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선물 배포사 가격 연동 시스템
검증없이 그대로 지수 반영
NXT 프리마켓 접속매매도 문제
국내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 프리마켓에서 SK하이닉스 1주가 하한가에 체결되면서 가상자산 파생상품 시장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롱(매수) 포지션 강제 청산이 발생했다. 잘못된 가격 반영을 차단하지 못한 배포사의 가격 데이터 연동 시스템(오라클)과 넥스트레이드의 불완전한 체결 시스템이 결합된 '인재'로 평가된다.
지난 28일 오전 8시 NXT 프리마켓이 열리자마자 SK하이닉스 주식 1주가 전일 종가 대비 29.99% 하락한 127만2000원에 체결됐다. 신규 매수 주문이 유입되면서 주가는 곧바로 170만원대로 회복했다. 문제는 가상자산 탈중앙화 거래소 하이퍼리퀴드에서 SK하이닉스 주식 연동 무기한 선물을 운영하고 배포한 트레이드닷엑스와이지(Trade.xyz)가 NXT 체결가를 실시간으로 참조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배포사는 국내 원화 표시 주가를 원·달러 환율로 환산해 가격을 산출한다. 배포사의 오라클은 NXT에서 체결된 단 한건의 127만원을 실제 한국 시장의 유효한 주가로 인식하고 환율을 적용했으며 선물 지수가 순간적으로 1127.9달러에서 917달러까지 17.9%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롱포지션 5740만달러(약 827억원)가 2분 만에 강제 청산됐다.
블록체인 데이터업체 얼리엄에 따르면 900명 이상의 이용자가 1740만달러에 이르는 실제 확정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배포사는 성명을 통해 시스템 자체는 설계된 대로 작동했으나 이번 이상 파동으로 인해 이용자들이 입은 청산 손실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이 같은 극단적인 꼬리 위험(Tail Event)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오라클을 고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배포사의 오라클과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 특유의 구조가 결합해 벌어진 일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배포사의 오라클은 유동성이 부족한 프리마켓 가격을 거래량이나 거래대금 검증 없이 지수에 그대로 반영했다. 청산을 막기 위해 가격이 바뀔 때마다 직전가 대비 최대 1%까지만 떨어질 수 있는 장치가 있었지만, 오라클이 3초마다 가격을 매우 빠르게 업데이트하도록 설계돼있는 점이 문제였다. 현물에서 하한가가 찍히자 3초마다 ?1%씩 떨어지는 현상이 연쇄 발생했다. 현물 하한가 폭을 전부 따라가지는 않았으나 3초 간격의 하락이 누적되면서 선물 가격이 17.9% 하락해 강제 청산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박성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가격 제한은 충격 속도를 낮추는 장치지만, 잘못된 가격 반영 자체를 차단하는 장치는 아니다"며 "단일 체결이 정상적인 시장가격인지 판단하려면 가격 외에도 거래 수량과 거래대금 및 호가 깊이를 함께 확인해야 하는데, 가상자산에 적용하던 오라클 구조를 주식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거래 시간대와 시장구조를 반영한 별도의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소 체결 수량과 최소 거래대금 조건을 적용하고 거래 시간대별 유동성 차이를 반영해 프리마켓 가격 반영 한도를 정규장보다 낮게 설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NXT 프리마켓의 매매방식도 이번 사태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정규장에서는 거래량이 두껍고 변동성 완화 장치 등이 있어 이 같은 이상거래(팻 핑거)가 가격 지수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고 희석된다. 반면 NXT 프리마켓은 개장과 동시에 접속매매가 시작된다. 호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성 주문이 들어오면 단 한 주의 거래도 가격제한폭 부근에서 체결될 수 있다. NXT는 오는 9월부터 변동성 완화 장치(정적 Ⅵ) 도입을 준비 중이다. 전일 종가나 기준 가격 대비 10% 이상 가격이 변하면 2분 동안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제도 도입 이후에는 개장 직후 잠정 체결가격이 기준가격에서 크게 벗어날 경우 즉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주문을 모아 새로운 균형가격을 산출하게 된다. 박 연구원은 "한 주 하한가 체결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