장 상황이나 제반 여건에 따라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LG CNS는 지난달 28일 홍범식 LG 경영전략부문장(사장)을 기타 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IB업계는 그룹 전반의 경영 전략을 세우고 미래 투자와 사업 포트폴리오 등을 관리하는 LG 경영전략부문장이 LG CNS 이사회에 합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LG CNS가 상장 시기를 조율한다는 것은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 언제라도 IPO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그룹 차원에서 LG CNS 성장 청사진을 잘 만들어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다면 상장 시기는 당겨질 수 있다.


SK에코플랜트와 CJ올리브영은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SK그룹 건설 계열사인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4월 NH투자증권·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상장 주관사 계약을 맺었다. 공동 주관사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참여한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매출 7조5509억원, 영업이익 15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1.39%, 6.45% 증가했다. 환경·에너지 등 신사업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체 영업이익 증가를 이끌었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액 2조7809억원, 영업이익은 2714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30%, 97%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장 전망이 나왔지만 IPO 시장 침체로 연기한 상태다.


에코프로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유가증권 시장 입성을 위해 이달 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이 주관사로 선정됐다. 예비심사를 통과한 후 공모를 거쳐 실제 상장하는 데까지 필요한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올 하반기에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차전지용 하이니켈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하이니켈 전구체를 제조하는 업체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94%, 140% 늘었다.


상장 전 투자자, 일정 수준 이상 공모가 원해

대어급 공모주 가운데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 곳도 적지 않다. 컬리는 IPO는 잠시 미루고 신사업에 쓸 자금 확보를 위한 투자 유치에 나섰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프라이빗에쿼티(PE)를 비롯해 기존 투자자들과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1000억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협상하고 있다. 마켓컬리가 자금을 유치하면 상장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컬리를 비롯해 단기간 급격하게 몸집을 불린 대어급 공모주는 상장하는 과정에 투자자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투자를 받으면서 계약서에 퀄리파이드 IPO(QIPO) 조항을 넣는 경우가 많다. 투자받기 위해 일정 수익률과 상장 시기 등을 약속한다. 지난해까지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비상장 기업은 높은 기업가치로 투자받았다. 바꿔 말하면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기준점이 높았다는 의미다. 경영진이 공모가를 낮춰서라도 일단 상장하고 차후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려 해도 투자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상장을 미뤄야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비상장 기업에 투자할 때 내부수익률(IRR)을 고려해 일정 수준 이상의 공모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탓에 대형 성장주가 높은 공모가를 받지 못할 것 같으면 상장을 연기하는 사례가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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