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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 우회로]③'BBB' 채권금리 일년새 3%P이상 급등..저신용 기업 타격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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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금리·회사채 스프레드 동반 상승
우량·비우량 기업간 금리 격차 확대
일부 건설사 등 사모채 금리 두 자릿수

편집자주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시작된 가파른 금리 인상은 기업의 자금 담당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언제까지 얼마나 금리를 올릴지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다. 레고랜드 사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공포에 금융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자금 시장도 요동쳤다. 불안한 시장 환경에서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은 물론 우량 대기업들도 기업어음(CP), 사모 회사채, 옵션부사채 등 공모 회사채가 아닌 자금 조달 우회로를 찾아 나섰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대폭 증가한 가운데 사모채와 옵션부사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저신용 기업들의 금리 부담은 훨씬 더 커졌다. 특히 일부 건설사의 조달 금리는 두 자릿수에 달하는 상황. 이런 기업들의 상당수가 차입금 규모가 커서 막대한 이자 부담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우량 회사채라고 할 수 있는 AA등급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에 대한 민간 채권평가사 평가금리(이하 민평금리)는 4.07%를 나타냈다. 같은 등급 5년 만기 채권의 민평금리는 4.32%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초 3년 만기와 5년 만기 금리가 2.42%, 2.58%였던 것에서 약 1.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3년 만기 A0등급 회사채의 민평금리는 같은 기간 2.88%에서 5.09%로 상승했다.


금리 상승은 국고채 금리 상승과 신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스프레드(가산금리)가 동반 상승한 데 따른 결과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초 1.85% 수준에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등으로 최근 3.34%로 올랐다. 같은 만기의 AA등급 채권의 스프레드는 57.2bp(1bp=0.01%포인트)에서 73.4bp로 상승했다.



신용도가 낮을수록 금리 상승폭은 더 크다. BBB0 등급을 보유한 1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지난해 초 4%대 초중반 수준에 형성돼 있었다. 이후 1년간 꾸준히 오르면서 전날 기준으로 7%대 초반 수준까지 오른 상태다. 3년 만기의 AA등급 채권은 1년 새 1.5%~2%, A0등급 채권은 2%~3%, BBB등급 채권 3%~4%가량 금리가 오른 셈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악화에 기업 실적 악화까지 겹치면서 신용위기 우려가 나오고 있어 우량 기업과 비우량 기업 간 스프레드 격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기업 자금 조달 금리 부담도 과거 최저 수준에서 2배 가까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저신용 기업들, 실질 조달 금리 부담 더 커

실제로 사모채와 옵션부사채 등을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는 저(低)신용 기업들은 같은 등급의 민평금리보다 더욱 높은 수준의 금리를 부담했다.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많은 건설사의 조달 금리가 두 자릿수에 이르는 등 높은 수준으로 형성됐다.


티와이홀딩스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RR)을 투자자로 발행한 옵션부 사모채권의 금리는 13%에 달했다. 발행액이 4000억원으로 단 건의 채권 발행으로 연간 490억원의 이자 부담을 져야 한다. 동부건설도 10%의 금리로 콜옵션부사채를 발행했다. 이마저도 투자 수요가 많지 않아 100억원 미만으로 나눠 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글로벌은 7.926%에 콜옵션부사채를 발행했다. 동부건설이 발행한 옵션부사채보다 금리 수준이 2%포인트 이상 낮다. 하지만 4%대 금리로 사모채 발행이 가능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조달 비용이 큰 폭 상승한 것이다.


아이에스동서, 이수건설과 같은 중형 건설사들도 일반 무보증 사모채를 9%~10% 수준의 금리로 발행했다. 중소형 제조기업인 아진산업과 서진시스템도 두 자릿수 금리로 사모채를 발행했다.


부산롯데호텔, 롯데지엘에스, SK해운, AJ네트웍스, 도이치모터스, 한익스프레스 등의 사모채 발행 금리는 8%대다. 깨끗한나라, 신성통상, 태영건설, 롯데컬처웍스, CJ푸드빌, LS네트웍스, AJ네트웍스, 이마트245, 대우건설 등은 7%대에 사모채 금리가 형성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대부분 부채비율이나 차입금비율이 높아 금리가 올라가면 이자비용이 크게 상승하는 구조"라면서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이자비용이 늘면 수익성이 더욱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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