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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지수' 美 안정적인데 韓 사상최고치 돌파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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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KOSPI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높아
코스피 상승 78% 독식한 삼전닉스 쏠림 때문
저평가 실적주로 다변화할 때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역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반면 미국의 공포와 탐욕 지수(Fear and Greed Index)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통상 지정학적 리스크나 인플레이션 충격 국면에서는 두 지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최근 한미 공포지수 '디커플링(탈동조화)'의 배경에는 극단적인 '반도체 쏠림'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VKOSPI는 전날 0.31% 내린 86.87로 마감했다. 지난달 29일에는 96.94로 거래소가 해당 지수를 공식 발표하기 시작한 2009년 4월13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종가 기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9일 89.30(비공식지수)을 넘어선 수치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30일 기대 변동성을 연율화한 지표다. 20선은 평균 구간, 30 이상은 변동성 확대 구간, 40 이상은 공포 구간으로 분류된다.


VKOSPI는 통상 코스피가 급락할 때 오르는데 상승장에서도 함께 뛰는 이례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기 과열에 따른 투자자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나만 소외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가 단기 추격 매수세로 이어진 데다 지난 5월 말 출시된 '반도체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쏠리면서 주가 등락 시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쇼트감마(Short Gamma)' 구조가 작동한 영향이 크다.


반면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0~100 점수로 정량화하는 미국의 공포와 탐욕 지수는 지난 5월 71(탐욕)까지 올랐다가 최근 기술주 조정 국면에서도 25(공포)~47(중립) 구간에 머물렀다. 이 지수는 시장 모멘텀, 주가 강도·폭, 옵션(풋·콜) 수요, 정크본드 수요, 변동성(VIX), 안전자산 수요 등 7개 지표를 합산해 산출한다. 0~24는 극단적 공포, 25~44는 공포, 45~54는 중립, 55~74는 탐욕, 75~100은 극단적 탐욕을 뜻한다.


지난 3월 초 미·이란 전쟁 확산 우려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을 강타했을 때는 VKOSPI가 80.37로 치솟고 공포와 탐욕 지수는 6까지 폭락하며 두 지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 그 배경에는 두 지수의 구성 차이가 있다. 미국 S&P500은 반도체 기업 비중이 약 18%에 그쳐 반도체주가 조정을 받아도 다른 업종이 변동성을 상쇄한다. 반면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50%를 웃도는 초집중 구조다. 이 때문에 소수 종목의 충격이 시장 전체의 변동성 확대로 곧장 이어진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번 주가 조정이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 악화가 아니라 소수 반도체 업종에 자금이 과도하게 쏠리면서 발생한 수급상의 변동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상반기 주가 급등 국면에서 삼성전자 · SK하이닉스 가 코스피지수 상승분의 78.3%를 차지했다. 이는 대만 TSMC(38.9%), 일본 키옥시아·소프트뱅크(36.8%), 미국 매그니피센트7(M7·13.4%) 등 해외 주도주들의 지수 상승 기여율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그 결과 펀더멘털이 고르게 분산된 미국·대만·일본 증시의 일별 등락률(표준편차)은 1~2%대로 안정적이었던 반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이들의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다만 이번 조정으로 국내 증시의 가격 매력도는 높아졌다.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6~7배까지 낮아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며,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 업종들의 PER도 8.6배로 과거 저점 수준까지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기업 이익 전망치가 여전히 견조하기 때문에 무작정 투매에 나서기보다는 자산 배분 다변화로 리스크를 관리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당분간 기간 조정 형태를 보이며 추가 하락세가 진정될 것"이라며 "반도체주 주가 조정으로 여타 종목의 소외 현상이 완화되는 만큼 이 기간 반도체와 함께 기계, 조선, 경기민감주 등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업종으로 비중을 넓혀가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는 단기 대응에 내몰리고 고점 우려에 흔들린다. 그러나 주가는 결국 펀더멘털을 따라간다"며 "고점 신호가 나타나고 있으나 강세장을 끝내는 조건인 이익 모멘텀 둔화와 유동성 긴축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 답은 이익 가시성이 높은 곳에 있다"며 "인공지능(AI) 인프라, 이익 대비 저평가된 실적주, 프리미엄 소비가 그 대상"이라고 말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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