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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당금 9조' 쌓았지만… 금융권은 긴장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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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압박에 4분기에만 3조 적립
건설업 연체율 상승·부실채권 증가
미국 1월 CPI도 예상치 웃돌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의지에 주요 금융지주가 대손충당금을 9조원 가까이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태영건설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에만 3조원의 충당금을 쌓으며 당국과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는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건설업 연체율 상승, 부실채권 증가와 더불어 앞으로 금리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난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까지 예상치를 웃돌면서 녹록지 않은 환경이 지속될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금융·우리금융·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쌓은 대손충당금 규모는 8조9934억원에 달해 2022년 5조2079억원 대비 71%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지주별로는 KB금융지주가 가장 많은 3조1464억원을 적립했고 이어 신한금융지주가 2조2512억원, 하나금융지주가 1조7148억원, 우리금융지주가 1조8810억원을 쌓았다.


특히 이들 금융지주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인한 부동산 PF발 부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4분기에만 3조4463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지난해 연간 적립금의 38%를 한 분기에 쌓은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각 금융기관의 결산자료를 전달받아 적정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2024년 금감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PF 손실을 미루고 책임을 회피하는 금융회사의 퇴출도 불사하겠다"고 언급했던 만큼 보수적인 잣대로 손실흡수 능력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9조원에 달하는 주요 금융지주의 충당금 적립에도 금융시장을 둘러싼 각종 지표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가 큰 상황이다. 건설업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고정이하여신(NPL)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은행별로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건설업 대출 연체율이 0.79%로 전년 0.34% 대비 2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우리은행은 0.26%에서 0.39%로, 하나은행은 0.17%에서 0.33%로 상승했다. KB국민은행만 0.27%로 1년 새 0.01%포인트 하락했다.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4조232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4% 이상 늘어난 수치로 4분기에만 약 9462억원 증가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고금리 기조 지속으로 인해 중소기업과 취약계층의 상환능력이 약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지주의 손실 흡수 능력 지표인 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비율은 지난해 평균 187%로 1년 새 22%포인트 하락했다.


금융권은 올해 적극적인 부실채권 매각을 통해 강도 높은 건전성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1월 미국 CPI가 1년 전 대비 3.1% 상승하면서 시장 예상치를 웃돈 가운데 고금리 기조가 꺾이는 시점을 가늠하기는 더욱 어려워졌고,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언제든 부동산 PF 추가 부실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금감원장은 전일 임원회의에서도 "금리인하 기대감에 편승해 금융사의 부동산 PF 부실이 이연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면서 "금융회사가 금리인하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으로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물론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금융당국이 건전성 부분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고, 각 금융기관도 수시로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부실채권을 매각하면서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중을 낮춰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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