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월 고점 대비 33% 하락
12개월 선행 EPS는 12개월 연속 상향
외국인 수급·반도체 신뢰 회복이 다음 변수
코스피가 크게 흔들렸지만, 증권가에서는 반등의 불씨가 살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는 위기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기업 이익 전망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고, 미국 금리의 상방 압력도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 수급과 투자심리가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만큼 반등 경로는 '브이(V)' 자가 아니라 '루트(√)' 자에 가까울 수 있다는 진단이다.
11일 하나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8월 이후 코스피는 '√'자형 반등을 보일 것"이라며 "불안은 끝나지 않았지만 반등은 시작됐다"고 밝혔다.
핵심은 가격과 이익의 괴리다. 코스피는 6월 고점에서 33.3% 하락했다. 반면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연초 이후 약 184% 높아졌고, 12개월 연속 상향됐다.
과거 위기와 다른 점도 여기에 있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당시에는 주가 하락과 함께 이익 전망도 훼손됐다. 지금은 다르다. 주가가 내려가는 동안 이익 전망은 올라가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12배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6.27배, 코로나 저점 당시 7.53배보다도 낮다. 가격은 위기를 반영했지만, 이익은 아직 위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수출도 이익 전망을 뒷받침한다. 7월 수출은 988억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2.8% 증가했고, 반도체 수출은 410억1000만달러로 178.8% 늘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전 분기 대비 0.6%, 전년 대비 3.7% 성장했다.
물론 불안 요인은 남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외국인 수급이다. 7월 외국인 순매도는 삼성전자 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됐다. 이달 첫 주에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7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도체에 대한 우려와 포지션 조정이 끝났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금리는 반대로 우호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7월 비농업 고용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시장은 경기침체보다 먼저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하락에 반응했다. 9월 금리인상 확률은 44.4%로 낮아졌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6%대로 내려왔다. 달러 약세도 원화에는 우호적이다.
수급 왜곡도 정점을 지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코스피 거래 비중은 7월 30일 32.5%에서 8월 7일 3.4%로 급감했다. 기본예탁금 상향과 신규 상장 중단 등 규제가 작동하면서 기계적 변동성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손실을 경험한 투자심리는 수급보다 느리게 회복된다.
하나증권은 8월 증시에 세 가지 불안과 세 가지 기회가 공존한다고 진단했다. 수급은 약하고, 변동성은 투자심리는 나쁘다. 반대로 가격은 낮고, 이익은 견고하며, 금리 방향은 우호적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첫 반등으로 가격과 금리가 만들어지고, 다음 상승은 이익과 외국인이 만들 것"이라며 "공포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반등은 이미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하나증권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에 한해 매도 시 0.2% 수준의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일반 ETF 전체를 규제하자는 뜻은 아니라 시장 안정을 위해서 일정 기간 이후 효과를 재평가하는 일몰형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단기 거래와 기계적 리밸런싱이 현물시장 전체에 전가하는 변동성 비용을 해당 상품 내부로 되돌리자는 취지다. 김 연구원은 "정책이 가격을 끌어올릴 필요는 없다"라며 "기업 이익이 다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왜곡된 수급을 걷어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