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
닫기버튼 이미지
검색창
검색하기
공유하기 공유하기

[기금·공제 대해부]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행정공제회의 '36.5도 전략'

  • 숏뉴스
  •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 공유하기
  • 글씨작게
  • 글씨크게

작년 총자산 33조8000억원·수익률 9.4%
환헤지 90%→50%…엔화 빼고 환노출 확대
사모신용 늘리고 부동산 줄여 유동성 보강
미국 쏠림 경계…일본·호주로 투자 지도 확장

편집자주연기금과 공제회가 자본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연기금과 공제회는 국민의 노후보장(연기금)과 회원들의 자산증식·복지확대(공제회)라는 기본적인 차이 이외에도 자산 규모, 투자 전략, 조직 구조 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줄이기도 한 연기금·공제회에 대해 심층 분석해 본다.

올해 상반기 기관들의 성적표는 뜨거웠다. 국민연금이 5월 말까지 26.18%, 사학연금이 23%대를 냈다. 국내주식이 끌어올린 숫자였다.


대한지방행정공제회(행정공제회)는 폭등의 짜릿한 도파민 잔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지난해 8.55%였던 주식 비중(해외 포함)은 올해 12.27%까지 오르긴 했지만, 주식이 절반에 가까운 사학연금이나 국내주식만 29.4%인 국민연금과는 출발선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달 만에 코스피는 8476.15에서 5663.24(-33.19%)로 차갑게 내려앉았다. '리밸런싱 실기' 등 비판의 화살은 행정공제회를 비껴갔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행정공제회 특유의 '36.5도' 운용이 올해 시장에서도 드러난 셈이다.


행정공제회는 오히려 특정 자산군으로의 쏠림을 경계한다. 특정 자산군의 성과가 전체 수익률을 좌우할 만큼 커지면 자산배분의 균형이 깨지고 포트폴리오 변동성도 높아진다. 이에 안정적인 현금흐름 자산과 성장 자산을 함께 가져가는 기존의 '바벨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투자 지역과 상품을 한층 세분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미국과 서유럽에 집중된 해외투자도 일본과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으로 넓혀가고 있다.


4년 새 자산 15조 늘어…지급준비율도 개선

행정공제회는 '대한지방행정공제회법'에 따라 1975년 설립됐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지방행정 종사자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해 회원들이 납입한 회비를 운용한다. 설립 당시 회원 8만명, 자산 12억원으로 출발했지만 지난해 말 총자산은 33조8260억원, 올해 6월 말 회원은 38만1507명이다. 2021년 말 18조9883억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자산이 15조원가량 불었다.


운용자산은 대체투자가 23조7093억원(70.1%)으로 가장 많고 주식 4조1515억원(12.27%), 단기자금 등 3조6547억원(10.8%), 채권 2조3104억원(6.8%) 순이다. 지역별로는 해외가 21조9190억원으로 64.8%를 차지한다.



지난해 수익률 9.4%는 장기 목표수익률 5.4%를 웃돌지만, 같은 해 국민연금(18.82%)과 사학연금(18.93%)의 절반이고 교직원공제회(10.6%)에도 못 미친다.


다만 행정공제회의 목표는 순위권 진입이 아니다. 장기 목표수익률 5.4%를 넘기되 한 해도 마이너스를 내지 않는 것이 목표에 가깝다.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무너진 2022년 국민연금이 -8.22%, 사학연금이 -7.75%, 공무원연금이 -6.00%를 기록하는 동안 행정공제회는 3.9%로 플러스를 지켰다. 이후 2023년 5.1%, 2024년 9.1%, 지난해 9.4%로 4년 연속 수익률이 올랐다. 크게 이긴 해는 없지만 잃은 해도 없었다는 뜻이다.


성적표는 재무제표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경영수익은 1조8136억원, 당기순이익은 5679억원으로 전년(3893억원)보다 45.9% 늘었다. 회원에게 지급할 원리금 대비 자산 수준을 보여주는 지급준비율도 2024년 112.6%에서 지난해 115.7%로 올랐다. 회원에게 약속한 이자를 지급하고도 곳간이 두꺼워졌다는 의미다.


환헤지도 절반만…일본·호주에서 '알파' 찾기

행정공제회는 이자와 배당을 지급하는 인컴 자산 70%, 가격 상승을 노리는 자본차익 자산 30% 수준의 바벨 구조를 유지한다. 해외투자가 전체의 3분의 2에 육박하면서 환율이 실질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행정공제회는 2022년 이후 전체 환헤지 비중을 약 90%에서 50% 수준으로 낮췄다. 해외 주식은 환율에 전부 노출하고, 사모주식과 부동산 등 지분형 자산은 약 30%, 채권과 대출 등 이자 지급형 자산은 70~80%를 헤지한다. 엔화처럼 헤지 과정에서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는 통화는 높은 비율을 유지한다. 여기서도 전부 열거나 전부 닫는 선택은 없다.


허장 행정공제회 사업이사(CIO)는 "환율 예측에 기반해 투자 지역이나 통화별 비중을 결정하지 않는다"며 "자산군별 특성과 기대수익을 고려해 차별화된 헤지 비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 대체투자에 지속적으로 헤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비합리적일 수 있지만, 공제회 자금의 특성상 환율 변동으로 성과가 과도하게 흔들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투자처도 해외로 넓힌다. 핵심 지역으로는 일본과 호주를 꼽았다. 미국은 AI 혁신을 주도하고 자본시장 규모도 커 대체하기 어렵지만, 특정 지역과 운용사 쏠림을 낮추려면 다른 문을 열어둬야 한다는 판단이다. 일본은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가운데 정부 주도 재정 확대가 경제 활력을 높일 것으로, 호주는 미국·유럽과 경기 상관관계가 낮고 제도적 안정성과 인구 증가를 갖춘 시장으로 꼽힌다. 사모신용과 부동산, 인프라, 상장주식 전반에서 APAC 비중을 늘리고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중소형 운용사도 발굴할 방침이다.


사모신용 늘리고 부동산 줄이지만…회원은 늙어간다

자산군 중에서는 사모신용을 최우선 확대 대상으로 정했다.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전통적 직접대출에서 자산담보부금융과 구조화 크레딧, 크레딧 세컨더리로 영역을 넓힌다. 반면 부동산은 지속해서 줄일 계획이다. 거래 부진으로 회수가 늦어지고 있는데, 팔아야 줄어드는 자산인 만큼 리밸런싱 속도도 함께 늦춰진다.



장기 과제는 유동성 확보다. 신규 회원보다 은퇴 회원이 많아지면 급여 지급에 필요한 현금 수요가 커진다. 이미 회원 38만여명 가운데 4만4043명이 퇴직 후에도 공제회 상품을 이용하는 특별회원이다. 대체투자는 비유동성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지만 시장이 침체되면 원하는 시점에 회수하기 어렵다. 자산의 70%가 대체투자인 구조에서 현금 수요와 회수 시점이 어긋나면 성과와 무관하게 문제가 생긴다.


이에 따라 유동화채권과 상장리츠, 상장 인프라처럼 거래 가능한 대체자산을 활용하고 투자 시점을 조절할 수 있는 별도일임계좌(SMA)를 확대할 계획이다.


허 CIO는 "공제회는 상대적 고수익과 낮은 변동성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조건을 숙명처럼 안고 있다"며 "회비 구조 변화에 대비해 자산부채관리 측면에서 포트폴리오의 유동성과 유연성을 구조적으로 보강해나갈 것"이고 말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