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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디폴트옵션 머니무브' 촉각..금투협회장 "투자형 디딤돌펀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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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수익률 높이기 위한 디폴트옵션 본격 시행
1년 유예기간 동안에도 총적립금 84%가 초저위험 상품에 몰려
2017~2021년 5년간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 연 1.94% 불과
보장형에서 투자형으로 ‘문지방’ 뛰어넘도록 퇴직연금 가입자 유도


"디폴트옵션은 잠자는 퇴직금을 깨워서 일하게 하자는 겁니다. 물론 투자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람이 보장형에서 투자형으로 선뜻 문지방을 넘기 당연히 힘들죠. 단계적으로 가면 됩니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본격 시행된 12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금리가 높은 지금은 확정금리형 상품의 수익률이 좋기 때문에 투자형보다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 선택 비중이 큰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디폴트옵션 시행에도 퇴직연금이 원리금보장 상품 위주인 초저위험 상품에 집중적으로 몰려있어 도입 취지가 흐려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을 두고 현 시장 상황에서는 이게 금융소비자들의 당연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1분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약 3012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간의 디폴트옵션 시행 유예기간에도 총 적립금 가운데 84%인 2544억원이 초저위험 상품에 여전히 몰렸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본격 시행된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는 경우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자동 투자되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해 7월 시범 도입됐는데, 앞으로는 반드시 지정해야 한다. 한번만 지정하고 나면 이후엔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았을 때 6주가 지나면 자동 투자된다. 디폴트옵션이 불만족스러우면 언제든지 갈아탈 수 있다. 대부분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가입하고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잠자고 있는 적립금을 굴리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대상이다. 사업주가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은 해당되지 않는다.


서 회장은 "디폴트옵션이 원래 취지대로 작동을 못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라며 "지금은 '리스크 프리(Risk-Free)'한 자산에 몰리지만 시장과 금리는 계속 변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디폴트옵션 중에서 실적 배당 상품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자본시장은 톱니바퀴식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사이클을 타서 장이 다시 좋아지면 투자형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시기에 대비해 좀 더 정교한 상품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생애주기에 따른 TDF(타깃데이트펀드)도 좋지만 퇴직연금은 장기로 운용을 해야 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주식·채권·대체자산에 골고루 배분된 상품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은행·증권·보험 등 각 사업자별로 재테크 초보자에게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권유할 수 있어야 한다"며 "원리금 보장형에 익숙하고 투자형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이 문지방을 살짝 넘을 수 있도록 하는 첫 발을 내딛는 그런 펀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걸 TDF처럼 하나의 브랜드화 시키려고 하는데 나름대로 개념화한 것이 '디딤돌 펀드'"라고 설명했다. 이어 "디딤돌펀드는 국민연금을 생각해보면 쉽다"며 "국민연금은 설립 이후 주식·채권·대체자산 이렇게 자산이 배분된 펀드로 연평균 수익률이 5%가 넘는데 30년을 운용을 하면 대단한 수익률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퇴직연금은 국민연금보다 유연한 자산배분 전략으로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사업자들이 그때 그때 인기있는 테마 상품을 권유하기보다는 주식·채권·대체투자에 자산이 골고루 배분된 펀드 상품을 이용해 국민들의 퇴직연금을 불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런 '디딤돌펀드'에 대한 구상을 금융당국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앞으로도 협회에서는 당국과 적극적인 협력을 이어가면서 이를 현실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1분기까지 금융업권별 퇴직연금 점유율을 보면 은행이 174조원으로 과반(52%)을 차지했고, 보험이 26%로 은행·보험업에만 87%가 쏠렸다. 증권은 20% 초반대에 그쳤다. 퇴직연금은 원금 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은행 쪽에 가입한 고객이 많았다. 예·적금만으로는 미래 은퇴 자금으로 부족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증권사로 '머니무브'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지난 1분기 기준 수익률은 증권사가 가장 높았다. 증권사 퇴직연금 수익률은 2.86%로 은행 2.25%, 보험 2.28%를 뛰어넘었다. 디폴트옵션 상품을 통해 6대 대형 증권사로 유입된 퇴직연금 금액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923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약 84% 증가했다.


당국은 퇴직연금 계좌를 갈아탈 때 기존에 가입했던 상품을 해지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경우 TDF시장이 열리면서 다양한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금투협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디딤돌펀드'까지 도입된다면 공모펀드 시장 위축으로 침체한 펀드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간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연 1.94%였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자산이 줄고 있는 셈이다. 디폴트옵션을 적극 시행하고 있는 영국의 지난 10년간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9.9%, 미국은 8.4%로 집계됐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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