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 중복상장 본질은 이해상충"
"PER 3배 저평가 해소방안 강구해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SK하이닉스 의 손자회사 솔리다임 상장 추진에 재차 제동을 걸고 나섰다.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란의 본질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인 만큼, 이사회가 나서서 상장 중단을 결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가 저평가 해소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포럼은 20일 논평을 통해 "고승범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은 즉시 이사회를 소집해 상장 중단을 결의하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간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사안이 없다고 일축해온 것과 달리, 시장에서는 내년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다. 솔리다임은 이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IPO 대표 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SK하이닉스 주주들을 중심으로 솔리다임의 주력인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이 별도 법인의 가치로 인정될 경우 기존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는 반발이 확산하는 상황이다.
포럼은 이번 중복상장 논란의 본질이 '이해상충'이라고 지적하며 "지배주주인 최태원 SK하이닉스 미등기 회장은 미국의 4단 AI컴퍼니, 5단 솔리다임 컨트롤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SK하이닉스 일반주주에게만 희석 비용을 전가하는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SK㈜를 시작으로 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미국법인)-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지적한 것이다.
그간 최 회장은 SK㈜ 지분 17.9%를 보유하면서 이러한 지배구조를 통해 반도체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지난 7월 말 개인 명의로 첫 SK하이닉스 지분을 매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최 회장이 SK하이닉스를 지배하는 간접 지분율은 1.2%에 불과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7.3%를 직접 갖고 있다. 솔리다임 지분을 외부에 팔아 생기는 희석 손실은 일반주주가 고스란히 떠안지만, 최 회장은 손실 부담은 작으면서 솔리다임에 대한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게 포럼측의 지적이다.
포럼은 "최상위 지주회사의 지배주주는 현금흐름 중 극히 일부만을 수취하기에 주주환원이나 투자시 경제적 위험을 합리적으로 고려하기보다는, 일단 사업을 확장해 제국을 건설하거나('Empire building') 사익편취∙터널링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인센티브가 있다"면서 "5단계 중복상장을 통해 최대한 레버리지를 확보한 SK그룹이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주주간 부의 이전 가능성도 지적했다.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 사이에 있는 AI컴퍼니에 이미 SK텔레콘, SK이노베이션, SK㈜가 2030년까지 11억1000만달러를 투입하기로 약정한 상태다. 포럼은 "상장 기대감이 기업가치에 반영되기 전 다른 관계사들이 AI컴퍼니 지분을 저가에 미리 샀다면 불공정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솔리다임 상장으로 제고될 AI컴퍼니 기업가치의 일부가 SK하이닉스 대신, 최 회장의 몫이 큰 회사들로 옮겨가는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해상충의 상황에서 솔리다임의 상장을 정당화할 논거도 부족하다고 봤다. 포럼은 "SK하이닉스 주주 입장에서는 솔리다임 지분을 매각하는 것보다, 100%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유일한 논거는 '자금이 필요하다'인데 SK하이닉스는 올해 167조원, 내년 326조원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보여 이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SK하이닉스 입장에서 손자회사인 솔리다임이 설비투자를 위해 수십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해도, 현금이 차고 넘치는 SK하이닉스가 AI컴퍼니를 통해 솔리다임에 출자를 하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서 솔리다임의 상장을 인수 투자금 회수와 재투자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도 반박했다. 포럼은 구글의 유튜브 인수, 메타의 인스타그램 인수를 언급하며 "구글 지주사 알파벳이나 메타가 유튜브, 인스타그램 지분 일부를 매각해 현금화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고승범 의장에게 "즉시 이사회 소집을 요구해 SK하이닉스 밸류에이션에 치명적인 솔리다임의 상장 안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심의하고, 그 내용을 공시를 통해 주주들에게 소통하길 권한다"고 촉구했다. SK하이닉스 이사회는 지난 6월 24일 솔리다임 지분 100%를 보유한 AI컴퍼니 설립과 진행 경과를 보고받은 바 있다. 포럼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이 이사의 법적 의무가 된 이상, 이사회는 반드시 SK하이닉스 기존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러한 중복상장 논란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지적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솔리다임의 모회사인 미국 법인 AI컴퍼니에는 최태원 회장의 지분이 가장 높은 SK㈜가 직접 출자해 일반주주의 몫이 총수 쪽으로 옮겨 갈 수 있는 구조"라며 "그런데도 해외 상장은 거래소 심사도, 모회사 주주동의도 필수가 아니고, 의무를 어겨도 위약금은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를 합쳐 최대 20억원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역시 같은 날 '솔리다임이 중복상장이 맞냐'는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중복상장 (규제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원회도, 금감원도 하고 있다"고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SK하이닉스에도 적절한 방식으로 우려 사항을 전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현재 금융당국은 솔리다임에 국내 증권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